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이시지만, 나보다 젊은 영감님의 뼈때리는 말씀
70세 선배님과의 식사는 연락부터가 너무 긴장되는 일이었다. 22살이 만나주십사 연락을 드리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걱정에 걱정을 거듭하다 만나뵌 영감님은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누구보다 젊으신 분이셨다. '젊음'이 새로운 생각을 끊임없이 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이분의 젊음은 내가 진짜 젊은가를 반문하게 해주었다. 영감님을 찾아갔을 때는 한창 아랍 공부에 회의감이 들고 목적과 방향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제껏 공부했던 문화가 궁금했고 내 눈앞에서 사람들을 보고 문화를 느껴보고 싶어 어학연수를 고민하던 시기였다.
영감님은 참 대단한 이력을 가진 분이시기도 했다. 행정고시를 합격하시고 다시 월드뱅크에서 일하시다, 40살이 되면 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실제로 그 해에 그만두셨다. 그 뒤엔 미국에서 컨설팅 펌을 운영하시다가 지금은 한국에서 운영하고 계신다. 그런 분이셔서 더 그분께 진로를 여쭤보며 도전의 에너지, 그 이전 큰 목표, 선택의 갈림길에서 의사 결정 포인트가 무엇인지 여쭙고 싶었다. 나의 상황을 장황히 설명드리고 많은 질문을 드린 후 처음 하신 답은 의문형이었다.
"너 남자친구는 있냐? 복잡하게 살지말고 재밌고 행복한게 뭔지나 생각해."
잠시 당황했지만 다시한번 선배님도 이런 질문끝에 커리어를 만드신것 아니셨어요? 라고 반론해보았다.
"난 내가 재미있는대로만 했는데? 단 하나 있다면 다른건 다 모르겠고 나한텐 세상을 제일 많이 아는게 성공한 사람이야. 그래서 궁금해보이는 건 다했어. 20대여도 할머니 같은 애들이 너무 많아. 질문도 없고 risk taking하는걸 너무 무서워하잖아. 길이 없는 것 같지? 틀리면 돌아나오면 돼. 단, 틀렸다 결론 내기 전에 한번 선택하면 끝까지 가보는거지. 맞을까 틀릴까 고민하면서 시간낭비만 하지마."
나는 아주 심한 결정 장애가 있고 가끔 고민의 무게에 짓눌려버려서 다 포기하고 싶기까지 하다. 이걸 말씀드렸더니 하시는 말씀,
"네가 고민하는 이유? mistake만들기 싫어서야. 근데 trial과 mistake의 반복이 삶이야."
영감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내 고민의 기저에는 늘 이때가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가장 좋은 선택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좋은 선택의 기준은, 후회하거나 실수를 인정하기 싫은, 나름의 완벽함이 아니었나 싶다. 영감님 말씀을 듣고 실제로 요르단에 갔고, 후회되는 순간들이 없진 않았지만 인생에서도, 전공 공부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경험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게 궁금해하는 상태보다 훨씬 낫다는 것과 도전이 주는 에너지와 가치가 얼마나 큰 지 새삼 느꼈다. 그 깨달음은 날마다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하는 영감님, 말레이시아 서핑을 즐기시는 우리 영감님이 주신 큰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