초록의 시간 81 봄날의 사랑도 이울어요
꽃이 지면 잎이 푸르러지듯
저마다 꽃송이를 매달고 있을 때는
한눈에 금방 알 수 있었죠
노랑노랑하니 산수유 개나리
하얀 목련에 자줏빛 자목련
분홍으로 나풀대니 벚나무
연보랏빛으로 하늘하늘 라일락
어느새 봄날도 무르익어
하나둘 꽃이 지니 잎새들 푸르러지고
꽃나무들의 고요한 속삭임은
나풀대는 초록 잎사귀들의
명랑한 재잘거림으로 바뀌어
나무들이 초록으로 하나가 되어갑니다
푸르러지는 나뭇잎사귀들이
첫사랑 봄날의 아련함을 감싸 안으며
꽃 진 자리 흔적을 다독이듯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새롭게 태어나는 기쁨을 주려고
산수유 노란 눈망울로 맺히고
새하얀 목련으로 피어났다가
자목련의 술렁임으로 흐트러지고
하늘하늘 벚꽃잎 되어 흩날리는
봄날의 사랑도 결국은
소멸의 아름다움을 배우기 위해
잠시 잠깐 우리 곁에 머무르는 것이죠
아른아른 봄날의 봄꽃 향기
눈부신 만큼의 한 줌 순간이듯이
피어나는 모든 것은 지기 위해 피어나고
태어나는 모든 것은 소멸을 위해
태어나는 것임을 봄에게 배웁니다
피고 또 피어 온 세상을
꽃으로 물들일 것 같던 꽃대궐 봄날도
봄비에 젖어 한순간 잦아드는 것이고
봄이 이울어 신록이 돋아 오르는 것도
마침내는 저물어가기 위한 것임을
오고 가는 계절의 발걸음에서
또박또박 배워갑니다
태어나는 모든 것이 귀하고
존재하는 모든 것이 아름답듯이
사라져 가는 것들 또한 소중한 거라고
낮은 목소리로 봄날이 소곤댑니다
가만 귀 기울이면 배롱나무
꼬물꼬물 기지개 켜는 소리 들리고
능소화 초록잎 돋아나는
부지런한 발자국 소리 따라
금방 여름이 올 거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