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쓴 글에 무모한 반성 대신 무모한 사랑을

소글에서 알려주는 글쓰기 팁!

by 소은성


자기검열에 대해 말해볼까요? 이건 저에게도 ‘지병’이라서 이제는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데요. 사고가 날카롭고 문체가 아름다운 작가일수록 자기검열이 심하다는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함부로 아무 거나 쓰지 않으려는 내적 안간힘이야말로 좋은 글을 생산하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죠. 이것을 써도 될까, 하는 망설임을 뚫고서 쓰이는 글은 더 힘있고 아름다울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면 이 자기검열을 어떻게 없앨까요? 속시원한 해결책이 있다면 사고 싶은데…출간된 다양한 글쓰기책들은 이 자기검열을 여러 챕터에 걸쳐 다루는데요. 공통적인 솔루션이라면…반복해서 노출하는 것 뿐입니다. <미쳐 버릴 것 같은 마음을 한켠에 가지고서> 글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것. 그리고 <내 글 안에 숨은 좋은 점을 기어코 찾아내는 것>입니다.


싱겁지요? 정말이지, 비법은 없고 이것 뿐입니다. 스스로 하는 수밖에요. 그런데 노출할 때마다 아프고 쓰려요. 글쓰기가 재밌을 때는 그 고통이 운동 후 근육통처럼 즐겨지기도 합니다.


반가운 사실은 그 근육통이 점점 작아진다는 겁니다. 확실히 그래요. 처음에야 막 미칠 거 같고 부끄럽고 망설여지고 후회할까봐 두렵고….그러다가 두번, 세번, 열번, 스무번이 되면 이렇게 됩니다. <예전에도 이 감정을 느꼈지만 별 일 없었지 뭐> 이렇게 뇌가 점점 속여집니다.


중요한 건, 한 편의 글로 나의 글쓰기 실력을 평가하지 않는 너그러움입니다. 10편을 쓴 사람과 100편을 써 본 사람의 글쓰기 체력은 다릅니다. 운동과 같습니다. 100편을 써 보면 몸이 안 좋거나 한 날에도 글쓰기 실력이 흔들리지 않아요. 내공이라고 하죠. 그 내공이 생기기 전에는 자신에게 최대한 너그러워야 해요. 어린 아이에게 가르치듯이 해야 해요. 매순간의 성취를 칭찬해야 해요.


오늘 쓴 글에 무모한 반성대신에 무모한 사랑을 느껴야 해요.


소글을 통해 여러 분들을 만나면서 놀란 점은, 특별히 글쓰기 테크닉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이 자기검열이 테크닉이 발현된다는 건데요. 주제 선정, 논리, 어휘, 표현 등이 고루 나아지는 거죠. 술을 마셨을 때 갑자기 영어가 잘되는 것과 비슷해요. 물론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하지만요. 우선은 자기검열을 부수어 나가는 게 먼저예요.




팁 보기전 알아 두기!

- 한 가지의 팁을 최소 3회 정도는 시행해 보기를 권해요. 당일의 컨디션이나 주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 시행해 본 팁 중에서 효능감이 들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주로 사용하면 됩니다.


1 과열된 정신을 돌보며 글을 쓰는 습관

‘완벽한 몰입’을 덜할 것이 핵심이에요. 글쓰기라는 황홀한 버블 안에 오래 머물지 말 것. 한 편을 쓸 때, 아주 잘게 스케줄을 나눌 것. 사이사이에 충분히 휴식할 것.

저는 예전에는 과몰입형이었어요. 기자 시절에는 마감 때문에 8시간 동안 계속 쓴 적도 있고요. 하지만 관절과 정신에 고루 좋지 않은 습관이라서 지금은 타이머을 이용해 계속 쉬어가며 합니다. 지금은 글쓰기를 15분, 30분, 45분 정도로 나눕니다. 초보자라면 <5분만 쓰겠어!> 하는 식으로 시간을 짧게 가져가도록 합니다. 시간이 길어지면 혼돈의 카오스에 빠져들기 쉬워요. <도대체 내가 지금 무슨 헛소리를 쓰다가 빙그르르 구덩이에 빠진 거지?> 싶어본 분들은 아실 거예요. 그러므로 처음엔 단타로 갑니다.


저는 45분 정도 몰두한 후에는 일어나서 서성이고, 체조하고, 눈 감고 쉬고, 보드라운 것을 만지기도 하고, 막춤을 추기도 하고, 컴퓨터를 덮기도 하고, 단 것을 먹습니다. 일부러 태만하게 굽니다. 딴 짓을 합니다. 너무 잘 써져서 절대 일어나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합니다.


4시간 동안 써야 한다면, 4시간을 8조각으로 나눕니다. 그러면 내 눈 앞의 1조각만 보게 됩니다. 한 단락만 쓰자고 마음 먹습니다. 사이사이 ‘글쓰지 않는 자아’의 활동들을 끼워 넣으면, 4시간의 집중 후에 탈력감이 없고 다음에 또 쓰고 싶어집니다. 이게 꾸준히 쓰는 힘의 핵심입니다.


글쓰기는 ‘정신적 과잉’ 활동입니다. 쓰는 동안 감수성도 감각도 과잉이 됩니다. 중간 중간 쉬면서, ‘과열된 정신’을 돌보면, 다 쓴 후에도 내 글이 ‘후져’ 보이지 않게 됩니다.


적어도 2시간 정도 글을 쓴 뒤에는 내 글을 내가 평가할 에너지가 없습니다. 판단하지 못해요. 그러면 무조건 그 글을 받아들여야 해요. 잘썼네, 못썼네 판단하는 대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는가’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부족한 부분의 수정은 다음날, 과열된 정신이 식은 상태에서 하는 거죠.


2 뇌를 속이기: 명상, 운동, 장소 이동….

글쓰기의 앞뒤, 쓰기 전의 검열과 쓴 후의 ‘기분 더러움’을 없애기 위해 뇌를 속이는 방법입니다.


a. 한 편을 쓴 후에 다른 장소로 옮기기

저나 글쓰기 동료, 수강생들이 자기 서사를 쓰고 난 후, 종종 기분이 가라앉는다고 합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이슈를 쓰고 난 후에는 그렇지 않고요. 슬픔이나 분노에 대해 쓴 후에는 그렇습니다. 집에서 썼다면 저는 집을 나가버립니다. 그것만으로도 50%정도는 그 기분을 잊습니다. 그러면 탈력감이 감소합니다. 다음에 다시 쓸 수 있습니다. 뇌는 단순해요. ‘괜찮네?’ 싶어도 나와버립니다. 뇌가 나를 속이기 때문에...


b. 쓰기 전에 운동 :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를 위해서입니다. 운동 후에 바로 쓰면, 문장이 날렵해지는 것을 봅니다. 시나리오작가, 소설가 중에 새벽 등산 후 바로 쓰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쓰기 전 10분 눈감고 명상도 효과가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내밀하고 독창적이 됩니다.


c. 만트라: 저는 글쓰기를 한 뒤 속으로, 또는 소리내어 ‘Who cares?’ 를 활용합니다. 혹은 ‘I don’t care’. 가족에 대해 쓸 때, 가족에 대해 또는 독자(‘이상한 여자네…?’ 라는 환청) 등의 미묘한 불편과 죄책감을 이겨내는 데 좋더라고요. 뇌는 단순해요. 꼭 해 보세요. 다정한 말이 맞는 부류와 욕설이 맞는 부류가 나뉘겠지요? :)


3. 책이나 영화의 한 부분을 인용해 내 이야기를 할 것

자기서사를 쓸 때 ‘옷’을 활용하면 좀 안전해져요. 소설이나 에세이보다는, 리뷰를 쓰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또한 자기노출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것이므로 리뷰쓰기로 트레이닝을 하다가, 훨씬 편안해졌을 때, 진짜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


4 사실을 다루는 문장을 탄탄한 흐름에 따라 쓰는 법

문체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필사를 권합니다. 두세 단락만 짧게 필사하는 것도 좋습니다. 너무 긴 챕터는 반드시 잘게 나누어서 해야 해요. 저는 팔이 아파서 소리내어 읽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외국어 공부와 유사하다고 보면 돼요. 예컨대 문법의 1형식 2형식을 설명할 줄 안다고 문장을 말하고 쓸 줄 아는 건 아니고, 외국어 문장의 패턴을 계속 따라하고 그러다 보면 외워지고 실전에서는 (글쓸 때는)내가 하고 싶은 주제를 적용해 말을 하게 되는 거죠.


아주 가끔 필사를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보는데요. 그 경우라면, 베껴쓰기 말고, 문장 구조만 따와서 내 주제를 넣어 새로 쓰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그렇게 자기 문체를 만든 작가를 여럿 보았습니다.


추천하는 필사 책!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김원영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민경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 등. 혼자 시작하는 것이 부담 되신다면 소글의 ‘작은필사반’도 추천 드립니다:)


5 글쓰기 도구를 활용해 보기

마인드맵, 워크플로위, 스크리브너 등의 글쓰기 툴도 도움이 됩니다. 마인드맵은 글의 정보 조직에 좋습니다. 메모 모으기, 메모들을 보며 아이디어 조직하기에는 이런 앱들이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긴 글쓰기에 도움이 됩니다.


일기를 마인드맵이나 워크플로위 등으로 쓰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혼란스러울 때, 각각의 글감이나 논리, 근거 등이 여러 갈래로 뻗고 서로 연결되도록 하고 싶을 때, 이처럼 발견적 스키마에 입각한 도구들이 꼭 필요합니다.


6 글쓰기 플랫폼에 대해

SNS에 단발적 아이디어를 메모해 두며, 나중에 쓸 긴 글에 활용하는 작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저도 SNS는 양날의 검으로 보는데요. 가장 큰 장점은 ‘청자’가 있고 그 청자가 누구인지 내가 알 때 글이 날카로워집니다. 글의 톤앤매너와 글에 넣고 뺄 요소를 ‘선택’하면 글쓰기 속도가 무섭게 빨라지는데 그 점에서 ‘청자’가 필요합니다.


논리와 근거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를 SNS를 통해 가볍게 툭툭, 던져보면서 살이 붙이는 작가들을 여럿 봅니다. 단점은 내밀하게 발전시켜야 좋은 아이디어도 있는데, 서둘러 노출시켰기 때문에 시들해져서 긴 글로 쓰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커서 저는 글쓰기 도구로 적극 사용하는 편입니다.


7 자기 노출에 대해

글은 어쩔 수 없는 자기노출이라, 그것으로 인해 불안정해진다면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글을 노출하고, 타인의 코멘트를 듣는 오프라인 수업보다는 온라인, 익명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8 모닝페이지

글쓰는 시즌에는, 눈을 뜨자마자 ‘모닝페이지’를 적는다는 작가가 많아요. 쓰는 법을 잘 정리한 클립이 있어 링크를 올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wznLirrYO0




일대일 맞춤 첨삭 글쓰기 강의 <소글>은 매달 열립니다.

자세한 안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주세요:)

https://litt.ly/sog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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