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늙지 않게 굽는 방법.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뻣뻣한 노인의 살결은 그도 한때 팽팽한 젊은이였음을 증명해 준다. 그러므로 쪼글쪼글한 내 식빵도 사각틀에 충실했었음이 분명하다.
내 빵의 젊은 시절을 본 증인은 없다.
다만 쪼그라든 이 결만이 한때 빵빵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썩어도 준치라더니 그래도 네모반듯은 하네. 늙어진 내 빵을 맛본 그이의 말에 따르면 정확히 코르크의 식감이라고 한다. 그이는 언제 나 몰래 코르크로 된 컵받침을 씹어봤나 보다.
간밤에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 30분간 작동 버튼을 누르고 그대로 잠들었었지. 미끌미끌한 버터 향이 꿈과 현실의 경계를 오갔던 것도 같다. 새벽 4시쯤, 싸늘한 기분에 눈이 번쩍 떠졌는데 싸늘한 건 기분만이 아니었다. 캄캄한 오븐 속에 홀로 남겨진 빵틀 뚜껑을 슬며시 밀어보니 한껏 왜소해진 직육면체가 습기 찬 혀를 끌끌끌 차고 있더라.
소스라쳐 놀라 빵틀을 도마에 엎었다.
악몽이길 바랐다.
세상의 빛을 보자마자 아니, 이미 늙은 채 태어난 식빵이라니.... 그러리라곤, 그럴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아! 그렇구나 오븐에 굽고 바로 꺼내지 않으면 쫄아드는구나!
나는 그림을 배우는 회원님들께 늘 이렇게 말하곤 한다. 원래 한 번에 안된다고. 잘 되면 운 좋은 거라고. 실패는 기본값이라고. 오늘 수업에도 그 말을 했다.
실패했기에 모르는 부분을 알아낸 거라고.
실패를 발판으로 사용하지 않았을 때 비로소 망친 거라고.
말은 참 잘해..
이론은 잘 알면서 왜 나한텐 적용이 잘 안될까?
말리지 마라~
나, 식빵 다시 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