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은솔 Oct 02. 2018

2020년은 꼰대를 거절한다.(클라우드 편)

오브젝트 스토리지(Object storage)는 수직적 시스템을 싫어해.

이번 글은 논리적 비약이 상당하므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우선하시는 분이나 임산부, 노약자께서는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다.

회사에서도 벌써 몇 차례의 후배를 받아 함께 일하고 있는 저는, 이른바 "젊꼰"의 대열에 들어선 직장인입니다.

몸서리치며 꼰대력을 비난했던 신입사원의 시절을 지나고 나면 새로운 젊은이가 그 신입 바통을 넘겨받습니다. 그렇게 선배가 되어 내가 졸업하고 나서야 대학에 입학했을 후배들과 함께 한 공간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역시 우리 때랑은 달라"라는 쉰내 나는 말을 내뱉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아차스럽지만, 이미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죠.

글과 상관없는 수메르 점토판/ 기원전 17세기 경

이런 세대 차이는 한낱 저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원전부터 풀지 못한 역사적 숙제이기도 합니다.

BC1700년경 수메르 점토판에서도, BC 300년경 그리스 아테네 유적에서도, BC 200년경 중국 한비자에서도 이러한 문장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꼰대>와 <요즘 것들> 간의 대립은 모든 문명의 유구한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것들이 그 옛날부터 버릇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이미 많은 사회학자들이 제시한 바로는 "사회는 계속 변하는데, 이전의 세대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주로 세대 간의 의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이 문장에서 가장 서두에 제공한 단서.

"사회가 변한다는 것"

이것은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관과 세계관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일어나는 사회적 변화를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다면, 나의 쉰내 나는 꼰대력을 조금이나마 줄여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요즘 기술이 가져올 시대관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클라우드는 수직문화를 거절한다.

클라우드 시스템은 전통적인 수직문화를 거절합니다. 클라우드 상에서의 파일 관리는 완전히 오브젝트화 되어, 더 이상 계층 시스템 구조를 따르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스마트폰에 익숙한 우리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상당히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다들 어디에 저장하시나요? 휴대폰에 저장된 채로만 두거나, PC에 저장하는 분들도 물론 있으시겠죠. 하지만 요즘은 네이버 클라우드나 구글 포토, 드롭박스, 혹은 아이클라우드와 같은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구글 포토나 아이클라우드는 휴대폰을 사면, 별다른 설정을 하지 않아도 동기화가 쉽게 되기도 하니까요.)


이 모든 것이 없었던 옛날 옛적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던 시절의 사진 보관 방법을 떠올려 봅니다.

사진관에 가서 인화를 하고, 그 사진을 두꺼운 사진첩에 하나하나 끼워 넣던 어릴 적에는 반드시 집에 와서 책장에 꽂혀있는 사진첩을 꺼내야만 추억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디지털카메라가 생기면서, 우리는 똑딱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 파일을 컴퓨터에 복사해서 저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리적인 사진첩이 내 컴퓨터 C드라이브 밑 "직박구리"폴더 아래에 위치하게 되었죠. 이때에도 우리는 그 사진을 확인하려면 컴퓨터를 켜고 폴더를 찾아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이제는 집에서 PC를 치워버리는 시대가 됐습니다. 내 폰에서 찍은 사진을 무료로 보관해준다는 네이버나, 구글과 같은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내 휴대폰에서도 바로 볼 수 있고 접속하는 계정만 공유한다면 우리 가족이 함께 서로 다른 스마트폰에서 같은 사진을 동시에 꺼내볼 수도 있습니다.

한 곳에 갇혀있었던 사진의 두 발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구성도 / Microsoft


또한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아주 특별한 날에만 사진을 찍는 것이었는데, 쉽게 지우고 쉽게 찍을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사진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어릴 때는 1년에 사진첩 한 권을 다 채우기도 힘들었는데, 똑딱이를 갖고 나서는 어디 여행만 다녀오면 "직박구리"폴더에 사진 파일이 백여 개 넘게 저장되기도 했습니다. 컴퓨터에 사진만 저장할 수도 없으니, 예쁘게 나온 사진만 남기고 나머지를 다 지우는 것이 밤새 해야 할 일이 되기도 했었죠.

그런데 요즘은 사진만 찍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사진보다 훨씬 파일 사이즈가 큰 동영상도 찍어 클라우드에 저장해버립니다. 그렇다면 네이버나, 구글, 애플은 이 어마어마한 고객의 사진과 동영상을 어떻게 모두 다 보관할 수 있는 것일까요? 전 세계에 데이터 센터가 많다고 하더니, 정말 그 데이터 센터로 지구를 덮을 기세인 걸까요?


클라우드 시스템 상에서의 보관 방법은 예전의 "직박구리" 폴더 시절과 완전히 다릅니다.

디렉터리 기준 파일 시스템

과거 우리가 사진 파일을 저장하는 방법은, 이미 완성된 photo1.jpg 파일을 사용자가 선택한 폴더에 한 번에 밀어 넣는 형식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C:\ 아래 사용자가 생성한 폴더 "직박구리"를 만들어 그 안에 저장합니다. 또 숨기고 싶은 동영상이 있는 경우에는 그 아래에 또 다른 폴더를 생성해서 숨겨놓기도 하죠.

이 구조는 컴퓨터의 관점에서 파일을 담는 하나의 단위인 "블록"을 저장한다고 해서, <블록 스토리지 : block storage>라고도 합니다. 또 시스템 구조 상으로는 계층형 파일 시스템 이라고도 명명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저장을 해야 했을까요? 우리 집엔 컴퓨터가 한 대 이기 때문이죠.

계층구조 파일 시스템에서는 정해져 있는 공간에, 내가 담고 싶은 데이터를 온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따라서 저장한 파일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찾고 정리하기 위해서, tree형태의 디렉터리 구조가 생성되었고 우리가 쓰는 윈도우, 리눅스 등의 운영 체제에서는 이렇게 수직적 구조의 계층형 파일 시스템을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돈이 많습니다.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에 퍼져있고, 이 많은 서버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자에게 배분하고, 본인들이 만든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를 활용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인 네이버만 하더라도 가입한 계정 개수가 4천만 개를 넘는다고 합니다. 이 사용자들에게 클라우드 저장 공간을 계층형 파일 시스템 구조로 제공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사용자가 각각 필요한 폴더를 3개씩만 만들어도 1억 2천 개의 트리를 생성해야 하고, 사진을 보고 싶다고 요청하면 그 많은 폴더를 모두 검색해서 찾아야 합니다.

어마어마하죠?

오브젝트 형태로 분산되어 저장하는 데이터.

그래서 클라우드 시스템에서는 기존 수직적인 파일 시스템 구조가 아닌, "오브젝트 스토리지(Object Storage)"라는 개념을 들어 데이터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PC를 이용할 때처럼 하나의 사진을 하나의 서버 안에 위치한 한 디렉터리 안에 곱게 모셔두는 것이 아닙니다. 사용자가 업데이트 한 데이터를 조각조각 내어 전 세계에 분산된 각 서버에 필요한 만큼씩 쪼개서 저장합니다. 단, 여기에서는 트리구조가 필요 없습니다.

찢어진 데이터의 조각과 식별이 가능한 ID를 쌍으로 연결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원래 있었던 전체 데이터의 정보를 요약해 놓은 메타데이터까지 합쳐서 사이즈가 줄어든 하나의 묶음을 오브젝트 단위로 서버에 저장합니다. 그러면 이 서버에서는 오브젝트를 담아두고 있다가, 나중에 찾아달라는 메타데이터와 ID의 요청이 오면 트리 탐색이 필요 없이 가지고 있던 오브젝트를 그대로 꺼내 주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되니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방식이 몹시 쉬워졌습니다.

어디 밑에, 어디 밑에, 또 어디 밑으로 찾아 들어가야 하는 수직적인 구조를 과감하게 제거했습니다. 각 저장 공간에서는 이 데이터 조각과 저 데이터 조각이 어떤 상하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안전하게 보관하고, 다시 꺼내놓아야 할 때 짝을 맞춰 내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사실 아주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클라우드에서 오브젝트 스토리지 개념이 도입된 것은 비정형 데이터의 저장과 관리 때문입니다. 정해진 규격대로 저장하는 데이터가 아니라, 사진/음성/동영상/문장과 같이 뭐라 딱히 규격화하기 어려운 데이터들을 정형화시켜 저장하고 쉽게 탐색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죠.


같은 포즈로 셀카를 3장을 찍었다고 생각해봅시다. 나는 각 사진별로 미묘한 느낌의 차이를 다 알고 있습니다. 사진을 딱 보니 첫 번째는 지우고, 두 번째는 톤 보정을 하고, 세 번째는 눈을 좀 키워야겠습니다.

내 얼굴을 30년 넘게 보고 산 나는 세 가지 사진을 한 번에 찾아낼 수 있지만, 남편은 모릅니다. 내가 염색을 하고 와도 잘 모릅니다. 클라우드는 더 모르겠죠. 관심도 없을 겁니다.

따라서 이렇게 너무나 미묘해서 규격화시키기 어려운 데이터를 필요할 때 잘 찾아낼 수 있도록 적당히 정형화시켜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큰 데이터를 잘게 나눠 ID와 메타데이터로 묶어 저장하는 오브젝트 단위 데이터 저장 구조인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오브젝트 스토리지 클라우드 시스템에도 문제점은 있습니다.

내가 저장한 사진 파일을 자주 톤 보정 작업도 하고, 눈도 키워보고, 턱선도 수정하는 작업을 빈번하게 진행하려다 보면, 전 세계에 퍼져있는 모든 복제본이 업데이트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합니다.

이렇듯 기존 데이터를 너무 자주 수정해야 하는 작업에는 일부 단점이 존재하고 있습니다.(물론 네트워크 속도, 하드웨어 속도가 상당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개인의 사용상에서는 큰 부담이 없습니다.)

따라서 데이터의 양과 질, 활용 방식에 따라 스토리지 방식을 기존의 파일 시스템 형식으로 저장할지, 오브젝트 스토리지 방식을 선택할지 적절하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적인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업 현장에서는 데이터 저장, 시스템의 운영, 프로그램 개발에 이르기까지의 산업의 전 흐름에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클라우드 확장세에 발맞춰 네이버에서도 클라우드 플랫폼 사업에 상당히 주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네이버 직원이 아닙니다.;;)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서는 Object Storage 를 판매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경우는 아마존 웹서비스나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사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상당 부분 도입했습니다.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개별 기업이 갖고 있는 방대한 자원을 수요의 변화에 따라 아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고,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상당히 크기 때문입니다. 즉, 기존에는 데이터의 저장에서부터 관리, 보관, 활용에 이르는 전 구간을 개별 기업에서 신경 써야 했다면,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Iaas, Paas, Saas 범위에 따라 신경 써야 할 구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layer(Iaas - Paas - Saas) 별 자원관리 범위 / source : BMC

Iaas(Infrastracture as a Service) : 필요한 만큼의 컴퓨팅 인프라를 사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Paas(Platform as a Service)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개발할 때 필요한 플랫폼까지 제공하는 클라우드.

Saas(Software as a Service) : 완전히 클라우드 환경에서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개인에게 가장 친숙한 클라우드 서비스는 Saas 방식일 것입니다. 드롭박스나 N드라이브와 같은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가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고, 중앙에서 소프트웨어를 관리하고 있어 사용자는 비용만 지불하면 원하는 만큼의 저장 공간을 할당받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 도입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로는 Iaas 방식이 많습니다. 이미 자체 프레임웍을 이용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클라우드로 구성된 개발 플랫폼을 새로 구축하는 것은 또 다른 비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는 가상 서버, 스토리지와 같은 기존 데이터센터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클라우드에 올려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나는 클라우드 세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나?

이제는 수직적 계층 시스템을 탈피한 오브젝트 스토리지의 시대가 열렸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세계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이미 수평적 사고로 무장한 클라우드형 닝겐들이 속속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까라면 까"라는 식의 고전적인 꼰대의 운영 방식은 더 이상 환영받을 수 없습니다. 또한 지금 이 시점에서 새로운 서비스 정책을 만들고, 개발을 진행해야 할 저 역시도 고전적인 사고방식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인간사회에서도 수직적인 구조는 정렬과 관리의 측면에서 유용한 면이 있지만, 그만큼 경직된 관계와 상하 간 갈등이 문제가 되어왔습니다. 그에 비해 수평적인 사회 문화에서는 너와 나의 다른 점이 줄곧 충돌하다 보니, 그만큼 관계를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내가 경험한 과거의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항상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듣기에 불편한 남의 의견도 존중하면서 경청하고, 계급장과는 별개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때 진짜 클라우드 세대가 될 준비가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마존 시총이 1조달러를 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