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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몽스 Oct 30. 2020

[리뷰]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을 읽고

오래된 한글 간판으로 읽는 도시


“오~ 왜 그럴까 조금

촌스러운 걸 좋아해~♬”


아이유 - <팔레트> 中



왜 그런지는 몰라도 촌스러운 걸 좋아하는 아이유처럼

나도 살짝 헤져있고, 어딘가에 녹이 슬어있을 법한 것들을 좋아한다.

이렇듯 촌스럽고 낡은 느낌을 좋아함을

'세월의 흔적이 묻은 것'이 취향이라고 포장해본다.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에선 오래된 한글 간판으로

도시의 세월을 거슬러 함께 여행한다.

책 속 소개된 간판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오직 오래된 간판이란 공통점만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작가가 소개하고자 했던 간판들과 결이 비슷한,

내가 한국을 돌아다니며 수집(?) 한 간판을 여기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테라로사. 해당 필름의 마지막 컷이어서 오른쪽 상단이 탔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

올해 여름, 기회가 생겨 강릉을 다녀왔다.

여행을 갈 때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 하나는 꼭 가야 한다'

라는 다짐을 하는데, 이번엔 그 장소가 테라로사였다.

테라로사 내부. 바다를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커피로 유명한 강릉에서 커피로 유명한 테라로사.

당연히 가봄직하지 않은가?

가서 놀란 건 커피 맛보다 '한길서가'가 있음과 테라로사의 탁 트인 내부 전경!

간판 역시 노출 콘크리트 벽에 한국스러운 글씨체와 영어의 부조화가 독특하다.

툇마루. 내가 간 날엔 닫혀 있...

같은 강릉 여행에서 툇마루를 갔지만,,!

하필 내가 간 날 영업을 하지 않았고 아쉬운 마음에 간판이라도 찍어왔다.

주름진 나무 간판에 투박하게 쓰인 가게 이름이 정겹다.

토담 순두부. 강릉 이틀 차에 해장으로 최고다.

강릉 여행 이틀 차이자 마지막 날엔 역시 해장을 위해 토담 순두부로 향했다.

배부르게 나온 뒤 마당을 서성이다 가게의 간판을 발견했다.

칠판(?) 같은 디자인에 토담 순두부가 적혀있고

나무 기둥에 무심하게 박혀있다.

정겹다!!!

이름 모를 정류장

생각보다 날이 안 더워 정처 없이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정류장

필름 카메라에 담기기 애매한 거리였지만 꽤 느낌 있게 나왔다.

이로써 강릉 여행 끝!




셋 다 맛있다!!!

간판만 봐도 부산 광안리의 소금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가?

부산역 바로 앞에 있는 초량 밀면의 간판은 중국집 느낌(?)을 풍긴다.

초원(복어)복국은 가운데에 있는 복어가 참 귀엽다.

통영 상회는 민락 회센터 안에 있다.

큰이모의 지인분이 하셔서 부산 갈 때마다 저기서 배부르게 회를 먹는다.

민락 회센터 안에 위치한 횟집의 대부분은 저러한 형태의 간판이다.

(그래서 특정 횟집을 찾기 어렵다,,)

보수동 책방 골목은 김승옥의 단편소설 <싸게 사들이기>가 생각나는 골목이다.

보수동 책방 골목은 옛날 책방의 이미지 그대로이다.

온갖 종류의 책이 자리 잡고 있으며

서점마다 특색 있는 큐레이션을 가지고 있다.

간판은 밋밋하지만 '나 서점이야~'하는 느낌을 확실하게 준다.

우신맨션

초원복국을 가는 길에 발견한 옛 느낌 물씬 나는 다가구주택이다.

나의 부산 집 근처에도 단색 칠에 단조로운 검정 글이 적힌 주택이 많다.

이건 부산 특유의 디자인인가?

부산 자갈치시장 근처였을 것이다.

혹시나 하고 이런 느낌의 사진을 내 앨범에서 찾아보면

역시나 있다.

녹슬고 떨어진 간판이 장인의 기운을 풍긴다.




나의 역 컬렉션이다.

이렇게 나열해서 보니

모든 역은 간판이 같은가 보다.

함흥상회

이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판 사진이다.

춘천에서 떠돌다가 발견했다.

사진 찍은 지도 4년?쯤 된 듯해서 아직 가게가 있을지 모르겠다.

녹슨 간판과 해 질 무렵의 초라함이 잘 어우러졌다.

노들서가

노들섬에 있는 노들서가의 간판이다.

노들섬에서 보이는 석양을 간판에 담은 모습이다.

이 사진은!

지콜론북 강연을 다녀와 찍은 사진이다.

지콜론북 서포터즈를 마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끝이 있음은 항상 아쉽지만,

지콜론북 덕분에 나의 22살은 알찼다.

(책과 가까운 한 해를 보내고자 하는 나의 목표를 이뤄줬다!)




누군가는 그저 스쳐 지나갈 것들에 시선을 두고 사라져감에 안타까워하는,

자그마한 것들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을 쓴 저자의 마음도 그러할 것이다.

책에 담긴 가게들이 언젠가 물리적으론 사라질지라도,

사진으로 남겨두고 기록한다면

사라지는 간판들은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로 남을 것이다.


덧붙여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을 읽으며

나의 앨범을 정주행하는 기분은 참 묘했다!

잊으면 안 될 기억들을 되찾아준(?) 소중한 여행이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2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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