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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랑 커피 마시다 집으로 달려간 이유

by 은수달


"엘리베이터도 안 된다고요?!"


집 근처에서 친구랑 고기 먹고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던 중, 소장님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태풍으로 전기가 나가서 점심 무렵 고치고 있던 중이었다.


1층 자동문이 활짝 열린 상태도 모자라 이번엔 승강기까지 먹통이 된 것이다. 친구한테 양해를 구한 뒤 택시를 타고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전기 고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요. 근데 엘리베이터는 왜 그런 거죠?"

"글쎄요. 분명히 오전까진 잘 됐었는데..."


승강기 담당자한테 전화를 걸었지만, 부재중이다. 문자를 남겼지만 답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젠 케이블 티브이랑 인터넷도 연결이 안 된다는 메시지가 떴다. 재부팅도 해보고 선도 새로 연결했지만, 반응이 없다.


"지금 서비스 접수가 많이 밀려 있어서 주말엔 힘들고요. 담주 월요일 오전이 가장 빠른 시간인데 괜찮으세요?"

"할 수 없죠. 몇 시쯤 가능한가요?"

"오전 10시쯤 어떠세요?"


출근하는 날이지만, 회사가 가까우니 사장님한테 양해 구하고 잠시 들르면 된다. 문제는 주말 내내 티브이 없이 지내야 한다는 것. 쉬면서 넷플릭스 정주행 하려던 계획은 물거품 되고 말았다. 다행히 노트북 와이파이는 모바일 핫스팟이랑 연결되었다.



승강기 고장접수를 하고 소장님 대신 근처에서 짜장면을 포장해 왔다. 지난번에도 그렇고 매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애쓰는 모습이 미안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이거 드시고 하세요. 물도 챙겨드시고요."


잠시 후, 계단으로 올라가려는데 승강기에 불이 들어오면서 버튼이 눌러졌다.

'어라? 갑자기 또 작동하네?'

곧바로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어 접수를 취소했다.


그렇게 주말 오후는 전기 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치르는 사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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