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을 추심하다 보면, 채무자가 멀쩡한 재산을 가지고 있음을 채권자가 알고 있음에도 채권을 회수하기 어려운 난관에 봉착할 때가 간혹 있다. 이 경우도 그런 유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기본적인 상황은 왼쪽 그림과 같다. 乙이 丙의 재산에 가압류를 하니, 乙이 가압류 해방공탁금을 공탁하였다. 그 후 乙과 丙의 소송이 진행되던 중 乙에 대한 채권자 甲이 등장해, 乙이 丙에게 승소하였을 때 받아갈 공탁금에 대해 압류 및 추심하였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乙과 丙의 소송은 乙의 승소로 확정되어 종료 또는 가집행부 승소 판결이 있었다.
그런데 乙은 집행권원을 제출해 가압류를 본압류로 전이하더라도 결국 甲이 공탁금을 가져갈 것이라는 생각에 아예 집행문 부여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법원은 아직 가압류 상태이므로 물론 배당도 시작하지 않는다.
이때 甲이 위 해방공탁금으로부터 채권을 회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압류 채무자가 해방공탁금을 공탁했을 때 가압류의 효력은 가압류 채무자의 공탁금 회수 청구권 위에 존속한다는 것이 판례이다. 그리고 위 사례에서 가압류 채권자 乙이 집행문을 받아 ① 가압류를 본압류로 전이하거나, ② 별도의 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을 통해 공탁금에서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 실무는 이와 같이 현금화명령설을 따르고 있다.[**]
가압류 채권자에 대한 채권자는 가압류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가 아니므로 가압류 채권자처럼 가압류 채무자의 공탁금 회수 청구권을 (가)압류할 수는 없다. 가압류 채권자가 장래 배당절차에서 배당받을 공탁금에 대한 배당금채권을 (가)압류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 현금화명령설은 해방공탁에서 피공탁자의 개념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 공탁금 출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자가 지정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 - 가압류 채권자를 채무자로 하는 압류는 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만약 담당 사법보좌관이 이러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 甲의 압류 신청이 각하나 기각될 여지도 있으나, 대개는 압류 신청은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보인다.
압류와 함께 통상 추심이나 전부명령을 함께 신청한다. 이때 추심이나 전부명령이 발령된다 하더라도 가압류 채권자의 피보전권리가 집행권원에 의해 확정되기 전까지는 역시 가압류채권자의 배당금채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채권자 甲이 해방공탁금으로부터 아직 자신의 채권을 회수할 수는 없다.
어찌 되었든 가압류채권자 乙의 가압류채무자 丙에 대한 집행권원이 집행법원에 제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가압류채무자 丙에 대한 다른 채권자 丁이 있어 해방공탁금 회수 청구권을 압류하였고, 그로 인해 배당절차가 개시되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현행 민사집행법에는 부동산등기법의 대위 등기신청처럼 집행문 부여의 대위신청에 관한 조항은 없다. 이에 채권자 대위권에 기해 집행문 부여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행사상의 일신전속권이 아니라면, 공법상의 신청권이라고 하여 채권자 대위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집행문 부여 신청권이 보전의 목적에 적합한 - 즉 환가 할 수 있는 - 재산적 가치 있는 권리인지가 문제된다. 또는 피보전권리와 피대위권리인 집행문 부여 신청권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피보전권리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해 대위행사가 필요한 것인지[****] 문제된다.
개인적으로는 집행문 부여 신청권은 환가할 수 있는 권리나 재산권도 아니지만, 보전 목적의 관점에서 채권자대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A는 B에 대한 대여금 채권이 있고, B는 C에 대한 이행기가 도래한 공사대금 채권만이 있는 무자력 상태라고 가정하자. 이때 A는 B의 C에 대한 채권을 재판상 대위할 수 있다. A는 C가 자신에게 직접 변제하도록 청구할 수 있지만, 채권자 대위의 본래 모습은 C가 B에게 이행하는 형태이다. 그런데 C가 채권자 대위소송에서 패소한 뒤에도 B에게 임의변제하지 않고, B도 집행문을 부여받아 강제집행을 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데도, 채권자가 집행문을 대위신청할 수 없다면, 채권자 대위의 원형(原形)에서 채권자 대위권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채권자 대위의 원칙적인 청구취지에 대한 판결에 기하여도 채권자는 채무자의 집행문 부여 신청권까지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급심 판결 중에는 피보전권리와 피대위권리인 집행문 부여 신청권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기한 경우,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인 경우에 승계집행문의 대위신청을 허용한 사례가 있다[*****]
한편 소송행위 가운데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의 소송이 계속된 이후의 소송수행과 관련한 개개의 소송상의 행위는 ... 채권자대위가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2다75239 판결)."고 본다. 강제집행 신청은 새로운 절차의 개시행위이어서 채권자 대위할 수 있다고 보면, 그 전 단계인 집행문 부여 신청도 대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일본의 하급심 판례는 같은 이유에서 채권자 대위에 의한 집행문 부여 신청을 인정한다.[******]
무자력 요건은 현실적으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압류 채권자의 다른 재산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 재산으로부터도 추심하려고 할 터인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해방공탁금에서 회수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가압류채권자 乙에 대한 채권자 甲은 乙을 대위하여 가압류 채무자 丙에 대한 집행문 부여 신청을 해서 집행문을 부여받은 뒤 역시 乙의 가압류를 본압류로 전이하는 압류 신청을 대위하여, 압류결정을 받을 수 있다. 그 압류에 의해 배당절차가 개시되면, 乙에 대한 배당금 채권에 대한 甲 자신의 (가)압류에 의해 채권의 회수를 할 수 있다.
[*] 여기서 사안을 개략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두리뭉실한 표현을 쓰고 甲의 강제집행이 그냥 가능한 것처럼 썼지만, 이후 좀 더 정확히 구분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 이에 대해 소수설인 출급청구권설은 가압류 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받은 승소 확정판결을 공탁서 보관 법원에 제출하여 공탁서를 받아 공탁공무원에게 직접 공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조관행, "가압류해방금에 대한 가압류채권자의 권리", 대법원 판례해설 제26호, 1996, 167-168면.
[***] 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5다38843판결, 수원지방법원 2012. 7. 5. 선고 2012구합172 판결
[****] 대법원 2001. 5. 8. 선고 99다38699 판결 참조.
[*****] 서울동부지방법원 2011. 9. 30. 선고 2011나7286 판결. 이 판결은 승계집행문 부여의 대위신청 - 선행판결 원고의 상속인을 위한 승계집행문의 부여를 후행판결 원고가 대위신청 - 이 인용된 피고가 상고하였으나,원심은 물론 대법원에서도 피대위권리의 적격에 관한 판단은 없다. 이 사건이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였기 때문에 특정채권의 보전을 위한 승계집행문 부여의 대위신청을 인정함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
[******] 名古屋高等裁判所 昭和三八年(ラ)第七五号 同年一〇月七日第二部決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