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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Mar 20. 2024

열받아서 적금을 들었다


"고용허가서랑 숙소제공확인서가 필요하다고요?!"


반나절 이상 출입국 사무소에서 기다렸는데, 담당자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었다. 분명히 고용센터에 문의해서 제출서류를 챙겨 왔는데...


지난번에는 담당자가 서류를 제대로 확인 안 해서 입사일을 변경하는 등 한바탕 난리를 쳤는데, 이번엔 제출 서류를 잘못 알려준 것이다.


홈페이지 예약은 이미 한 달 전에 끝나서 당일접수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12시 조금 넘어 대기하기 시작해 1시가 되자 1분 만에 접수가 끝났다. 번호표를 뽑고 그렇게 세 시간 가까이 기다린 결과 서류를 보완해 다시 오란다.


'침착하자. 그래도 해결책이 있으니까. 시간이 좀 걸릴 뿐. 어차피 한 번 만에 해결하기 힘들 거라는 거 짐작했잖아.'





평소보다 늦게 퇴근하니 차가 막히기 시작한다. 이미 늦은 김에 근처 카페에 들르니 시바견이 빤히 쳐다본다. 커피랑 브런치를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아 녀석과 눈싸움(?)을 한다.


얼마 전에 적금이 만기 되어 새로 가입하려고 알아보다 K뱅크의 '26주 적금'이 눈에 들어온다.


'열받는데 적금이나 들까?'

'매달 같은 금액 넣는 것보다 증액하는 게 이자가 높네? 그리고 26주 만기?'

'그래, 결정했어!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살짝 빠듯해도 한 번 시작하면 중도해지하는 법이 없다. 적금이야말로 억지로 돈을 묶어둘 수 있는 특효약이다. 고금리 시대엔 주식이나 펀드보다 안정적이다. 중요한 건 분노가 망설이던 재테크에 불을 붙였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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