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하며 생각한 것 1
스물여덟 살쯤 됐을 때. 몸 가벼워 멀리, 어디든 멀리멀리 쉬 날아갈 수 있을 듯했습니다. 앞만 바라봐도 삶이 너끈할 거라 생각했죠. 힘 돋아 여기저기 근질근질했고.
서른에 짝과 한집 살이를 시작했을 때에도 바뀐 건 없는 것 같았어요. 몸과 마음과 삶 모두 멀리 뻗치는 느낌이었죠. 사실은 고만고만했음에도. ‘작은 집 큰 마음, 적은 돈 한 사랑’으로 늘 웃었다 하겠네요.
스물아홉서른 무렵 온몸에 뻗친 힘 느낌은 ‘한국 사회 남자다움’ 같은 거. 거침 없는 움직임. 말. 글까지.
한데 곰곰 되짚어 보면, 나는 그다지 드센 한국 남자는 아니었던 성싶습니다. 음. 소심한데 그것 감추고 싶어 담력 크고 용감한 척했달까요. 남자다운 게 무엇인지, 그게 또 발목 쇠사슬이요 짐인 걸 알지 못했죠. 알아보려 애쓰지도 않았고. 몰라 느끼지 못했으니까.
하여 설거지도 사랑하는 짝을 조금 도와준다 여겼을 뿐이에요. 마땅히 함께할 일로 알지 못한 거죠. 설거지가 귀찮고 괴로워 힘든 걸 잘 알았음에도.
나는 열두 살 됐을 때로부터 어머니 아버지 무릎 아래 ━ 슬하(膝下) ━ 를 떠나 살았습니다. 몸 닿기 어려운 바다 건너로 간 건 아니었지만 스스로 먹을거리 챙겨 먹고 뒷갈망해야 할 때가 가끔가끔 있었죠. 왈강왈강 설거지하다 보면 허리 뻐근하더군요. 손 시려울 때도 있었고.
겪고 나니 더욱 하기 싫었죠. 귀찮았습니다. 힘들어 더욱더 짜증스러웠고. 그리 잘 알았음에도 나는 오랫동안 ‘짝을 돕는 마음’이었을 뿐이에요. 내 할 일 아니라 여겼죠.
돌이켜 봅니다. 젊은 날 내 설거지. 잘못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