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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Mar 21. 2024

친구 아버지의 부고


'아버지 돌아가셔서 내려가는 중'


그동안 내가 정리한 부고만 100건이 넘을 것이다. 경비 처리라는 명분이 있긴 하지만, 부고를 볼 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고인의 명복을 빌게 된다.


지금까지 겪은 죽음 중 가장 충격적이고 기억에 남는 건 어릴 적에 같이 놀았던 세 살 연상 오빠의 부고다.


"네? ** 오빠라고요?"


지인의 아들이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소식을 엄마한테 들었을 때 혹시나 아는 사람인가 싶어서 물었는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부모님끼리 친한 사이라 우리 삼 남매와 그들 형제는 자주 어울렸다. 그런데 삼십 대 중반의 나이에 부모를 남기고 떠나다니... 결혼 소식을 들은 지 몇 년 만이었다.


정형외과를 운영하다 요양병원을 지은 지 일 년 만에 같은 원인으로 돌아가신 원장님 역시 같은 동네에 살면서 우리 가족에게 울타리가 되어주었다. 엄마가 허리 디스크로 입원했을 때 지극정성으로 치료해 주었고, 수술 없이 호전되었다. 원장님의 막내아들이 나랑 동갑이라 그런지 날 딸처럼 예뻐했다.



모임에서 알게 되어 십 년 넘게 친구로 지내온 K와는 집안의 소소한 사정까지 알고 있다. 몇 달 전에 그의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살겠다는 의지 덕분인지 항암 치료를 열심히 받으며 호전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증상이 악화되더니 결국 오늘 오후에 자택에서 임종을 맞이했단다.


나의 부모님 역시 크고 작은 질병으로 고비를 여러 번 넘겼지만,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죽음엔 순서가 없다고 했던가. 교통사고도, 재해도 갑작스레 누군가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 가버린다.


몇 년 사이에 할머니 두 분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죽음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태어난 건 우연이지만, 죽음만큼은 억울하지 않게, 마음의 준비를 한 채로 맞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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