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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수달

나이 듦에 대하여

by 은수달

나이가 든다는 건
주름살이 좀 더 선명해지고
신경 안 쓰던 살들이
봐달라고 아우성치고
떡국 먹는 날 예민해지고
똑같은 잔소리가
데시벨 두 배의 소음이 된다.

청년지원사업에서 밀려나고
십 년 동안 묵혀둔 청약 통장은
서랍 속에 고이 잠든다.

아이 낳고 키우는 친구들과
약속 잡기 망설여지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비혼 혹은 싱글은
주말의 혼잡한 거리를 피한다.

그래도 좋지 아니한가.
자유가 좀 더 간절해지고
영원한 휴식이 가까워지고
이만큼 살아냈다는 자부심과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는
사명감 사이에서 방황하다
노인 일자리라도 얻을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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