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놀면 뭐하니? 새로운 프로젝트가 난리다. 이 프로를 단독으로 이끌고 있는 유재석이 백상 예술대상 TV 방송부문 대상을 받을 정도이니 유튜브 시대 방송을 이끌어가고 있는 방송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 정작 이 프로를 제대로 본 적은 한 번도 없는 사람이다.
너무 추억 팔기, 음악 예능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싹쓰리나 환불 원정대를 모를 수 있는가, 모른다기보다는 제대로 보고 들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티브이를 볼 시간이 전혀 없고 티비를 보지 않아도 모두가 각기 다른 취미생활을 갖고 살 수 있는 시대이다. 출퇴근 시간에 무제한 스트리밍 이용권은 철저히 나의 취향으로만 맞춰져 있기 때문에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김태호 피디와 무한도전, 그때와 지금은 콘텐츠를 즐기는 창구가 전혀 달라졌다. 케이블 재방을 통해서 몇 번이고 반복 재생되는 초인기 예능 프로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빠져들었던 그 시대 시청자(사진전도 보러 갔고 매년 달력도 구매했다), 지금은 굳이 피디와 엠씨를 찾아 따라갈 필요가 없어졌다. 연애 시절 주말마다 챙겨보고 함께 그 프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던 남편과는 가사와 육아- 각자의 일정을 챙기느라 취미는 각자의 영역이 되었다.
정말 우연히 돌려보다가 그들이 부르는 ‘상상더하기’를 보고 리모컨이 멈춰졌다. 매번 아이들에게 뺏기는 채널권을(정확히는 유튜브 시청권을), 잠시나마 독점하고 싶어질 정도로.
남자들의 어색하고 수줍은 화음이 왜 그리 눈길을 끌었던가. 그러고 나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유튜브 역주행을 시작했다. 라붐의 원곡부터 모티브가 된 SG워너비까지. 아이고, 지나치게 빠져버렸다.
굳이 말하면 그 시대는 아니었다. 그 직전 1세대 아이돌 그룹에게 내 학창 시절을 쏟아부었고 그룹이 와해되면서 넘치는 덕심은 다른 장르로 넘어갔다. 애니메이션, 성우, 특촬- 매니악한 장르에 빠져있는 동안 유행했던 노래들이 뒤늦게 찡하게 와닿았다. 부담스러웠던 창법이 청량하게 귀에 꽂혔다.
질질 끌었던 한 주 방영분을 거쳐 드디어 방영된 놀면 뭐하니? 상상더하기는 오히려 연습 방영분이 더 좋았지만 실시간을 챙겨보고 음원을 챙겨 듣고,
어머 깜짝이야.
결과에 대해 말이 많지만 비슷한 상황의 무한도전 가요제가 떠오른다. 몇 회였더라, 모두가 1위였던 그때.
어쨌거나 이다음의 행보를 당연히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다. 사심 한가득 담은 유닛도 기대하지만 그저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거라는 두근거리는 마음이 참으로 간만이라 즐겁다.
결과뿐 아니라 음원 순위에 대해도 말이 많다. 이건 무한도전 때도 논란이 되었던 건데, 열심히 준비한 아이돌이나 가수에 비해 더 많은 주목을 받는 매체를 통해 쉽게 순위권에 들게 되는 것이 불공평하지 않느나며. 싹쓰리부터도 계속 이야기가 나온 걸로 아는데 이번에도 여러 팬덤에서 우려 아닌 우려가, 분명 있겠지.
뺐고 빼앗기는 상황이 아니라 나처럼 최근 가요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 유입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엄청난 수의 유튜브 조회수처럼.
https://youtu.be/fwpaxjV5pPI
당분간은 아이돌 덕질을 하던 그 시절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스밍 돌리기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