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문]박민영의『세실, 주희』를 읽고

피할 수 없는 진실과의 대면

by 김몽스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는 점이 많을수록 질문이 적어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상대방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면 내가 두려워하는 무언가와 마주칠까 봐. 때론 모른 채로 사는 게 약인 경우도 있기에. 이와 반대로 꼭 알아야 하는 진실도 있다. 몰라서는 안 될 진실의 대표적인 예로 역사가 있다. 우리는 자신이 속한 나라가 시대에 남긴 행적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기록해야 한다. 남기고 싶은 부분만 남기고, 받은 피해만을 적어내리는 왜곡된 역사는 후대에 창피함을 줄 뿐이다. 진실을 알게 된 후 들이닥칠 파도는 아무리 쓰라려도 감수해야 한다.




세실의 증조 외할머니는 야스쿠니 신사에 있다. 모셔져 있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장소이다. 세실은 자신의 증조 외할머니를 전쟁영웅이라며 자랑스러워한다. 주희가 내준 작문 숙제에서도 태평양전쟁에 참전한 증조 외할머니를 나라를 위해 영광스럽게 자결했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세실의 조상 얘기에서 주희는 순결한 미혼녀의 몸으로 자결을 했음에도 후손이 있는 모순을 발견한다. 이 대목을 통해 세실의 증조 외할머니는 자결을 하지 않았거나 그녀의 할머니가 세실에게 허황된 얘기를 했단 것을 알 수 있다. 세실의 할머니는 가난하고 공부도 잘하지 못했던 세실에게 전쟁영웅의 후손이란 자부심을 불어넣어 준 것이다. 세실에게 있어서 전쟁영웅의 후손이란 사실은 유일하게 내세울 거리다. 하지만 그녀의 자랑거리는 사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자신의 조상이 태평양전쟁 중 일본군으로 참전했다는 것과 야스쿠니 신사에 증조 외할머니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실은 이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인인 세실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본인의 나라에서는 역사 교육을 너무나도 잘 받았다고 비추어질 것이다.


세실이 야스쿠니 신사에 있는 증조 외할머니에 대해 주희에게 말한 것은 다른 의도를 품고 한 행동이 아니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자신의 할아버지가 국가유공자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친구의 자부심 비슷한 것이다. 하나 이를 동일 시 여기기엔, 일본이 말하는 전쟁영웅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전쟁영웅과 크게 다르다. 일본의 전쟁영웅이라 함은 그럴듯하게 포장한 표현일 뿐, 실체를 들여다보면 A급 전범을 가리키고 있다. 명예롭지 못한 일을 본인의 입맛대로 손질하여 나라를 위한 숭고한 희생으로 떠받들어 참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세실은 이를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역사를 알지 못하는 세실에게 잘못을 따질 수는 없다. 그녀는 일본의 왜곡된 역사교육을 받고 할머니가 해준 얘기를 충실히 들었을 뿐이다. 만약에 세실이 사실 그대로의 역사를 배웠다면 주희에게 야스쿠니 신사에 있는 증조 외할머니 얘기를 자랑스럽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잘못된 일을 저질렀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사과를 해야 한다. 겉만 번지르르한 사과가 아닌, 진심이 담겨 피해자들의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조금이나마 위로해줄 수 있는 사과가 행해져야 한다. 일본의 현세 대들은 정부의 잘못된 역사 교육과 윗세대들이 행한 만행들을 알고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세실은 행렬의 끝에 서 있는 소녀 동상의 의미를 조상의 업적을 부정해서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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