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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이후의 삶

by 은수달


"필라테스 꾸준히 했더니 척추측만증도 호전되고 어깨나 목의 통증이 사라졌어요."


지금까지 내 인생은 필라테스를 만나기 전후로 나눌 수 있다.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논문 쓰던 시절, 하루 열 시간씩 책상 앞에 붙들려 있었고, 허리 통증이 점차 심해졌다.


"척추가 15도 정도 휘었네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수술하긴 애매해서... 허리 근육을 키워주고 밸런스 잡아주는 운동을 해보세요."


전문가의 추천으로 시작한 필라테스. 하지만 근력이 부족했던 내게 필라테스는 극기 훈련에 가까웠다. 한동안은 다리가 후들거려 걸음을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지만, 살기 위해 버티기로 했다.


기구의 도움을 받아 부족한 근력을 강화시키고, 몸의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에 자세가 안 좋거나 디스크 증상이 있는 사람들한테 특히 좋다.


"측만증이 있었다고요?!"

몇 달 전, 허리 통증이 지속되어 정형외과를 찾았고, 의사한테 지병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의사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십 년 전에 진단받았어요. 그 뒤로 필라테스 꾸준히 했고요."

"어쩐지... 요추 6번이 분리되어 있는데 등근육 덕분에 그동안 증상을 못 느낀 것 같네요. 척추분리증이 있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해주세요."


휘었던 척추를 곧게 하고, 굽은 어깨를 펴준다는 점에서 필라테스는 기적의 운동법에 가깝다. 하지만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모른 채 무리하다가 다칠 수 있으니 초반엔 전문 강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나도 양쪽 힘이 달라서 똑같은 동작을 해도 특히 안 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웬만큼 어려운 동작도 수월하게 해낸다. 거기다 자세 교정도 자연스레 되어서 장시간 앉거나 서 있어도 피로를 덜 느끼는 편이다.



최근에 디지털 체중계를 이용해 인바디를 측정해 보니, 근육량을 비롯해 체수분량, 단백질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평소에 골고루, 꼭꼭 씹어먹는 습관을 들인 덕분이다.

섭취량보다 활동량에 좀 더 집중하고 신경 쓰다 보면 무리하게 다이어트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 있어야 골다공증에 걸리거나 쉽게 다치는 걸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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