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소식
반 세기 동안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아 온 프랜차이즈, <007> 시리즈의 차기작 감독으로 드니 빌뇌브가 확정됐다.
단순한 스파이 영화를 넘어, 시대의 변화와 문화적 흐름을 반영하며 끊임없이 진화해온 <007> 시리즈는 이안 플레밍이 집필한 소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 중 하나이다.
수많은 감독과 배우들의 로망이자, 영국 영화의 자존심이기도 한 <007> 시리즈 차기작에 드니 빌뇌브 감독의 확정 소식은 향후 이 시리즈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더욱 남다르다.
첩보물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007> 시리즈는 새로운 제임스 본드를 캐스팅할 때마다 항상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드니 빌뇌브 감독의 확정 소식과 더불어 차기작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에 어떤 배우가 캐스팅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영국 해군 정보 장교 출신인 이안 플레밍은 1953년 첫 소설 <카지노 로얄>을 발표하며 <007>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소련과의 냉전시대가 한창인 1962년에 처음 만들어져 현재까지 이어져 온 장수 프랜차이즈이다.
원작 소설은 영화와는 다른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여 인종차별적인 내용이나 남성 중심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어, 현대에 와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소설로 1억부 돌파, 영화 시리즈 흥행은 70억 달러를 넘은 <007> 시리즈는 전세계 미디어 믹스 총 수입에서도 상위권에 있는, 영국 문화의 상징 중 하나이자 영국 영화의 자존심이다.
젠틀하고 세련된 스파이 제임스 본드라는 독보적인 캐릭터와 매력적인 본드 걸, 독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 첨단 무기 기술과 첩보 능력, 세계 각지를 누비는 로케이션 촬영, 화려한 액션 스케일 등 상징적 공식이 있는 <007> 시리즈는 그 중 오프닝 시퀀스(건배럴 시퀀스)와 메인 음악 테마가 시그니처이다.
2006년 다니엘 크레이그를 주인공으로 시리즈는 더욱 현실적이고 진지한 톤으로 변화했고, 작품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서사적인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작품 특징은 압도적인 영상미와 묵직한 주제 의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화보다는 영상미와 사운드로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드니 빌뇌브는 관객에게 지적인 긴장감과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뛰어난 미장센과 과감한 색감, 절제된 움직임들을 통해 보여주는 시각적 장엄함과 몰입감은 특히, 느리고 정적인 연출로 압도하는데,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에서 보여준 몰입감과 폭발력 있는 전개는 정적인 연출로 인해 인물들의 관계와 속성을 깊이있게 구현하는 탁월한 힘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인간의 어두운 심리와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드니 빌뇌브의 연출 의도는 영화 <그을린 사랑>, <컨택트>, <듄>에서도 드러나고, 그의 이런 의도적인 연출은 주제와 서사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지게 만든다.
다니엘 크레이그를 통해 전작의 시리즈에서 구현한 현실적인 고통과 번뇌를 가진 제임스 본드라는 인물의 상징성을 생각할 때, 후속작의 서사를 책임질 감독으로 드니 빌뇌브를 선택한 것은 굉장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안 플레밍이 창조한 가상의 영국 비밀 정보국(MI6) 요원 ‘제임스 본드’는 소설과 영화를 통해 전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사랑받았다. 고급스러운 수트와 럭셔리한 자동차, 시계, 술(젓지 않고 흔든 마티니)을 즐기는 젠틀맨 이미지로, 제임스 본드는 영국 상류층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반영했다고 전해진다.
살인 면허를 가진 침착하고 냉철한 스파이 제임스 본드는 다양한 배우를 통해 연기되면서 본질적인 특징은 같지만, 시대별로 조금씩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1962년 숀 코너리 주연의 <007 살인번호>로 제임스 본드는 영화 캐릭터로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1대 숀 코너리(총 6편 출연)는 젠틀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를 확립하며 시리즈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007 여왕 폐하 대작전>으로 2대 조지 레이전비(총 1편)를 거쳐 3대로 이어진 로저 무어(총 7편 출연)는 본드 역으로 1970년대와 80년대를 풍미했다.
4대 티머시 달튼(총 2편 출연)으로 진지하고 어두운 리얼리즘적인 접근을 시도한 <007> 시리즈는 침체기에 빠지고, 5대 피어스 브로스넌(총 4편 출연)으로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부활시킨다. 그는 숀 코너리와 로저 무어 시대를 적절히 섞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 대대적인 리부트를 감행하며 새로운 시대를 연 6대 다니엘 크레이그(총 5편 출연)는 이안 플레밍의 시리즈 첫 소설인 <007 카지노 로얄>로 원작의 기원과 내면을 깊이 있게 다뤘다.
액션 또한 더욱 현실적이고 거칠게 변화하며 과거의 이미지를 탈피한 인간적인 고뇌와 상처를 지닌 캐릭터로, 다니엘 크레이그는 새로운 전성기를 성공적으로 열며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2021년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끝으로 본드 역할에서 은퇴한 다니엘 크레이그를 이을 미래의 본드는 과연 누구일까?
현재까지 거론된 후보들엔 톰 하디, 톰 히들스턴, 헨리 카빌, 이드리스 엘바, 마이클 패스밴더 등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새로운 서사와 함께 과연 누가 제임스 본드의 주인공이 될 지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출처 : 네이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