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정민의 『습정』을 읽고

고요히 나를 마주하기

by 김몽스


지난 학기는 유난히도 금언이 가진 힘에 대해 많이 들었다.

눈에 잘 띄는 곳에 금언 하나 붙여놓고 되풀이해서 읽으면,

금언이 말하는 삶의 태도가 자연스레 체화되고 각인된다는

지루하고도 뻔한 말.

거년차일(눈앞의 오늘에 충실하자) p.39.jpg
현재를 즐겨.jpg
거년차일(去年此日): 눈앞의 오늘에 충실하자. p.39

콧방귀가 나오는 말이지만,

필자의 8년 차 소울메이트인 필통엔 버젓이 'carpe diem'이 각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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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의 소식.jpg
3. 세간의 시비.jpg
각각 스물다섯 편의 금언이 있으며, 총 백 편으로 구성되었다.

『습정』은 4글자로 이뤄진 100편의 지혜가 담긴 책이다.

우선 제목인 습정(習靜)은 '고요함을 익힌다'라는 뜻이다.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고요히 나를 지키고,

점차 고요해진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건네준다.

침정신정(차분히 내려놓고 가라앉혀라)[.14.jpg 침정신정(沈靜神定): 차분히 내려놓고 가라앉혀라. p.14

종종 내가 일상의 주체가 아니라,

일상이 나를 휘두른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필자는 그럴 때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연락도 안 하고 편하게 쉬고 싶다.'

는 생각을 한다.

하나, 막상 돌아보면

조용한 곳에 있어도 내 머리가 복잡하면 도심 속과 같고,

도심 속에 있어도 머리가 상쾌하다면 숲속에 있는 것과 같다.

심유이병(공부는 달아난 마음을 되찾는 일)p.24.jpg 심유이병(心有二病): 공부는 달아난 마음을 되찾는 일. p.24

그런 면에서『습정』은 머릿속 교통체증을 시원하게

뚫어줄 금언을 두둑하게 쥐니고 있다.

또한, 각자의 고민에 맞는 글귀를 골라 읽을 수 있음이

『습정』과 같은 금언집의 가장 큰 장점이다.

양비근산(이쪽 말이 맞지만 저쪽 말도 틀리지 않다)p.188.jpg 양비근산(兩非近訕): 이쪽 말이 맞지만 저쪽 말도 틀리지 않다. p.188

누구나 알고 있는 삶의 태도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입맛대로 골라 읽으면 된다.

하나 읽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금언을 읽자!

극사비진(달라도 안 되고 똑같아도 안 된다)p.91.jpg 구사비진(求似非眞): 달라도 안 되고 똑같아도 안 된다. p.91

필자 역시, 『습정』을 읽으며 따끔하게 나를 찔러주는 글귀를 다수 발견했다!

신신신야(믿을 것을 믿도 의심할 것은 의심한다)p.200.jpg 신신신야(信信信也): 믿을 것을 믿고 의심할 것은 의심한다. p.200

금언은 대부분 당연한 생활양식과 태도에 대해 말한다.

막상 읽어보면 다 아는 것들이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금언을 곁에 두고 되풀이하여 읽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게끔 주기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을 금언이 해낸다.

법여시족(법 위의 법은 없다)p272.jpg 법여시족(法如是足): 법 위의 법은 없다. p.272

유교는 배울 점이 많지만, 현대에 와선 도태되는 점도 많다.

그렇다고 완전히 배제해버릴 수는 없다.

시대가 달라져도 빼먹을 건 분명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바쁘고, 바쁘고, 너무나도 바쁘다.

스스로를 둘러볼 여유가 없다.

어쩌면 방법을 모른다는 말이 맞겠다.

앞서 말했듯이,

습정은 고요함을 익힘을 뜻한다.

출퇴근길에서, 자기 전 침대 위에서,

손에 들린 스마트폰이 지겨워질 때쯤,

조상의 지혜를 한편씩 꺼내읽는다면,

『습정』을 읽는 와중엔 잠시나마 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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