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지연혈연없이 혼자 떠나온 IT워커의 주관적 영국현실
이걸 올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약 7년전 첫 유럽권 여행으로 영국여행을 했을 때 느꼈던 벅차오름과 갬덩은 이제 개나 줘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어쩌면 꽤나 재미있는 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올리기로 결정했다. 참고로 이건 에어비엔비 숙소에서 빈대인지 벼룩인지에 물려 급히 호텔로 숙소를 바꿔야 하는 7일차에 빡쳐서 쏟아낸 글이다. 글을 다듬어 써내려갈 정도의 정성을 들이기엔 현지에서의 삶이 굉장히 팍팍하므로 그럴 여유까진 없었으므로 알아서 판단하고 소화하시길.
브런치도 해외접속하려고 하니 경고메세지를 보내오고, 인증하려니 한국 번호로 접속해야 하는데 난 이미 영국 유심을 끼고 있고.... '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아침이네요.' 라고 하는데 1도 반갑지가 않다.
잠깐 내 소개를 하면... 나는...
학연혈연지연 쥐뿔 1도 없다. (물론 영국에..)
어릴때부터 영국으로 유학보내달라고 노래를 불렀고(ㅁㅊ),
신입 때 취업이 안되서 힘들어하니 어머니의 '해외취업도 좀 보고 해봐봐'라는 말 한마디에 꽂혀
그때부터 한국에서의 회사생활로 영국행을 위한 존버의 시간 정도로 여기며 달려온 UX/UI 디자이너다. (지금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함으로 일하고 있다.)
한 15분뒤에 9시 뷰잉보러 나가야 하는데 이러고 있다... (ㅁㅊ) 모닝빵 2조각을 아침으로 먹고...
아무튼, 유학 등 해외생활을 준비하는 모 커뮤니티에서의 다른 분들의 추천으로 영국삶의 현실을 널리 알리고자 영국까기인형 첫 편을 써보려고 한다. 시리즈로 써볼까 하는데, 몇회까지 갈지는 알 수 없다.
타임라인을 따라가기 전, 내가 처한 상황
- 예산 N천만원 준비함(혹시 일 못구하면 2년동안 탕진해버릴 작정이었음)
- 근데 운좋게 출국 전에 일을 구해서, 2달정도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8월부터 정규직 전환(예정)
- 에어비엔비로 2주치 숙소 예약 완료
1일차,
굉장히 부푼 마음 30%, 걱정 70%를 안고 비행기를 탔다.
공항에 도착했는데, 파업에 대한 우려와 달리 수하물 대란 걱정없이 아시아나 직항을 탔기 때문에(한국만세) 캐리어도 아주 손쉽게 찾았고, 한인택시기사님을 부랴부랴 영국사랑 사이트에서 찾아 예약해 순조롭게 숙소까지 도착했다.
이제 집만 빨리 찾으면 좀 좋으련만....
2일차,
여기저기 뷰잉요청을 보냈는데, 마치 취업전선과 같다.
참고로 이곳은 8-9이 부동산 시장 피크라고 한다. 수요도 공급도 미친듯이 많다
9월이 임박하면 아마 유학생들과도 경쟁해야 해서 정신없겠지만, 그래도 7월 말이면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어렵다. 서울도 아무리 집구하기 힘들다지만 이정돈 아니었던거 같다.
뷰잉요청을 보내도 다른 수많은 지원자들이 보낸 메시지에 내 메시지가 묻혀서 못보는건 다반사고,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해도 에이전트께서는 뷰잉다니느라 바쁘신지, 그냥 끊거나 암튼 자동음성메세지로 돌려놓는다. 뭐라도 남겨놓고 기다리면.. 그 뷰잉을 앞서 봤던 사람들 중에 이미 방 계약까지 마치고 에이전트도 한숨돌리고 나면, 그때서야 나한테 연락이 와서 기껏 한다는 말은 '그 방은 이미 세입자가 정해졌어~'라는 말 뿐이다.
3일차,
뷰잉...을 또 나가긴 하는데 진짜 전국 방방곡곡을 쏘다니는 느낌...
당장 오피스 첫출근은 8월부터 시작인데 집구하기가 너무 극도의 스트레스라, 집찾는 사이트들을 전전하며 노트북에 몰두해있다보면 밥먹는것도 잊어버린다. 배꼽시계도 안울림;;
다행히 오늘은 2군데 정도 뷰잉이 가능하다.
웃긴건.. 그중 1곳은 250파운드(한화 약 40만원)을 주고 1주일 홀딩시켜놨다. 방을 안보고 계약할순 없어서.
(런던이 이런 동네다)
이건 솔직히 한국에 있을 때부터 지금도, 지난 몇달간 최소 십수명, 20명대의 예비 플랫메이트(글로벌)들과 얘기하고 같이 뷰잉 볼 방을 찾으면서 느낀점. 얘네는 언제나 자기 뒷주머니를 차고있고, 물론 백업플랜을 마련해두는 것은 이상할것이 없으나 문제는 같이 방찾기로 해놓고 언제든 다른 괜찮은데서 콜하면 말도 안하고 그냥 튀어버릴 준비가 되어있는 아이들이 태반이라는 것. (시니어 디자이너도 나보고 '원래 런던애들이 다 그래...'라고 말함) 최소한 한국이었다면 '죄송한데 다른 방을 찾게 되어서 전 이제 못할거 같아요ㅠㅠ'라고 말이라도 해주지, 소위 산지 수년된 런더너들은 그냥 말도없이 증발해버린다. 결국 남은 사람이 알아서 혼자 '아 요물이 혼자 또 튀었구나'라고 빨리 눈치를 채고 다음 대안을 찾아야한다.
갑자기 집주인이 자기 친척이 이 집을 쓸 예정이니 나가달라고 해서 급히 방을 알아보던 사람들도 꽤 있었고.... 한국사회가 그나마 7080 새마을 운동시기라면, 여긴 문명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은 아마존이다. 아마존 한가운데 떨어진 작은 산토끼가 되어버린 느낌이다ㅎㅎ
여름끝자락에 와서 그런건지 어쩐진 몰라도, 체감속도는 마치 오늘 아침에 본 방이 단 며칠만에 그냥 계약까지 가버리는 경우가 꽤 많다. 어떤 에이전트들은 그런 이유로, 온라인 뷰잉으로 슬쩍 자꾸 유도하고.. 하지만 절대 그럴순 없기에 그 방 선택지는 포기하고 그냥 임시숙소 머물면서 계속 찾게된다.
(참고로 경쟁 빡센정도는 2존까지 해당되므로.. 참고하세요. 2존이면 회사들이 몰려있는 센트럴 아무개 지역들까지는 통상 최대 1시간을 잡아야 함)
걔네가 깔끔하다고 하는 것과, 한국사람으로서 한국에 살면서, 혹은 서울에 살면서 서울사람들이 느끼는 '깔끔하고 괜찮다'는 건 완전 출발선이 다르다. 지금 내가 묵고있는 임시숙소도 사진도 봤고, 수퍼호스트에 평이 다 좋아서 예약한건데, 막상 와보니 가끔 아기거미들 나오고(Ground 층이라 더 그럴지도.. 어제는 설거지하다가 발견...벌레 공포증이 심한 편인데 힘겹게 잡음), 청소도 그렇게 잘하는거 같지 않고(오죽하면 내가 집주인한테 먼저 혹시 청소기 써도 되냐 어딨냐고 물어볼 정도..제가 직접 제방 청소기 하려고요;;), 그릇도 설거지 해둔 건데도 덜닦은 자국들이 여기저기 남아있다.(할수 없이 개인젓가락으로 먹음ㅠ) 개인적으로 설거지만큼은 진짜 목숨걸고 하는 편이라 뭐 묻은거 보면 그 그릇은 다시 닦기 전엔 절대 안먹는데, 몸이 너무 피곤하고 지치니까 그냥 포기하게 되고, 결국 그릇도 숙소에서 제공해주는걸 썼다.
진짜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엄청 드럽다. '더럽'지 않고 '드럽'다.
영국은 흡연이 자유다보니까... 사방팔방 꽉막힌 지하철역에서도 (물론 금지구역이지만) 피우고 싶으면 피우는 사람들이 보이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건강이슈도 있고 비흡연자인 내 입장에선 진짜 돌아버린다ㅎ 황당했던건 얼마나 내부 공기가 더러우면... 살짝 시야도 희뿌얘진다. 먼지+연기 때문에.....
원래 영국 물가는 높기로 유명하지만 이건 특히 요즘와서 넘사벽인듯.
작년, 재작년만해도 800선이면 그래도 괜찮은 방 구할줄 알았는데, 방을 구할순 있지만 막상 뚜껑 까봤을 때 그게 얼마나 마음에 들지는 개인편차가 좀 심할수 있다. 나의 경우, 그래도 잡이 있고 예산을 수천까진 준비했으니까 어떻게 그거 좀 믿고 최소 1인 기준 월 1,100파운드 혹은 그 이상을 보고 있는데...그정도는 되어야 집에서만이라도 편히 지낼수 있는 퀄리티가 나온다.(부동산 서치만 한지 6개월 넘음)
근데 이부분은 돈으로 해결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준비를 많이 해서 오면 그래도 극도의 스트레스는 피할수 있다.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단돈 수백만원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말?
풉...
물론 100% 거짓은 아니다. 하지만 이동네 저동네 살아보고 여행하듯이 다니면서, 그때그때 생활비를 아르바이트를 통해 빠듯하지만, 좀 더러운데 살긴 하지만 그럭저럭 몸 누이고 입에 뭘 쑤셔넣을 수 있는 그런 워홀을 보내려는게 아니라면, 단돈 몇백으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게 영국의 삶이다.
나라면, 혹은 나와 같은 꿈을 꾸는사람에게 조언을 한다면 '아예 지금 영국으로 가는 것이 곧 이사이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길은 없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크게 도박을 걸 마음으로 오는 것을 권장한다.
안좋은 점만 막 적었는데, 솔직히 이틀동안 삶의 터전을 마련해가며 느낀건 저게 거의 비중이 90%정도로 큰것 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까지 영국에 와서 좋은점도 물론 있는데, 몇개 적어보면...
1) 유럽풍경 - 영국의 여름은 해도 길어서, 아침 7시,8시만 되어도 한국의 오전 10시 정도처럼 쨍쨍하다. 부촌같은데 돌아다니다보면 풍경이 예뻐서 볼만하다.
2) 댕댕이들 - 거의 1-2시간에 1-2마리 꼴로 보는것 같은데, 지하철에 댕댕이 데리고 타는 사람들이 꽤 된다. 애견카페 수준은 아닌데, 출퇴근을 같이하거나.. 같이 어딘갈 가고있다던지... 개인적으로 자식같던 댕댕이를 키웠던 사람으로서 눈이 즐거웠다. 인사하고 싶었는데 다가가 함부로 만지는건 실례고 개한테도 민폐라서 보기만 하지만... 암튼 지칠때 댕댕이 만나면 기분 좋아짐.
3. 음식- 맛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내 기준으론 평이하다. 아니면 그냥 이탈리아나 유럽쪽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음식을 먹으면 되므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엔 임시숙소 바로 근처에 이탈리아분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는데, 크로와상이 좀 딱딱하지만 맛있었다. 베리스무디도....(컵이 손바닥 만한데 미니 크로와상 1개, 손바닥만한 베리스무디 1잔 도합 약 8,000원 지출ㅎ)
암튼.. 이번 2일..2.5일동안 느낀바로는 이정도인듯하다.
어쩌면 이 글을 보는사람 중에, '왜 지는 가놓고 남보곤 가지 말래?'하는 사람이 있을수 있다.
........그럼 와보시길... 무비자로는 어차피 최대 6개월인가 까지 지원되니까, 그 안에 집도 구하고 해보시길.
어디까지나 참고용이지, 개인적으론 좀 말려주고 싶지만 그만큼의 명확한 목표와 이유가 있다면 올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 이유가 있어서 왔던거니까...(근데 생각보다 현타가 너무 커서, 그냥 나중에 비자가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갈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다음에 또 깔게 생기면 다시 적어보려고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