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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챱 Mar 07. 2023

타이쿤 게임은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최적의 훈련이다.

*참고로 나는 허울뿐인 명칭따위는 그닥 관심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그놈의 명확한 기준조차 없이 우후죽순 붙는 호칭때문에 더이상 프로덕트디자이너와 UX/UI디자이너를 구분해서 부르지 않기로 했다. 더욱이 본질적으로 주된 업무가 같은 상황에서, 너는 무슨 디자이너인지 따지는건 나한텐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이므로, 앞으로는 직업명을 구분하지 않고 그냥 그때그때 아무거나 부를것이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굉장히 다양한 컴퓨터 게임을 해왔다. (고렙은 아니지만 나름 고렙 발꿈치까지는 가봄)

팀웍이 중요했던 MMORPG 게임부터 타이쿤까지 다양한 게임을 해왔는데, 개똥도 쓸려면 쓸데가 있다고 했던가. 알고보니 나는 게임경험을 통해서, 지금 내 직업과 관련해 굉장히 많은 부분들을 무의식 중에 트레이닝 받고 있었다는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특히 타이쿤 게임은 디자인 프로세스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가장 큰 득을 보게 해준 게임이 아닌가 싶다.


니가 왜 거기서...?

일단 굉장히 뜬금없는 조합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금 내 직업인 '프로덕트 디자이너'에서 요구되는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부터 하나씩 소개해갈 필요가 있다.


이 글을 쭉 따라 읽어가다보면, 마지막에는 왜 내가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문제해결사(Problem-solver),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필수역량인 ‘문제해결능력’


일단 거시적으로 보았을때, 디자인이라는 것은 목적지향성이 다분한 존재다. 그리고 그 분야 중에서도 UX/UI디자인의 정수는, 바로 ‘문제해결‘에 있다.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우리의 자리에선 끊임없이 더 나은 경험을 위해 우리 제품의 현주소에서 사용자의 문제는 무엇인지 찾아내어, 결과적으로 그 문제에 적합한 디자인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이끌고, 최종적으로 모두에게 합리적인 솔루션을 제공해 경험의 수준을 더 높아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해결능력을 더 쪼개어 들여다봐야 하는데,

문제해결능력의 하위 역량은 다음 내용들이 있다.


 1. 올바른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2. 문제를 해결을 위한 실천에 대한 계획 능력 

 3. 현실적으로 가장 최선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능력 


결과적으로 이 3박자가 잘 맞으면, 적어도 그 사람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할 준비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것 같다. (단,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는 약간 다를 수 있다. 어디서는 이런 기본적인 능력외에도 추가적으로 +α 요구해야 하는 곳이 있으니까)


그 중에서도 타이쿤게임은 1, 3번과 아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데, 이제부터 이 2가지 능력과 타이쿤 게임의 관계에 대해 설명해보려고 한다.






1. 쏟아지는 문제상황들에 대한 판단능력을 키워준다.


말 그대로다. 아마 이제 갓 실무에 들어섰거나, 혹은 일을 오래 해본 경력자들의 경우 어떤 말인지 벌써 조금은 와닿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설사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인생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매일같이 발생하는 크고작은 문제상황들은 그다지 친절한 존재들이 아니다. 그냥 때가 되면 발생할 뿐이다.

(그래서 요즘 부쩍 늙은건ㄱ...?)


아무튼,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된 이상 당신은 프로덕트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상황들을 다루고, 해결해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 위에서 언급했던 '올바른 문제를 정의할 줄 아는 것'이다.


올바른 문제를 정의하려면, '사용자가 불편해 하잖아'라는 단편적인 이유를 넘어 더욱 여러가지 방면에서 그 문제상황은 지금 우리팀에 얼만큼의 중요도를 갖는지 검토하고, 우선순위를 세울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타이쿤은 정말 최적의 훈련도구다.


타이쿤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즉, 내가 운영하는 '그 무언가'에 대해 종합적이고 넓은 시각으로 시시각각 발생하는 문제들, 떨어지는 수치들을 계속 점검하며 지금 무엇부터 해야하는지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의사결정이 잘못되었을 때, 안그래도 바닥을 찍던 NPC들의 방문율은 더 나락으로 떨어지며 악화된 재정상황은 더 돈을 쓸수 없게 만들어 NPC들의 불만을 증가시키고, Game over에 이르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타이쿤 게임을 통해 우리는 '사용자' 편에만 붙어있지 않고 한걸음 떨어져 나온 입장에서, 사용자를 포함하여 다방면의 가치평가를 통해 끊임없이 지금 해야 할 일을 정의해 나가는 법을 익히게 된다.




2.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할 줄 아는 능력을 연습할 수 있다.


지금 해결해야할 문제가 무엇인지 정했다면, 이제 다음은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봐야 한다.


사실 같은 문제를 두고서도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인데,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아닌 경우도 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들이 있을 수 있고 그 중에서 우리는 Problem-solver로서 가장 적합한 대안을 선택하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문제 정의야 PM단에서 보통 Task로 해결할 문제를 변환해 할당해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뺀다 쳐도, 이것만큼은 정말정말 핵심중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게 안되거나 싫다면 진짜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하기 어렵다.)

 

나 또한 이런 오류를 범한 적이 있다.

엄밀히 따지면 꼭 나한테만 귀책사유가 있었다기보단 좀 더 복잡한 문제였는데, 아무튼 UI/UX 디자이너로 영국회사에서 일하던 시기에 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함께 내 아이디어를 리뷰하면서, 아이디어를 더 feasible한 레벨로 끌어내리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었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오히려 완벽성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그보다도 '지금 이순간' 애자일한 일의 진척을 위해 더 냉철한 시각에서 다양한 것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아예 처음부터 하찮은 아이디어부터 시작하기도 하는 디자이너가 되었다.


아무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어떤것이든 될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지금 나, 우리의 상황에 맞는 가장 최선의 솔루션으로 방향을 잡을 줄 아는 것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중요한 능력이며, 타이쿤 게임에서도 이를 트레이닝 할 수 있다.


타이쿤에서는 사업수익을 계속 내기 위해 당장의 대출(플래닛코스터는 대출기능도 있다)로 해결할지, 일정기간 떨어지는 평판을 감내하고 존버하다가 수익이 발생할 때 번개같이 돈을 쓸지, 광고를 통해 발생하는 반짝효과로 빠르게 대응할지, 본질적인 문제해결은 어렵지만 그래도 낮은 퀄리티의 대안으로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지. 여러가지 대안을 놓고 검토하게 되는데, 지금 나의 재정적 상황과 앞으로의 수익 가능성, 중장기적으로 내가 계획하고 있던 플랜과는 어떤 영향을 주고받을 것이며 선택에 따라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방면에서 지금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아니면 쳐내고, 빠르게 다른 대안을 탐색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경험함으로써,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을 연습해볼 수 있다.






사실 이 인사이트는 부모님과 쇼핑하러 가다가 지하철에서 얻게 됐는데(나는 맥락이 없는 사람이다. 그냥 늘 이런저런 다양한걸 생각하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에 몇가지 것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거대한 원리를 깨우치게 되는 편이다), 아무튼 누군가에게는 뻘소리가 될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또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남겨본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구.좋.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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