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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몽스 Mar 05. 2020

[리뷰] 김정선의 『열 문장 쓰는 법』을 읽고

못 쓰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필자의 똑똑한 사람에 대한 기준은 글 잘 쓰는 사람이고, 글 잘 쓰는 사람에 대한 기준은 막힘없이 잘 읽히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편협한 기준 덕분에 사람들이 대문호라고 칭하는 작가의 작품이 맞지 않는 경우가 깨나 있었다. 그만큼 필자 역시 글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단 욕구가 강했다. 그럼에도 『열 문장 쓰는 법』은 처음 읽어보는 작문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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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는 아주 잘 읽혔다!




 저자는 한국인이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가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쓸 수 있다'는 착각으로부터 기인한다고 주장하며, 필자 역시 '한국인은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쓴다'는 착각에 사로잡혀있었기에 저자의 주장은 낯설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단문이 아니면 안 좋은 문장이라고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단문에 집착하는 글쓰기 강의와 저서의 쓰나미로 인해 단문 강박에 사로잡힌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장문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단문으로 끊어치는 문장의 연속은 동어반복으로 인해 읽는 리듬을 흩트릴 위험이 있으며, 처음부터 단문을 잘 쓰기란 어렵기에 한 문장에 길게 늘어뜨려 시간의 연속성을 연습할 수 있는 장문을 반복하여 써봄으로써 글쓰기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금 전 문장도 장문으로 써본 것이다.(갸우뚱하다면 다시 읽어보길) 즉, 배치를 세밀하게 한 장문 하나가 '다다다다'로 끝나는 단문 여럿보다 낫다는 사실을 말한다. 물론 절차가 있다. 절차는 다음과 같다.

① A4 한 페이지를 끊기지 않는 장문으로 써본다.
② 장문을 여러 문장으로 나누어 써본다.
③ 짧은 문장으로 다시 써본다.

    A4 한 페이지 분량의 끊기지 않는 장문을 본고에서 예시로 든다면 바로 나가버릴 여지가 있기에 장문 치고는 짧은 문장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종강을 하니 시간이 남아돌기도 하고 집에서 뒹굴거리는 것을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 나였지만 자취방에서 본가로 돌아오니 몹시 낯선 기분이 들어 항상 밖으로 돌아다녔고 내가 갈 수 있는 곳이라곤 집 근처 카페나 서점뿐이었기에 하루에 커피 한잔과 책 한 권 값은 고정지출이었으며 미처 정리하지 못한 자취방에서 가져온 짐과 쌓여만 가는 새책들로 인해 방은 엉망이 되고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는 날이 없었으며 나의 소중한 책 위로 얼마 전에 내린 눈 마냥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갈 때쯤 책장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제 장문을 여러 문장으로 나눠보겠다.


 종강을 하니 시간이 남아돌았기에 온종일 집에서 내가 사랑하는 뒹굴거리기를 즐길 예정이었다. 슬프게도 자취방과 본가의 뒹굴거리기에 대한 만족도는 차이가 심했기에 나는 매일같이 집 근처 카페나 서점으로 떠돌아다녔다. 점차 커피와 책값은 고정지출이 되었고 아직 정리하지 않은 자취방 짐과 매일 늘어나는 새책이 조화롭게 내 방을 엉망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엄마는 항상 방청소 좀 하라고 나를 닦달했고 그와 비례하여 나의 소중한 책 위론 얼마 전 쌓인 눈과 같은 먼지가 쌓여만 갔다. 그와 동시에 나에겐 책장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보다 더 짧은 문장으로 나눠보겠다.


 종강을 했다. 시간 갑부가 된 나는 온종일 집에서 뒹굴거릴 생각이었다. 슬프게도 내가 사랑하는 뒹굴거리기는 자취방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가족들이 있는 본가에선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매일 집 근처 카페와 서점을 휘젓고 다녔다. 자연스레 커피와 책값은 고정지출이 되었다. 날로 쌓여가는 새책과 정리 못한 짐은 조화롭게 내 방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내방은 쓰레기 집하장을 연상하게 했다. 내 방을 엄마가 봐버렸다. 그 뒤로 엄마는 날 볼 때마다 방 청소 좀 하라고 잔소리를 했다. 엄마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나의 소중한 책 위론 눈과 같은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그렇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책장이었다.


  힘들게 완성했다. 위의 예시는 저자가 『열 문장 쓰는 법』에서 일관되게 강조한 장문 쪼개기를 통한 문장 쓰기 연습을 필자가 직접 해본 것이다.




 『열 문장 쓰는 법』는 저자의 재치 있는 글솜씨와 예시가 가득하기에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는 책이다.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글쓰기 경험치를 올려주는 방법을 직접 따라 해 본다면 보다 빠른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필자도 이 방식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방금도 글쓰기 경험치가 쌓인듯하다.


* 마지막엔 체언 위주의 문장과 용언 위주의 문장에 대한 부록도 있다. 직접 읽어본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27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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