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던 애삼은 본인이 직접 보내겠다고 했다. 그래서 쓰다 남은 에어캡 봉투를 지원해 주었다.
"출근하는 길에 우체국 들르려고 했는데 주차할 곳이 없어서 지나쳤어요. 거기다 편의점은 보이지도 않고... 보내는 방법도 복잡하고... 짜증 난다요."
"고생했어요. 그러게 나한테 보내달라고 하죠."
"내 일인데 어떻게 그래요."
"우체국이 회사 바로 건너편이라 잠시 들러도 되거든요. 담엔 힘든 일 아니면 나한테 부탁해요."
월요일 아침부터 택배 보내느라 진땀 흘린 애삼은 투덜투덜. 전에도 내 말 안 듣고 고집부리다 후회한 적이 있다.
몇 달 전, 과장님이 내게 경력기술서 써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전에 취업할 때 써보긴 했는데요."
알고 보니 과장님 딸이 입사지원 하는데, 자기소개서와 경력기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마침 전공이라 선뜻 도와주기로 했고, 덕분에 맛난 점심을 얻어먹었다.
누군가가, 특히 가까운 이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면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만취한 행인이 길가에 쓰러져 잠든 걸 보고 경찰서에 신고했고, 여학생이 남학생들한테 괴롭힘 당하는 걸 보면서 구해준 적이 있다. 물론 부탁도 습관적으로 하거나 사소한 일도 남한테 떠넘기려고 하면 문제다. 하지만 나보다 일처리를 잘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어깨너머로 배운다면,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관계가 좀 더 돈독해질 수 있다.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걸 부끄러워하거나 어렵게 여기지 말자. 자존심은 꼭 필요할 때만 꺼내 쓰고, 평소엔 잠시 외투 주머니에 넣어두자. 그러면 삶이 좀 더 윤택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