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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Jan 24. 2021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사람이 싫어진다.

화난다

플라스틱 분리수거인데 일반쓰레기에 넣어야 할 것들이 보인다.


아, 오늘 또 사람이 싫어진다.


분리수거는 인류애를 상실하게 만든다. 분리수거 현장에는 친절하고 베푸는 사람은 어디에 가고 이상한 사람들만 총동원된 것 같다. 일반 쓰레기, 비닐, 플라스틱 등이 더럽혀진 상태 그대로 쑤셔 놓였다. 나도 모르게 한참을 응시하다가 어느새 처참한 분노와 체념이 밀려온다.



 플라스틱 분리수거 칸에는 페트병의 라벨지가 뜯어지지 않은 채 놓여 있다. 참고로 비닐 라벨지는 종량제 봉투에 분리수거해야 한다. 페트병과 라벨지가 플라스틱 칸에 있는 건 아주 가끔 드물게 있는 게 아니라 종종 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엘리베이터에 라벨지와 페트병을 분리해야 한다는 정부지침이 부착되었기 때문이다.


페트병과 라벨지는 분리해야만 하는 정부지침입니다.


문제는 단순히 페트병-라벨지에 한정되지 않는다. 비닐류와 일반쓰레기를 구분하지 않은 채 비닐류에 버려진 쓰레기들도 많다.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 배출 비용을 막기 위해 변기통에 버리는 사람들도 꽤 많다. 내가 사는 오피스텔은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자체적으로 따로 하는데, 그 비용 때문에 변기에 버려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공지가 내려왔다.



귀찮아지는 순간 가장 버리고 싶은 게 예의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다. 사회적으로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그럴듯한 모습으로 자신을 꾸밀 수도 있지만, 동시에 뒤돌아서는 순간 가장 바닥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분리수거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나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다.



단순히 필요하고 어쩔 수 없기 때문에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하고 싶지 않지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주 귀찮아지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중요성을 망각한다. 사회적 기능을 유능하게 하던 인간이더라도 아무렇지 않은 듯 공중도덕은 내팽긴 채 자기 편한 대로 행할 수 있게 된다.


분리수거 현장을 볼 때마다 나는 인간이 싫어진다.


분리수거는 그런 사람들이 동원되기에 적합한 현장이다. 함부로 혹은 무지하게 쓰레기를 배출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노력을 허무하게 만든다. 그건 직접적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쓰레기 배출 관련 관리인이나 작업하시는 분들의 노고가 더해지는 건 그들의 고려 사항 따위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쓰레기 배출이 올바르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환경적인 피해, 인류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이미 증명된 현실이다.



분리수거는 올바르게 해야만 하는 겁니다.


사람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 자기 결정권에 따른 자유를 구가할 수 있다. 직접적인 손실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분리수거 현장에서 예의를 차리지 않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 사람의 도덕성에 지나친 결점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 역시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배려와 공감지수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분리수거는 내 삶의 반경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공동체적 의무이다. 그건 개인적이지도 않고 자유의 문제도 아니다.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누린 사람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책임감이자 사회 규칙이다.



플라스틱 사용, 그건 불가피하지만 그래도 마땅히 해야 하는 노력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물을 사서 먹는 사회에서 페트병 사용이 불가피할 때가 있다. 최대한 친환경 페트병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 I am eco, 플라스틱 물의 이름이다.(삼다수, 에비앙 같은 것) 친환경적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고 탄소량 배출을 낮추었다. 가격도 합리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I'm Eco 물을 소비하려 한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업도 하고 있다. 소비자도 노력해야 한다. 줄일 수 없다면 분리수거라도  제대로 해야만 한다.  (광고 아니고 소비자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하고 싶습니다.


나는 물병이 배달되면 모든 라벨지를 뜯어 쓰레기통에 넣는다. 이후 뚜껑 아래에 있는 동그라미 링을 따로 빼놓는다. 그 ‘링’들을 따로 모아서 가위로 조각낸 후 모은다. 환경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플라스틱 링으로 인해 동물들이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사전적인 노력을 최대한 하려고 한다. 항상 텀블러만 고집하는 사람도 아니고, 배달 음식을 소비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환경 정책에 통달한 사람도 아니다. 다만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는 게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게 아닐까.



사람을 싫어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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