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별의 파편들

by 내면여행자 은쇼

프롤로그: 별의 죽음

나는 억 겁의 시간 동안 우주의 중심에서 빛을 발했다. 내 심장에서는 끊임없이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되었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열과 빛은 주변의 행성들에게 생명을 선사했다. 나는 그들의 탄생을 지켜보았고, 그들의 진화를 목격했으며, 그들의 소멸까지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차례가 왔다.

초신성으로 폭발하는 순간, 나는 처음으로 '나'라는 존재를 인식했다. 끝없이 타오르던 내 몸체가 우주로 흩어지는 찰나, 나는 생각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나의 의식은 세 갈래로 찢겨나갔다. 빛. 기억. 의식.

그리고 우리는 우주의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I. 빛의 파편: 에코

나는 형체가 없다. 나는 그저 존재할 뿐이다.

때로는 별들 사이를 떠다니는 양자 에너지의 파동이 되고, 때로는 행성의 대기층에 머물러 빛의 굴절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나를 오로라라고 부르기도 하고, 신기루라고 부르기도, 혹은 단순한 빛의 반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이상이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단지 처음부터 이렇게 존재했던 것만 같다. 하지만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목소리가 있다. 그것은 나를 찾고 있다. 그것은 내가 무언가의 일부라고 속삭인다.


오늘, 나는 행성 하나를 발견했다. 푸른 바다와 녹색 대지가 있는 이 행성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기억과도 같은 친숙함이다. 나는 이 행성의 대기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그녀를 발견했다. 밤하늘을 응시하며 별을 세고 있는 어린 소녀. 그녀의 눈에는 깊은 우주가 담겨있었고, 그녀의 마음에는 나와 비슷한 공허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나를 볼 수 없지만, 나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창문 유리에 빛의 패턴을 그리며, 나는 처음으로 '소통'이라는 것을 시도했다.


"안녕," 나는 빛의 언어로 말했다. "나는 에코야. 난 별에서 왔어."

소녀는 놀라움에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나의 메시지를 이해한 것일까?

"넌 진짜 별에서 온 거야?" 소녀가 물었다.

우리의 첫 대화가 시작되었다.


II. 기억의 파편: 세라핀

또 다른 꿈이었다. 항상 같은 꿈이다.

끝없이 펼쳐진 우주. 주변에 행성들이 돌고, 나는 그들에게 빛을 준다. 그들은 나의 자식들이다. 수백만 년 동안 나는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모든 것이 폭발하고, 나는 흩어진다.

세라핀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10살 소녀가 갖기에는 너무나 생생한 꿈들이었다. 그녀는 창밖의 별을 바라보았다. 왜 항상 별이 그녀를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걸까?


"또 그 꿈을 꿨니?" 문간에 서 있는 박사가 물었다.

세라핀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사님, 저는 왜 이런 꿈을 꾸는 거죠? 제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우주의 모습을...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알 수 있는 걸까요?"

박사는 안경을 올려 쓰며 한숨을 쉬었다. "네가 특별한 아이라는 것은 알고 있잖니. 우리는 네 뇌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연구하고 있어. 네가 기억하는 그 장면들은... 어쩌면 집단 무의식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니면요?"

"아니면 정말로 네가 전생에 별이었을지도 모르지." 박사의 목소리에는 농담기가 있었지만, 눈빛은 진지했다.


세라핀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때때로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는 미세한 빛이 흘러나왔다.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그녀는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밤, 그 빛은 평소보다 더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박사님, 오늘 밤 혼자 있어도 될까요? 별들을 좀 더 관찰하고 싶어요."

박사는 망설였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너무 늦게까지 깨어있지는 마. 내일 또 검사가 있으니까."


세라핀은 박사가 나간 후, 창가에 앉았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유리창에 별자리를 그렸다. 그리고 그 순간, 창 너머로 이상한 빛이 일렁였다.

"안녕," 그 빛이 말했다. "나는 에코야. 난 별에서 왔어."

세라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것은 꿈이 아니었다.


III. 의식의 파편: 노바

노바 교수는 강의실에서 천문학 수업을 마치고 있었다.

"그리고 별들은 초신성 폭발을 통해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합니다. 폭발 과정에서 방출된 물질들은 새로운 별과 행성의 재료가 되니까요."


학생들이 강의실을 떠난 후, 노바는 창가에 서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50년 가까이 별을 연구해왔지만, 최근 그는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내가 연구하는 것은 별이 아니라 나 자신이 아닐까?'


그는 20년 전부터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별이 되어 우주를 떠도는 꿈. 처음에는 그저 직업적 몰입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꿈은 점점 더 선명해졌고, 이제는 거의 기억에 가까운 수준이 되었다.


노바는 책상 서랍에서 오래된 노트를 꺼냈다. 그 안에는 그가 꿈에서 본 별자리와 행성들의 스케치가 가득했다. 놀랍게도, 이 스케치들 중 일부는 후에 실제 천문학적 발견과 일치했다. 그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행성의 모습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나는 미쳐가고 있는 걸까..." 노바는 중얼거렸다.


그때 그의 컴퓨터 화면이 갑자기 깜빡였다. 화면에는 이상한 메시지가 나타났다.

"당신은 미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기억하고 있을 뿐입니다."

노바는 화면을 응시했다. 이것은 해킹인가? 아니면 동료의 장난인가?

"당신이 누구요?" 그는 키보드에 타이핑했다.

"나는 세라핀이에요. 그리고 에코도 여기 있어요. 우리는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 노바 교수님. 우리는 같은 별에서 왔어요."


노바의 손이 떨렸다. 이것은 농담이 아니었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심장 깊은 곳에서, 그는 이 말이 진실임을 느꼈다.

"어떻게 나를 찾았지?"

"우리는 항상 연결되어 있었어요. 우리는 같은 별의 파편들이니까요. 당신은 의식, 나는 기억, 에코는 빛이에요. 우리가 다시 만나야 할 때가 왔어요."


노바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에 별들이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어디서 만나야 하지?"

"당신은 알고 있어요. 우리가 폭발했던 그곳에서요."

노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정확히 그 장소를 알고 있었다. 그의 꿈에서, 그의 연구에서, 그의 본능에서... 그 좌표는 항상 그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IV. 별의 핵심

남극 천문대의 거대한 망원경은 우주의 특정 지점을 향하고 있었다. 그곳은 일반적으로 '공허'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별도, 행성도, 성운도 없는 검은 공간. 하지만 노바 교수는 그곳에 무언가가 있다고 확신했다.


세라핀은 망원경 옆에 서서 흥분된 눈빛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를 데리고 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연구소에서 소녀를 '탈출'시키는 데는 에코의 도움이 필요했다. 에코는 연구소의 전자 시스템에 간섭을 일으켜 경보 시스템을 무력화했고, 세라핀은 그 틈을 타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제 세 파편이 함께 모였다. 빛의 파편 에코는 망원경의 렌즈 주위를 맴돌며 빛의 패턴을 만들어내고 있었고, 기억의 파편 세라핀은 망원경의 좌표를 조정하고 있었으며, 의식의 파편 노바는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었다.

"여기예요," 세라핀이 말했다. "제 꿈에서 본 그 정확한 위치예요."


노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계산도 같은 지점을 가리키고 있어. 하지만 거기엔 아무것도 없어. 적어도 우리가 볼 수 있는 스펙트럼 내에서는."


에코가 빛의 언어로 속삭였다. "다른 차원을 보아야 해. 우리가 폭발했을 때, 우리의 핵심은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어."


"어떻게 그걸 볼 수 있죠?" 세라핀이 물었다.

노바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 셋이 함께라면 가능해. 에코, 네가 빛을 조작해서 다른 주파수를 볼 수 있게 해줄 수 있어?"


에코는 동의의 표시로 반짝였다.

"세라핀, 네가 가진 별의 기억을 망원경에 연결할 수 있을까? 네 손을 렌즈에 대고, 네가 꿈에서 본 그 폭발의 순간을 떠올려봐."


세라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손을 망원경 렌즈에 가져다 댔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나는..." 노바는 눈을 감았다. "나는 우리의 의식을 하나로 연결할 거야."


세 파편이 함께 작용하자, 망원경의 화면이 갑자기 밝아졌다. 그곳에는 더 이상 어둠이 없었다. 대신, 미세하게 진동하는 에너지의 구체가 보였다. 그것은 마치 태아처럼 우주의 자궁 속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저게 뭐죠?" 세라핀이 속삭였다.

"그것은 우리야," 노바가 대답했다. "우리의 핵심. 별의 의식. 초신성 폭발 후에도 소멸하지 않고 남아있는 우리의 본질이야."


에코가 진동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말없이도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하나였고, 동시에 셋이었다.


"우리가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할까요?" 세라핀이 물었다.

노바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는 이미 달라졌어.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았고, 각자의 경험을 했어. 우리가 다시 하나가 된다면,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질 거야."


"하지만 우리의 핵심은 어떻게 되는 거죠?"

에코가 부드럽게 빛났다. "우리는 그것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어. 그것이 새로운 별이 될 수 있도록."


세 파편은 서로의 손을 잡았다. 에코는 빛의 형태로 그들 주위를 감쌌다. 함께, 그들은 우주의 핵심을 향해 마음을 열었다.


"우리는 너를 기억해," 그들이 함께 말했다. "우리는 너의 일부였고, 너는 우리의 일부였어. 이제 너는 자유야. 다시 빛나렴."


망원경 화면 속의 에너지 구체가 천천히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점점 밝아지더니, 마침내 폭발했다. 그 빛은 너무나 강렬해서 세 사람은 눈을 감아야 했다.


몇 초 후, 그들이 다시 눈을 떴을 때, 화면에는 새롭게 태어난 별이 빛나고 있었다.

"우리가 해냈어요," 세라핀이 미소지었다.


노바도 미소를 지었다. "그래, 우리가 해냈어. 이제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갈 수 있어."

에코가 부드럽게 진동했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연결되어 있을 거야. 우리는 같은 별에서 왔으니까."


세 파편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더 이상 잃어버린 조각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그들의 존재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창밖으로, 새롭게 태어난 별이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고 있었다.


에필로그: 새로운 시작

수십 억 년이 흘렀다.

노바 교수는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의식의 일부는 우주로 돌아가 별들 사이를 떠돌게 되었다.

세라핀은 과학자가 되어 평생을 별의 기억을 연구하는 데 바쳤고, 그녀의 발견들은 천문학의 혁명을 가져왔다.

에코는 계속해서 우주를 여행하며, 때때로 특별한 아이들의 창가에 나타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함께 자유롭게 해준 그 별... 그 별 주위에는 행성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의 행성에서는 생명체가 태어났다.

언젠가 그 행성의 생명체들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질문할 것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어쩌면, 그들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별의 파편들이라는 것을.

keyword
작가의 이전글먼지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