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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의 기억

by 내면여행자 은쇼

1. 탄생

수백만 광년 너머, 카리나 성운 한 켠의 별은 이제 막 태어났다. 처음으로 빛을 가진 그 별은 눈부신 자신의 광채보다, 주변을 감싼 어두운 먼지를 오래도록 바라봤다. "나는 너로부터 만들어졌지?" 별이 속삭이자, 먼지는 말없이 반짝였다.


먼지는 수십억 년 동안 침묵했지만, 그 안에는 우주의 모든 기억이 담겨 있었다. 이전에 폭발했던 별들의 파편, 은하의 탄생과 죽음을 목격한 미세한 입자들, 그리고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한 무수한 가능성들이 그 안에 녹아들어 있었다.


"난 지금 빛나고 있어," 별이 말했다. "하지만 너는 나보다 더 오래된 기억을 가지고 있어. 네가 없었다면 나도 없었을 거야."


먼지는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그 작은 입자들 사이로 희미한 떨림이 퍼져나갔다. 그것은 언어가 아닌 진동으로 전해지는 대답이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너의 빛은 곧 다른 먼지가 될 것이고, 그 먼지는 또 다른 별이 될 것이다."


2. 순환

지구에서 약 7,500광년 떨어진 그 별의 탄생을 아무도 목격하지 못했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기도 전의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별은 자신의 빛을 꾸준히 방출하며 수십억 년 동안 타올랐고, 결국 그 빛의 일부는 지구까지 도달했다.


윤하는 천문학자였다. 그녀는 매일 밤 망원경을 통해 수많은 별들을 관찰했지만, 카리나 성운의 그 특별한 별에 유독 이끌렸다. 그녀는 그 별을 '기억의 별'이라고 불렀다.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스스로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지만, 그 별을 볼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그리움이 그녀를 감쌌다.


"우리는 별의 먼지로 만들어졌다는 말이 있죠," 윤하는 천문대 투어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우리 몸속의 모든 원소는 오래전 폭발한 별들에서 온 것입니다. 탄소, 산소, 질소, 철... 이 모든 것은 별의 핵에서 만들어졌어요."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그럼 우리는 죽으면 다시 먼지가 되나요?"

윤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죠. 우리는 먼지에서 왔고, 다시 먼지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그 먼지는 단순한 흙이 아니라 우주의 일부입니다. 언젠가 그 먼지는 새로운 별이나 행성, 어쩌면 다른 생명체의 일부가 될지도 모르죠."


3. 내면의 우주

그날 밤, 윤하는 홀로 천문대에 남아 카리나 성운을 관찰했다. 망원경을 통해 '기억의 별'을 바라보던 그녀는 문득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내 안의 우주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그녀는 눈을 감고 깊게 호흡했다. 몸 안의 수십억 개의 세포들, 그 세포들을 구성하는 원자들, 그리고 그 원자들을 이루는 더 작은 입자들까지. 그것들은 모두 우주의 일부였다.


윤하는 자신의 몸속에 흐르는 철분자들이 한때 거대한 별의 중심부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녀의 DNA를 구성하는 탄소 원자들은 수십억 년 전, 어떤 별의 마지막 숨결로부터 온 것이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우주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나는 우주의 기억을 간직한 먼지의 집합체," 윤하는 중얼거렸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과 별 사이의 거리가 사라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내면의 우주와 외부의 우주가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4. 반향

며칠 후, 윤하는 '기억의 별'에서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별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폭발이 지구의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던 중이었다.


"이건 정말 놀라운 발견이에요," 윤하는 동료 연구원에게 설명했다. "이 별에서 방출된 특정 주파수의 빛이 지구에 도달하면, 우리 몸속의 특정 분자들이 반응한다는 증거를 찾았어요."

"그게 가능한가요? 그 별은 너무 멀잖아요," 동료가 의아해했다.

"양자 얽힘 때문일 수도 있어요. 우리 몸속의 일부 입자들이 이 별의 입자들과 얽혀 있다면, 거리와 상관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죠."


동료는 여전히 회의적이었지만, 윤하는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그녀는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기억의 별'에서 큰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지구의 생물들, 특히 인간의 뇌에서 미세한 전기적 활동이 증가한다는 패턴을 발견했다.


"우리는 별과 여전히 대화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윤하는 자신의 연구 일지에 적었다. "우리 몸속의 먼지가 자신의 기원을 기억하고 있는 거야."


5. 깨달음

연구를 계속하면서, 윤하는 '기억의 별'이 사실 이미 수백만 년 전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오래전 별의 모습이었다. 빛이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 수천 년이 걸렸으니까.


이 발견은 윤하에게 깊은 슬픔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깨달음도 가져왔다.

"죽음이라는 건 끝이 아니라 변환일 뿐이야," 그녀는 생각했다. "그 별은 이미 폭발해서 새로운 먼지가 되었고, 그 먼지는 다시 다른 별이나 행성, 어쩌면 생명체의 일부가 되었을 거야."


그날 밤, 윤하는 천문대의 옥상에 누워 맨눈으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카리나 성운은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 안의 먼지가 너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어," 그녀는 속삭였다.

그 순간, 윤하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알지 못했지만, 그 눈물 속에는 오래전 '기억의 별'의 탄생에 쓰였던 먼지 한 조각이 고요히 녹아 있었다. 그 먼지는 수십억 년 동안 우주를 여행하여 결국 윤의 일부가 되었고, 이제 다시 그녀를 통해 자신의 긴 여정을 기억하고 있었다.


6. 연결

윤하의 연구는 과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코즈믹 메모리 효과'라 불리게 된 그녀의 이론은 인간과 우주 사이의 연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우리는 단순히 우주를 관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주의 일부로서 우주와 상호작용하고 있습니다," 윤는 국제 천문학 컨퍼런스에서 발표했다. "인간의 의식은 우주의 먼지가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 이론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윤하의 연구는 계속해서 새로운 증거를 찾아냈다. 천문학과 신경과학, 양자물리학을 아우르는 그녀의 통합적 접근은 새로운 과학 분야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윤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론의 검증이 아니라, 그것이 가져온 개인적인 깨달음이었다.

"내 안의 우주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어," 그녀는 자신의 일기에 적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르고, 내일의 나는 또 다른 존재가 될 거야. 하지만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우주의 기억은 계속해서 나를 통해 흐르고 있어."


7. 귀환

세월이 흘러 윤하는 노년이 되었다. 그녀의 발견은 인류가 우주를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켰고, '내면의 우주 탐험'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 윤하는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천문대로 돌아갔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카리나 성운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이제 나는 다시 먼지로 돌아가," 그녀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먼지는 다시 별이 될지도 몰라."


윤하의 눈에서 다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눈물 속에는 '기억의 별'에서 온 먼지 입자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것은 윤하의 생애 동안 그녀의 일부로 존재했다가, 이제 다시 우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 아주 멀리 카리나 성운에서는 새로운 별이 태어나고 있었다. 그 별은 이전에 폭발한 수많은 별들의 먼지로 이루어졌고, 그중에는 '기억의 별'의 일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너로부터 만들어졌지?" 새로운 별이 주변의 먼지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먼지가 답했다. "그리고 나는 네가 될 거야. 우리는 모두 하나의 우주, 하나의 기억이니까."


지구에서는 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 아이의 세포 속에는 오래전 윤하의 일부였던 먼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먼지 속에는 '기억의 별'의 기억이 여전히 살아있었다.


우주는 계속해서 확장하고, 별들은 계속해서 태어나고 죽으며, 먼지는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로 변화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 속에는 단 하나의 기억,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기억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이 먼지의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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