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대행사>가 인기다. <더글로리> 이후 딱히 볼만한 드라마가 없어서 고민했는데 잘 됐다.
이십 대에 나의 장래희망은 커리어우먼이었고, 혹독한 타지생활을 견디며 꿈을 향해 나아갔다. 아니, 돌진했다. 하지만 신이 질투한 걸까. 날개를 달고 화려하게 비상하려던 내 꿈은 어떤 일을 계기로 곤두박질쳤고, 한동안 날지 못했다.
유리천장. 여자가 직장에서 고위직이 되거나 성공하려면 극복해야만 하는 무엇. <대행사>의 주인공이자 워커홀릭 고아인은 능력을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한다. 그러나 그녀를 밀어내려는 다른 남자들의 음모는 그녀의 목을 서서히 조여 온다. 당하고만 있기엔 그동안 쌓아온 업적이 너무나 억울한 그녀. 회사내규까지 꼼꼼하게 파악해 그녀의 무기를 최대한 휘두른다.
'이끌거나 따르거나 비키거나'
그녀가 좋아하는 문구에는 이 작품의 주제가 담겨 있다. 실력으로 승부할 자신이 없으면 어설프게 남의 자리 넘보지 말라는 것. 나도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받거나 평가절하된 적이 여러 번이다. 똑같이, 아니 더 열심히 일해도 칭찬이나 보상은 대부분 남자들 몫이었다.
물론 여자라고 해서 꼭 남자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거나 같은 역할을 맡아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여자로서 성공하려면, 직장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결혼 또는 육아를 반쯤 포기해야 한다. 아무리 열정 넘치고 실력이 뛰어나도 워킹맘은 직장인이기 전에 누군가의 엄마이다. 아이가 아파도, 성적이 떨어져도, 말썽을 부려도 대부분 책임은 아빠가 아닌, 엄마한테 돌아간다.
"좀 더 능력 있고 부유한 남자 만났으면 나도 다른 여자들처럼 집에서 살림하면서 편하게 살았을 텐데..."
"살림도 쉬운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밖에서 인정받고 있고요."
워킹맘으로 꿋꿋하게 걸어오느라 우리한테 소홀한 엄마가 때론 야속했지만, 한편으론 롤 모델이 되기도 했다.
'나도 엄마처럼 능력 인정받고 어설프게 남자한테 기대지 말아야지.'
여자 주제에 남자 자리 넘보거나 얕잡아본다고 오해받기도 하고, 같은 여자들한테 공공의 적이 되기도 했지만, 묵묵히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그래서인지 남들보다 자신감 넘치고 업무능력도 뛰어난 편이다. 무엇보다 남녀 성비에 상관없이 할 말 하는, 당찬 사회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