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에피데믹(epidemic)[1]에서 시작하여 팬데믹(Pandemic)[2]을 지나 엔데믹(Endemic)[3]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엔데믹 시대의 시작은 코로나 19라는 현상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던 거대한 흐름과 변화들이 새로운 질서(New normal)를 형성하는 것이 본격화 된다는 의미다.
새로운 질서가 지배하는 엔데믹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고 중심을 잡는 일과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일, 즉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특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4차산업혁명 시대가 본격적으로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확산될 엔데믹 시대에 가장 관심을 두어야 할 분야이다. 그렇다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확대할 수 있을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사고와 연결 능력은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한다.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는 문제를 내포한 분야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분야라 하더라도 더 나은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분야라면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호기심이 필요하다. 호기심 없이 갑작스런 관심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관심의 시작은 호기심이라 할 수 있다. 가장 호기심이 많을 때는 언제일까? 하루 종일 쉼없이 세상을 탐색하는 호기심의 결정체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랑 하루만 시간을 같이 보내도 거의 파김치가 된다. 이 시기의 어린아이는 마치 스펀지처럼 세상의 온갖 지식을 다 습득하는 시기이다. 이런 어린아이들의 왕성한 호기심을 일으키는 배후에는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작용한다.
이 물질은 어린아이 때는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자동 분비되는 물질이다. 이 물질 때문에 아이들은 눈만 뜨면 세상을 배우고 싶은 엄청난 호기심과 집중력을 켜놓은 상태가 된다. 하지만 뇌의 자동 메커니즘은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멈추게 되고 수동적으로 작동한다. 의도적으로 노력해야만 호기심이 생기게 된다.
호기심을 나타내는 또 다른 용어로 ‘니오타니(Neoteny)’라는 생물학적 용어가 있다. 이 물질은 생물학적 성장이 끝났음에도 의식 안에서 호기심, 상상력, 장난치기,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의 욕구들처럼 어린아이 같은 단계를 여전히 밟아 나가며 어린 시절의 감성과 환상들을 그대로 간직한 어른들을 은유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이다.[4]
혀를 내밀고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아인슈타인이나 아이 같이 눈을 찡그리며 미소 짓는 천 상병 시인의 모습을 통해서 ‘니오타니’를 연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뇌과학자 프레데리케 파브리티우스(Friederike Fabritius)는 [뇌를 읽다][7]에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아세틸콜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활동으로 세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첫째는 ‘의식적으로 주의집중 하는 것’이다. 관심 대상을 정하고 집중하여 그것을 바라보거나 관찰하는 것이다. 스텐포드 디스쿨의 티나 실리그(Tina Seelig)는 <인지니어스>[8]에서 하버드 대학의 예술사 강의를 하고 있는 제니퍼 로버츠(Jennifer Roberts) 교수의 수업을 소개하고 있다.
그녀는 첫 수업 시간에 예술 작품을 하나 보여주며 학생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세시간 동안 지켜보라고 한다. 처음에는 불만하던 학생들도 세시간 동안 한 작품을 보면서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떠오른다. 이처럼 의식적으로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호기심을 일으키는 방법이다.
둘째는 ‘신체운동을 하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기 보다는 움직임을 통해 새로운 생각과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세째는 ‘새롭고 놀라운 경험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이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에 자신을 노출시키면 호기심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를 통하여 그동안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들 그러나 아직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면 된다.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농업이 현대화 되기 전에는 밭을 일구던 ‘쟁기(plow)’라는 농기구가 있었다. 쟁기는 소나 말에 끌려 논밭을 가는 농기구로 농작물을 재배할 땅을 갈고 흙을 잘게 부수는 데 사용하는 기구다. 현대적인 농업 관리체계가 시작되기 전 각 농가에서는 재산 증식의 목적도 있었지만 농사일을 도울 수 있도록 소 한마리씩을 키웠고 어미 소가 되면 쟁기를 목에 걸어 밭을 가는데 활용하였다.
그런데 모든 소가 원하는 방향대로 밭을 갈고 쟁기질을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에 없던 멍에를 씌우는 순간부터 소가 말을 듣지 않는다. 겨우 멍에를 얹고 나면 소가 바른 방향으로 밭을 가는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제멋대로 가거나 쟁기를 잡기도 전에 내달려 낭패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므로 처음 소를 길들일 때는 혼자 쟁기질을 못하고 보조를 세워 고삐를 잡고 원하는 방향대로 소를 끌고 가야 그나마 쟁기질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몇 년에 거쳐 조련하고 숙련된 소는 마침내 혼자서도 쟁기질을 할 수 있는데 그때는 쟁기를 잡는 사람 한사람만 있어도 자로 잰 것처럼 똑바로 밭을 일굴 수 있게 된다.
오늘날의 농업관리 환경은 어떻게 변하였는가? 6~8개의 쟁기가 달린 트랙터를 이용하면 소보다 몇배 수월한 밭 갈기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환경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작년보다 조금 더 반듯하고 깔끔하게 밭을 잘 일굴 수 있도록 소 훈련에 몰두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아니다. 적절한 시점에 트랙터로 갈아탈 수 있도록 운전 기술을 배우는 것이 문제 해결의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엔데믹 시대의 뉴 노멀도 마찬가지다. 이미 우리 곁에는 코로나 19 뒤에 숨어 있던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3D프린팅, 가상현실, 증강현실, 메타버스 같은 트랙터들이 밭을 갈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소 훈련에만 집중하면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틈새시장으로 트랙터가 들어갈 수 없는 산골 오지 다랭이 논이나 밭은 아직도 소를 이용한 쟁기가 유용한 농기구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비중은 점차로 줄어들고 있다. 그 논과 밭은 소 쟁기가 필요 없는 특수 작물이나 과일나무 밭으로 변할 가능성이 많다.
우리가 창의성이나 통찰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그동안 못 봤던 것을 찾아내서 불편을 해소하고 좀 더 나은 상태로 바꿔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다. 단순한 변화에서부터 4차산업혁명과 같은 거대한 변화 물결에 당당히 대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변화에 이르기까지 모두 필요한 필수적인 사고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 필요성에 대한 감지는 지금 하고있는 일에 매몰되어 소몰이 훈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살피고 관심을 갖는 것에서 시작된다.
[1] 에피데믹(epidemic) : 특정지역에서만 발생하는 감염병을 의미한다. 코로나 19 유행 초기 중국 우한 지역에서만 유행하는 감염병이 해당한다.
[2]팬데믹(Pandemic) : 특정 지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그 감염병이 전파됐다는 의미다.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 플루,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 19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이 해당한다.
[3]엔데믹(Endemic) : 감염병이 풍토화 한다는 의미다. 일반 감기나 계절 독감처럼 변이가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감염되더라도 치명율이 낮다는 뜻이다.
[4] Philip Perkis, <Teaching Photography>, Notes Assembled, 2016.
[5]출처: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400&key=20090622.22013203230
[6]출처 : https://namu.wiki/w/%EC%B2%9C%EC%83%81%EB%B3%91?rev=126
[7] [뇌를 읽다 –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조정하는], 프레데리케 파브리티우스, 한스 하게만 저, 박단비 옮김, 빈티지하우스, 2018.
[8] [인지니어스], 티나 실리그 저, 김소희 옮김, 리더스 북, 2017
[9]출처 : https://folkency.nfm.go.kr/kr/topic/detail/8991
[10]출처 : https://m.blog.naver.com/gmldi72722/221481159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