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하고 싶은 분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 ‘Why’
*그리고 이 글은 도피성 자퇴를 하고 싶은 분들께 나의 경험을 통해 드리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담겨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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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 2.
나쁘지 않았던 중3 성적에도 1, 2학년 때 말아먹은 탓에 인문계를 갈 성적은 안되었다 하지만 가고 싶었다. + 당시 복식 멤버가 모자라 멤버를 찾고 있던 코치 선생님의 러브콜
결국 나는 중학교 때 완전히 운동을 그만두지 못했고 인문계고등학교 운동 특기생으로 스카우트가 된다.
큰일 났다.
이미 마음은 떠버렸기에 운동을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공부에도 솔직히 자신 없었다. 그러던 중 할머니 곁을 떠나 엄마와 같이 살게 되면서 경기도로 이사를 왔다. 그때 나는 인생에서 중대한 결정을 했다. 고등학교 자퇴를 한 것이다. (자유방임주의 부모님 + 학교 공부를 따라잡지 못할 거란 두려움 + 어떻게든 잘 살 거란 막연한 희망으로)
당시 나의 하루 일과는 이랬다. 포부와는 달리 패턴이 완전히 망가져 밤낮이 바뀌었고 영어공부로 화상영어 통화와 문법 인강 듣기 한두 시간이 다였다. 나머지는 먹고 놀고 뒹굴고 가 일상이었다. 몸은 편한데 마음이 불안했다.
안 되겠다.
하루 패턴을 되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17살 자퇴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슈퍼마켓 캐셔 알바를 시작했다. 자존심이 상해 오래 하지는 못했다.
"되게 어려 보이는데 몇 살이니?"
"17살이요"
"학교 안 가고 뭐하니?"
"자퇴했어요"
"어머 어떤 사고를 쳤길래..."
자퇴생이란 이유로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나를 바라보았고,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나 자신한테도 화가 났다. 남들처럼 꿈이 있어서 자퇴했다면 참을 수 있지 않았을까? 결국 도피하기 위해 선택한 결과에 자존심 상해할 거면 왜 이런 선택을 했단말인가. 이렇게 불안하고, 열등감을 느끼면서 사는 게 내가 원했던 것은 아닌데...
캐셔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친구들과 삼삼오오 하교하며 웃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학교란 울타리가 있었고, 꿈이 당장은 확실하지 않아도 학생이니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대안이 있었다. 나만의 길을 만들 줄 몰랐기에 결국 그 울타리 안으로 다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꿈을 찾는 데는 실패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았다.
남들이 정답이라 하는 길이 싫다면 스스로 정답인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충분한 고민과 확신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나는 나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현실도피 수단으로 자퇴를 선택했고 이는 고스란히 불안함과 열등감을 초래했다.
선택에 대한 Why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1년 뒤 복학을 했고 공부의 고통은 내게 불안이란 고통보다는 훨씬 참을만했다. 꿈을 찾는 것은 3년간 미뤘고 맹목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 좋은 대학에 가서 자퇴생 신분으로 인해 누리지 못했던 경험을 대학생 신분으로 당당히 해보고 싶었다. 보지 못했던 세계를 보며 시야를 확장해보자는 Goal을 세웠다.
차근차근 등수를 올렸고 결국 전교 1등을 하게 되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들어가게 되었다.
3년 내내 Why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나의 확장 두 번째 이야기다. 멋지게 꿈을 이룬 자퇴생 얘기도 아니고 지르니 어떻게든 잘됬다더라 하는 해피엔딩도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불안했던 마음을 나름의 방식으로 풀었던 이야기다. 내가 원하는 세계에 들어가기 위한 무기를 연마(?)한 이야기다.
이 경험으로 선택에 있어서 Why가 분명한 것의 힘을 알게 되었다. 어느 선택이건 고통은 따르고 고통을 견디는 힘은 결국 분명한 Why인 것이다.
20대 후반인 지금은 모든 게 다 불분명하다. 학교란 울타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선택도 결과도 내 책임이다. 17살 때 미리 경험했던 그 기분이다.
그래도 선택에 있어 중요한 세가지
1.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왜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이게 가장 힘든 부분이다)
2. 원하는 것을 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내 것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3. 선택한 것이 옳은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해보는 것
그때의 원칙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