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대한 詩 2편
恩山 박 병태
도심 아파트 뒷산 산책로
가벼운 운동복 차림의 주민들이
하나 둘 줄지어 올라가고 있네
메마른 모래 덮인
산책로 한쪽 귀퉁이에
철 늦게 핀 제비꽃 하나
작은 소리로 인사를 하네
고향 생각에
꽃반지 만들며 놀던 옛날 생각에
가던 길 멈추고
제비꽃 앞에 살짝 앉아
어린 마음으로 제비꽃 꺾어
꽃반지를 만들어 보았네
천혜향을 좋아하는 우리 딸은 좋아할까?
부인에게 전해주면 소녀처럼 좋아할까?
이미 중년이 되었을
어린 시절 숙자 생각에
얼핏 웃음이 들고
조그만 제비꽃 하나에
잔잔한 미소가 번지네
산책길은 아직 초입인데
더 가기를 멈춘
중년 신사 하나가
꽃반지 하나에
시름을 덜어내고 있네
恩山 박 병태
언제부터 일상에 묻혀
창가에서 노래하는
새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언제부터 일상에 젖어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꽃바람임을 모르고 있었다
냉기 털어 낸 빈 가지에
새순이 돋아나고 있음을
무심하게 넘기고 있었다
언제부터 일상대로
그냥 황사가 오는 거라고
그냥 날이 덜 추워진 거라고
그냥 외투가 무거워진 거라고
그냥 그렇게 살고 있었다
굳은 땅바닥에서
뾰족이 얼굴 내미는 저 녀석은
작년에 꽃피었던
이름 모를 그 녀석일까?
버려진 담배꽁초
수북하게 쌓였는데도
굴하지 않고 솟아오르는
저 녀석은 누구일까?
사월은 삼월보다 아름다운 달
사월은 오월보다 잔인하지 않은 달
사월은 내 마음에 꽃물 드는 달
사월은 그렇게
사랑하고 싶은 달이다
사월은 친구가 보고 싶다
윤중로 벗 꽃보다
홍조 들린 선암사 홍매보다
진달래의 수줍은 교태보다
흐드러진 하얀 목련보다
더 보고 싶은 친구
꽃물 든 너의 얼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