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하기도 전에 부모님 일을 돕느라 평범한 삶을 포기한 채 반평생을 희생한 A가 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았지만, 더 열심히 일하라는 부모의 채찍질에 휴일에도 마음 편하게 쉬지 못했고, 시간이 갈수록 꿈은 희미해져 갔다.
그러던 그에게 예기치 못한 변화가 찾아왔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그는 일자리를 잃었고, 이직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평생 한 가지 일만 해온 그에게 이직은 너무나 두렵고 아득한 것이었다.
"나 정말 잘할 수 있을까?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는데..."
"지금부터 하면 되지."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럼 일단 네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 봐. 그리고 가진 능력을 최대한 살려서 일자리부터 찾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던 그에게 작은 기적이 찾아왔다. 경쟁도 치열하고 조건도 까다로울 것 같은 회사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인사 담당자는 빠른 시일 내에 출근을 권했고, 입사 전에 제출할 서류부터 유의사항까지 친절하게 알려줬단다.
"여기 생각보다 일하기 편하고 사람들도 좋아. 심지어 나 들어오고 나서 매출도 올랐대."
"그 회사 입장에선 네가 복덩이네. 체계가 잘 갖추어진 곳이니 뭐라도 배울 점이 있을 거야."
자신의 역할이나 비전을 찾지 못할까 봐 걱정했던 그와 달리 난 그가 잘 해낼 거라고 믿었다. 아니, 직접 몸으로 부딪쳐가며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발견할 거라고 기대했다.
기적은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쉽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날씬한 몸매를 가지려면 하루 삼십 분 이상은 운동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카페 창업을 준비하면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틈틈이 유명한 매장을 돌아보면서 전력질주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좁히지 못하고 계획을 보류해야만 했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배운 점이 참 많다. 창업가의 자질부터 고객을 대하는 태도, 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덕목까지.
기적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행복이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 것처럼. 애쓰고 또 애쓰거나, 바라고 또 바라다보면 어느샌가 내 곁에 잠시 머무는 것. 그것이 바로 기적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