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하며 생각한 것 2
“정작 이 책을 읽어야 할 ‘남자가 어디 부엌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 책을 읽지 않을 것 같은 우울한 예감이···.”
<설거지맨(가제)> 애벌 원고를 미리 읽어 보신 한 대학교수 말씀입니다. “남자가 어디 부엌에 가나!” 하는 생각을 품은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야 할 텐데 그가 그러지 않을 듯해 답답하다는 얘기.
예. 남자는, 특히 ‘남자다운 한국 남자’라면 설거지 같은 걸 하러 부엌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이가 많죠. 생각보다 많습니다. 지금 21세기임에도.
“설거지를 하십니까?”
“설거지를 어떻게 해요! 나는 집에서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집사람한테. 남자가 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하늘이 정해 놨는데,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한테 시키면 안 된다. 그러나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의)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집안을 책임지는데 설거지나 빨래 같은 건 안 한다는 뜻···?”
“절대 안 해. 그, 하면 안 되지!”
그 ‘하늘’ 참 이상합니다. 남자 할 일, 여성 할 일 따로 있다니. 어이없네요. 그걸 또 철석같이 믿고 내뻗다니. 거참.
설거지 안 하는 남자. 그를 생각했습니다. 왈강왈강 설거지하며. 글 꾸러미에도 그를 담았고. 그를 가르쳐 깨우치게 하리라 마음먹진 않았어요. 조용히 말해 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당신 머리가 좀 딱딱한 것 같다”고.
‘설거지 안 하는 남자’를 위해 새 글 엮었는데 정작 그가 읽지 않을 듯해 나도 한걱정입니다. 대학교수 말씀처럼. “설거지로 풀어낸 이야기가 아주 좋”으니 설거지하지 않는 남자도 꼭 한두 서너 번 읽어 보시면 좋을 성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