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시어머니가 울 엄마보다 더 좋을 때도 있다니깐!!
시월드와 함께하는 가족엠티..
어서 와!! 시월드 패밀리 30명이 함께하는 엠티는 처음이지??
20대 후반까지 저는 비혼주의였습니다.
기고만장하던 서울깍쟁이가 남편을 만나서 결혼을 하고..
비혼주의에서 결혼까지의 스토리를 언젠가 소개할 기회가 온다면 할 말이 참 많겠지만 잠시 접어두고요..
우리 부부는 결혼 1년 만에 몽이를 출산했습니다.
결혼기념일 이틀 후가 몽이 생일이니까 거의 신혼 초에 곧바로 임신에 성공한 축복을 받았지요.
그 후로는 피임을 특별히 하지 않았지만 둘째는 찾아오지 않았고, 우리는 세 식구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몽이가 강력하게 동생을 원하지 않았어요.
몽이의 간절한 바람을 들어주신 그분의 뜻이겠지요.
몽이를 출산한 시기가 9월 말 추석 연휴 기간이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명절 상차림을 하지 않고 최초로 서울에 손자를 보러 와서 무척 기뻐하셨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시할아버지, 시할머니도 증손자를 보신다는 기쁨에 기꺼이 맏며느리(우리 시어머니)가 명절에 집을 비우는 것을 허락하셨지요.
몽이가 아기 때부터 세 식구만 여름휴가를 보내는 것보다 어른 한 명이라도 더 손을 보태면 조금 더 여유 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서울 며느리는 매년 시누이 부부와 시부모님까지 3대가 함께 가족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때부터 가족 계를 꾸준히 모아서 여행 경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에는 외식비 지출로 야무지게 사용해 왔지요.
몽이가 5세쯤 되었을 때도 한번 시월드 엠티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다 같이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고 신나게 먹고 놀고 또 먹고, 지금은 어른들 키를 넘어 훌쩍 자란 아이들의 꼬꼬마 시절 꼬물꼬물 재롱잔치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추억이 있습니다.
10년 만에 두 번째 시월드 엠티가 소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근무하는 직장에 갑작스럽게 퇴사한 직원으로 인해 업무 공백이 생겨서 개인 휴가를 취소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엠티 1주 전, 신규 채용에 성공하면서 시월드 엠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상황이 반전되어 이걸 기뻐해야 할지, 아쉬워해야 할지 잠시 고민이 되기도 했지요. 후훗.
시월드 엠티의 멤버는 우리 어머니의 형제, 자매들의 가족으로 구성된 4 가족 3대가 모두 모이는 엄청난 인원이었습니다.
강화도의 엠티 전용 대형 펜션에 우리 가족들이 모두 집합하였지요.
10년 전에 유아용 튜브 끼고 놀던 아가들은 훌쩍 자란 청소년이 되어 쭈뼛쭈뼛 인사를 나누고, 그때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뉴비 쪼꼬미들도 등장해서 한층 더 다양한 연령대가 대통합을 이루는 엠티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이번 시월드 엠티에서 며느리는 저를 포함 단 2명, 하지만 우리 가족은 딸들이 항상 먼저 나서서 열심히 일을 도맡아 하는 참 아름다운 문화를 가진 패밀리입니다. 네, 자랑 맞아요. 하핫.
만약 시월드 엠티가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면 2박 3일이라는 시간이 아마도 며느리 2명에게 (저는 상여자 며느리 1번, 쿨내 진동하는 며느리 2번도) 괴롭고 회피하고 싶은 자리였을 테죠.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불참을 외쳤겠죠!!
우리 가족의 막강한 능력자 막내 시이모님은 대용량 요리에 탁월하셔서 삼시세끼 고퀄 요리를 제공해 주시고 다이어터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맛깔스러운 간식까지 끊임없이 누리는 놀라운 먹방의 연속이었습니다.
가족 엠티를 위해 레크리에이션을 준비하는 서방님이 계시고 누구보다 게임에 진심인 가족들이 뭉치니 재미나게 즐길 수 있었어요.
우리 집 몽이는 요즘 좌충우돌 사춘기를 겪고 있기에 그의 감정의 소용돌이를 존중하며 가족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짜증이 나서 혼자 방에서 울기도 하고 또 탁구와 족구를 같이 하면서 땀 흘리는 시간을 즐기기도 했지만 또 갑자기 다운돼서 혼자 방에 들어가서 베이스 기타를 치기도 하고요..
우리 패밀리 며느리 2번은 학교에서 상담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몽이의 맥락 없는 행동과 감정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족들과 더불어 며느리 2번의 격려와 응원으로 몽이는 안정을 찾는 듯해 보였습니다.
몽이가 이런 가족 행사에 따라와 준 것만으로도 너무나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낌없이 쏟아부어주었죠.
이해하기 어려운 몽이의 감정과 태도를 보며 울컥 화가 날 때도 있고 외면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가족들의 진심 어린 배려와 이해를 통해 엄마의 분노를 내려놓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은은하지만 강력한 사춘기 아들과 함께하게 될 앞날이 여전히 두렵습니다. 저 잘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