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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Mar 19. 2024

혼자라서 다행이야


'왠지 그분이 올 것 같은데...'


평소보다 추위를 많이 느끼거나 맵고 단 음식이 당긴다면 며칠 내에 불청객이 찾아온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일정을 조율하거나 일찍 귀가해서 쉬는 편이다.


어제 오후, 외국인 관련 업무를 보고 나자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운동도 취소하고 곧장 집에 온 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라면을 끓여 먹었다.


'다행이다, 이럴 땐 혼자라서.'


라면 먹고 나서 음악을 튼 후 소파에 눕는다. 잠시 멍하게 있다 이내 잠이 든다. 일명 '꿀잠 소파'에 누우면 십 분 안에 잠이 들거나 나른해진다.



아플 때 혼자 있으면 서럽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크게 아픈 경우가 아니라면, 차라리 혼자가 낫다고 생각한다.

"슬픔을 나누면 다른 사람들도 슬픔에 감염되지. 어떻게 절반으로 줄어?"


연애하다가 헤어졌을 때도, 회사 일로 힘들 때도 웬만해선 티를 잘 내지 않는다. 어차피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된 후에야 입 밖으로 꺼내거나 글로 풀어내는 타입이라 가까운 이들이 서운해하기도 한다.


만일 내게 보살펴야 할 가족이 있거나 누군가의 병간호를 해야 한다면, 이런 온전한 자유와 편안함을 누릴 수 있을까. 한 때 부모님이 아파서 병원에 모시고 다니거나 돌봐야 했을 때 사생활을 반쯤 포기해야만 했다. 조카들이 고향에 놀러 왔을 때 갑자기 아파서 동생이랑 같이 병원을 다니거나 대신 봐준 적도 있다. 어쨌든, 혼자 씩씩하게 잘 지내는 것도 가족을 돕는 셈이다.


병치레를 많이 하는 아이는 부모가 늘 긴장하고 옆에 붙어 지낼 수밖에 없다. 나도 어릴 적엔 자다가 코피를 쏟기도 하고 감기도 자주 걸려서 엄마가 걱정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난 뒤에는 건강에 신경 쓴 덕분인지 크게 아픈 적은 거의 없다. 다만 예민한 성격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혼자라서 외롭거나 쓸쓸하다고 투덜거릴 시간에 좀 더 가치 있게 보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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