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 좋아하는 옷? 엄마가 나에게 준 옷들이다. 중장년 여성들의 옷이 그렇듯 내가 사는 옷보다 몇배는 비싼 옷이라서 헐지도 않는다. 백년도 입겠다! 안 좋아한다면서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 옷들을 입는다. 이유가 있다. 입을 옷이 없는데, 새 옷을 사지 않아서다. 옷 쇼핑이 귀찮고 돈도 아깝다.
지금 내가 서울에 있지만, 본래 내가 사는 남프랑스에서는 여름에 늘 스파게티 끈이 달린 긴 원피스로 지냈다. 입는 데 10초 걸렸다. 팬티만 입고 그 원피스 속으로 들어간다. 끈 닿은 부분 외에는 몸에 붙지 않아 더위에 싸울 만 했다. 등이 파진 것이라면 더 환영이었다. 브라는 생략이다. 브라는 예쁜 것일 때만 한다. 파진 등 뒤로 보이면 예쁘니까. 매일 파랑, 빨강, 연두..색만 바꿔 입었다. 여름에 소매가 달린 옷을 입은 기억이 없다. 한국에선 그런 휴양지 옷을 입기가 영 어색하다.
오늘 입은 옷? 어제도 입은 품바 바지이다. 품바 바지의 조건 1. 고무줄 허리. 2 다리가 세 개는 들어가도록 넉넉하다. 3 각이 잡혀 있지 않고 헐러덩하다. 이런 타입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건 너무 편하다. 작업실에 올 때는 늘 이 품바바지에 손이 간다. 깜빡하고 요가복을 두고 온 날에도 요가 레슨에 갈 수 있다. 품바 바지와 함께라면 무적이다.
상의? 롤링스톤즈 앨범 표지 무늬가 새겨진, 역시 헐러덩한 흰색 벙벙이 티이다. 당근마켓에서 산 옷이다. 영국 국기 무늬와 뻘건 혓바닥 무늬가 어우러진 거라 100미터 밖에서도 흘깃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오늘사진 수업에서는 나만 다섯 컷 이상이 찍혀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00님이 아주 많이 찍혔네요?’ 나라도 이걸 찍고 싶겠어...다른 사람들은 베이지, 카키, 검정 정도였기 때문이다. 패턴이나 무늬가 든 옷을 입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엄마가 내게 옷을 준 이유? 많은 옷이 그녀가 당뇨 이슈로 15 킬로그램 정도를 감량했기에 입을 수 없게 됐다. 세상에! 나는 이 큰 사이즈가 맞아버리는 체중이 된 것이다. 어제는 달걀 넣은 열라면을 먹고 잤다. 홀로된 서울의 밤. 밤에는 허하고 고독하다. 오늘 밤엔 굶고 자야지.
[소글] 왕초보반 글쓰기 액티비티로 10분 동안, 손을 떼지 않고 쓰고 쓴 글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혹은 싫어하는) 옷을 떠올려 보세요. 그림으로 그리면, 기억이 더 디테일하게 떠올라요.
내가 그 옷을 좋아하는(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옷의 촉감, 색깔, 형태 두루 써 보세요.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쓰는 글쓰기 연습은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입니다. 시간 제한이 있어 완벽함보다는 솔직한 마음을 담게 되고, 꾸준히 하면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을 늘릴 수 있어요. 무엇보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글로 남기는 습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