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을 읽는 시간은 세상에서 사라지는 시간이라는 점.
사라짐?
아니다. 책의 '세상'에 출연하는 점이다. 책의 세계에 참여하는 점이다.
일상의 나, 책 읽는 나, 책 속의 인물과 세계.
그런데도 고독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카톡과 에스엔에스의 자극을 종일 받은 뇌가 초조감을 느끼는 것일 테다.
아, 자극이 들어와야 하는데....................고요해.............불안해......................
이 처음 5분을 넘기면 책의 세계에 몰입하게 된다.
이 작은 하나의 물체가 세계와 나를 연결하는 수많은 선(병원의 연명장치 선을 상상해 보자)을
모
두
사라지게 해 주는 것,
완 벽 해.
2
내 주변 프리랜서들 중에서 '책을 못 읽겠다'는 마음을 나와 나누는 친구들이 있었다.
책에 집중하는 시간 동안,
클라이언트가 나를 찾을 것 같고, 내가 오늘 놓치는 업무와 살림이 있을 것 같고, 일단 폰을 보지 못하는 상태이고 등등.
아, 책에 몰두해 버려서 시간이 미친 듯 흘러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려나?
이 마음이 나에게도 있다. 많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밤에 해가 지면 모든 게 셧다운 되는 (펍, 식당만 빼고) 느낌이어서 노란 조명 아래 소파에서 책을 많이 봤다.
물론 서울의 활기를 그리워하며 이를 박박 갈면서 ㅎㅎㅎ
그런데 그 시간 동안, 많이 깊어졌다고 느낀다.
책을 요약하고 어딘가에 글로 활용하고 인증하고..............(트위터 빼고는) 그런 걸 귀찮아서 안 했다.
그런데 안 해도 되었다. 다 몸과 마음에 소화되었다.
슬프고 서럽고 외롭고 아프고 화가 나던 나날도 있었다.
그런데 책으로 그 날의 기억들을 정리했다. 기억을 날것으로 남겨두지 않고.
그 시간은 무척 소중했다.
여기에는 칭찬요정이 있긴 했다. 나의 연인은 내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건 본인이 책 덕후라서다. 침대 옆에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 5권과 본인의 그래픽 노블 책장에서 꺼내온 책 5권과 화집 1권 매주 받아보는 잡지 1권 등이 피레네 산맥처럼 높이와 낮이를 이룬다.
처음에 나를 만나고
그녀가 기자라니! 하고 좀 감탄했는데 너무도 책을 안 읽는 나를 보고 또 감탄했다.
전국 팔도를 누비며 취재하고 지겹도록 기사와 교정지를 보고 추천도서를 읽고 리뷰를 쓰고 또 다른 외주를 위해 자료를 읽고 읽고...활자가 지겨웠다. 이를테면 읽기의 번아웃이 온 것? 그 와중에도 늘 책을 읽으시던 선배가 기억난다. 현정 선배 잘 계시나요? :)
이후 아프게 되면서 책을 좀 읽긴 했는데, 결정적으로는 '침대책' 덕을 봤다.
9시 반 정도가 되면 폰을 마루에 두고 침대에서 둘이 나란히 각자의 책을 읽다
노부부처럼 잠이 드는 것.
간혹 '뭐 읽어' 정도는 묻는데 책에 대한 대화도 별로 안 한다. 각자의 모국어로 읽다가 영어 혹은 불어로 전환하기 귀찮아서.
음, 그 시간 소중했네.
3
나는 글을 쓰고 글쓰기를 돕는 직업을 가졌다.
글 자체가 나에게 재미와 아름다움이어서 시작한 일인데, 그 일이 나의 회사가 되었다.
4 인증 문화에 대하여
앗 책이 안 읽혀-> 그럼 인증을 하자-> 또는 트위터나 인스타에 올려봐-> 북클럽에 가입해 봐.
이건 내가 책 안 읽힌다는 친구에게 했던 말이다. 동기를 외부에서 찾는 일이다. 단기적 효과는 분명 있다. 나도 이러한 방식으로 깊이 찐하게 읽은 책이 몇 권 된다. (물론 책을 읽은 후 독서모임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정말 좋다고 생각함)
그런데,
책을 읽을 때마다 이러한 압박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나는 콘텐츠 기획자이기 때문에 더 그러한데,
물론 후자도 가능하다. 독서 지속에 도움이 되고 이 책을 더 널리 알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에너지 소모로 느껴지는 몸과 마음의 약한 상태,
혹은
책을 읽는 무드를 깨뜨리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 않을까.
5 아침에 하루명상 들으며 아침책 30분
느리게 천천히 고요히 깊어지는 시간
오늘은 <환자혁명>을 읽었다. 어머니 드리려고 큰 글자 도서를 빌려왔는데 내 눈에도 시원시원하고 재밌네.
그런데 흐름이나 문체는 흥미롭지가 않구나. 정보 위주로 속속 읽고 반납해야지.
6 독서 루틴에 대해
아침에 정해둔 시간에 운동,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은 나의 선택이지 실패가 아니다.
루틴을 정해두는 것은 좋지만, 루틴을 안 했다는 이유로 하루 기분이 망쳐지는 경우가 있다.
나의 무드와 건강을 위한 루틴이니까, 이 조절을 잘 해야.
7 글은 확실히 책을 통해 술술 나온다. 같은 '활자' 라서. 오늘도 책 읽다 갑자기 '푱! 글 쓰고 싶네' 하고 창 열어 이만큼 씀. 신기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