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먼지다. 가벼운 입자,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내가 무엇이었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빛이 나를 통과한다. 나는 그것을 기억한다. 아니, 기억하게 될 것이다. 아니, 지금 기억하고 있다. 시제가 혼란스럽다. 여기서는 시간이 그렇게 작동하지 않으니까.
"이 삶을 택하겠는가?"
누군가 묻는다. 목소리는 없지만 질문은 분명하다. 나는 아직 대답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먼저 보고 싶다. 내가 무엇이었는지, 무엇이 될 것인지.
빛이 처음으로 나를 스쳤을 때, 나는 울음소리였다. 작고 날카로운. 병원 형광등 아래, 의사가 내 몸을 들어올렸다. 살이 공기에 닿는 충격. 폐가 처음으로 팽창하는 고통.
"축하합니다, 딸입니다."
엄마의 얼굴은 희미했다. 땀에 젖고, 지쳐 있었지만, 미소를 지었다. 아빠는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았다. 그들은 나를 기다렸다. 오래. 나는 그들의 기다림이었다.
첫 번째 장면에서, 나는 가능성이었다. 완전한 씨앗. 어떤 꽃으로 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지금, 먼지가 된 나는.
여덟 살, 나는 별을 발견했다.
"우주는 얼마나 커요?"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웃으며 말했다. "무한대야."
"무한대가 뭐예요?"
"끝이 없다는 뜻이야."
"끝이 없다고요? 그럼 우주 끝에 가면 뭐가 있어요?"
"끝이 없으니까, 끝에 간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거야."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었다. 책에도, 학교 수업에도, 여름 방학에도 끝이 있었다.
그날 밤,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끝이 없는 것. 영원히 계속되는 것. 그리고 별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어쩌면 내가 지금 보는 별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시간이 갑자기 이상하게 느껴졌다.
열여섯, 나는 첫사랑을 경험했다.
민준이의 웃음소리는 수학 공식보다 복잡했다. 그의 눈을 바라볼 때마다 내 심장은 불규칙한 리듬을 타고 뛰었다. 우리는 학교 옥상에서 도시락을 나눠 먹었다. 그는 물리학을 좋아했고, 나는 그의 열정에 매료되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그가 말했다. "관찰하기 전까지 입자는 모든 가능한 상태에 동시에 존재해."
"그게 무슨 말이야?"
"보기 전에는 여러 가능성이 공존한다는 거지. 네가 날 보기 전에, 난 어떤 사람이었을까?"
"음... 모르겠어."
"나도 몰라. 네가 날 보기 전의 나와, 본 후의 나는 달라. 네 시선이 날 만들어."
나는 웃었다. "그럼 내가 없으면 넌 존재하지 않는 거야?"
"어떤 의미에선 그렇지." 그가 진지하게 말했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네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어."
첫사랑은 그렇게 왔다가, 대학 입시와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민준이의 말은 내 안에 남았다. 관찰자와 관찰 대상 사이의 연결.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스물넷, 나는 천체물리학자가 되기로 했다.
별의 탄생과 죽음을 연구했다. 천체의 수명은 그것의 질량에 반비례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가장 짧게 산다. 그들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폭발적으로 죽는다. 반면, 작고 희미한 별들은 조용히, 오랫동안 빛난다.
어느 날 밤, 망원경으로 초신성의 잔해를 관측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보는 것은 과거다.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의 과거. 그 별은 이미 죽었지만, 그 죽음의 빛이 우리에게 닿는 순간, 우리의 현재가 된다. 그때 첫사랑의 말이 떠올랐다. 관찰자와 관찰 대상. 내가 이 죽은 별을 볼 때, 그 별은 내 안에서 다시 살아난다.
서른, 나는 결혼했다.
그는 생물학자였다. 우리는 서로 다른 우주를 연구했다—나는 거시적 우주를, 그는 미시적 생명체를. 하지만 우리는 같은 질문을 품고 있었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인간의 몸은 별의 먼지로 이루어져 있어." 내가 말했다.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 먼지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생명이 돼."
우리는 서로의 몸에서 우주를 발견했다. 그의 심장 소리는 펄서(pulsar: 빠르게 회전하며 규칙적인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중성자별)처럼 규칙적이었고, 내 호흡은 별의 수축과 팽창 같았다.
마흔셋, 나는 암 진단을 받았다.
내 몸의 세포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통제를 벗어난 생명력. 역설적이게도, 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생명의 과잉.
치료는 고통스러웠다. 화학요법은 내 몸에서 별의 폭발 같은 반응을 일으켰다. 나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남편은 내 손을 잡고 있었지만, 그의 온기가 점점 멀게 느껴졌다.
"너는 사라지지 않을 거야." 그가 말했다. "빛처럼, 네가 만든 파동은 계속해서 우주를 여행할 거야."
나는 미소 지었다. 에너지는 생성되거나 소멸되지 않는다. 다만 형태를 바꿀 뿐.
"내가 먼지가 될 때," 내가 말했다. "그 먼지가 빛을 반사할 거야. 그럼 난 빛의 일부가 돼."
"넌 항상 빛이었어."
마흔다섯, 나는 죽었다.
마지막 순간, 갑자기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시간은 강처럼 흐르는 것이 아니라, 풍경처럼 펼쳐져 있었다. 내 삶의 모든 순간들이 동시에 존재했다. 첫 울음소리부터 마지막 숨소리까지.
나는 그것을 한 번에 볼 수 있었다—내 삶이라는 풍경을.
죽음은 끝이 아니었다. 다른 관점의 시작이었다.
나는 먼지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입자. 한때 내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한다.
육체가 분해된 후, 내 원자들은 자유롭게 되었다. 탄소, 수소, 산소, 질소... 별에서 태어나 별로 돌아갈 원소들. 나의 일부는 흙이 되어 꽃을 피웠고, 일부는 공기 중에 떠다니며 빛을 반사했다.
여기서는 시간이 달리 흐른다. 모든 순간이 동시에 존재한다. 내가 태어나기 전과 죽은 후가 같은 지점에서 만난다. 이제 나는 이해한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내가 무엇인지.
"이 삶을 택하겠는가?"
질문이 다시 들려온다. 이제 나는 대답할 준비가 되었다. 내 삶의 모든 기쁨과 고통, 사랑과 상실, 깨달음과 혼란을 보았다. 짧지만 밝게 빛난 별처럼, 나는 내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리고 대답한다.
"네, 저는 이 삶을 선택하겠습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첫 울음소리가 된다. 작고 날카로운. 병원 형광등 아래, 의사가 내 몸을 들어올린다. 살이 공기에 닿는 충격. 폐가 처음으로 팽창하는 고통.
"축하합니다, 딸입니다."
엄마의 희미한 미소. 아빠의 눈물. 그들은 나를 기다렸다. 오래. 나는 그들의 기다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에는 알고 있다. 내가 씨앗이자 먼지라는 것을. 내가 빛의 일부라는 것을. 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지를.
나는 반짝인다, 먼지처럼.
나는 자란다, 씨앗처럼.
나는 펼쳐진다, 시간처럼.
나는 존재한다, 가능성처럼.
그리고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된다.
"이 삶을 택하겠는가?"
영원히, 나는 "네"라고 대답할 것이다.
《먼지의 반짝임》은 영화 '컨택트(Arrival)'를 본 후 얻은 깊은 통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영화 '컨택트'의 핵심 개념은 시간의 비선형적 인식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10분에서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며 드러나는 반전은 큰 충격과 함께 시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렸습니다.
영화는 '만약 인생을 전부,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있다면, 나는 그 삶을 바꿀까?'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러한 통찰은 '모든 인간은 자신의 끝(죽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현재를 살아간다'는 인생의 유한성에 대한 깨달음으로 발전했습니다. 우리는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반짝이기를 선택한 존재들입니다. 여기서 "먼지가 되기 전에 어떻게 반짝일 것인가?"라는 작품의 핵심 질문이 탄생했습니다.
'컨택트'를 통해 저는 은은하게 시작하여 독자를 계속 궁금하게, 생각하게 만들고, 후반부에서 모든 것이 연결되는 구조의 힘을 깨달았습니다. 따라서 '사후세계의 먼지 시점' 또는 '발아 전 씨앗의 시점'이라는 독특한 서술 관점을 통해, 독자들이 처음에는 의문을 가지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시작 장면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구조를 구상했습니다. 이는 '컨택트'에서 영감을 받은 퍼즐식 구성으로, 독자에게 처음부터 큰 그림을 보여주지 않고 조각들을 하나씩 제시하여 마지막에 모든 것이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아직 '컨택트'를 보지 않은 분들께 꼭 이 영화를 감상해보길 권합니다. 시간, 언어, 지각, 그리고 선택에 대한 이해를 뒤흔드는 이 작품은 우리를 더 깊은 사유의 여정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끝을 알고도 시작을 선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제 삶의 태도를 꿰뚫는 물음이 되었습니다. 《먼지의 반짝임》은 이런 존재론적 통찰이 창작의 원동력이 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