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하며 생각한 것 3
늘 잘 읽히는 글 쓰고 싶습니다. 특히 재미있게. ‘설거지’ 품고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 읽다가 키득키득 웃는 소리 들리면 좋겠다고.
웃다 보니 생각할 거리도 제법 숨어 있는 걸로 읽히면 매우 기쁘겠습니다. 쉽지 않아 늘 애써 볼 따름이죠.
가까운 오십 대 남자에게 <설거지맨(가제)> 애벌 원고를 미리 읽어 봐 달라 했습니다. “페미니즘으로 시작하는 듯하다가 진짜 설거지 전문 서적으로 변신”하지만 “설거지는 모든 에피소드에 연결돼 있”고 “결말은 소설처럼” 끝났다는군요.
새 글 꾸러미 속엔 ‘페미니즘’이라는 낱말이 딱 한 차례 쓰였습니다. 소설가 김훈이 2000년 구월 27일 <한겨레 21>과 한 인터뷰에서 페미니즘을 두고 “우리 딸? 그런 못된 사조에 물들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는 걸 알릴 때였죠. 이런저런 설거지 이야기가 좀 무르익은 뒤이고, 앞뒤로는 ‘페미니즘’이라는 낱말이 없어요. 한데 글이 “페미니즘으로 시작하는 듯”한 느낌을 일으켰으니 기껍습니다. 그리 읽어 주셔서 고맙고.
그는 “단어가 되게 생경한 것들이 있는데 이쁘”다는군요. 쉬 잘 읽히게 입말을 한글로 많이 쓰려 애써 왔는데 이 또한 그의 눈에 들어 보람찹니다. 내 애벌 원고를 몇 차례 미리 읽어 봐 줬던 그가 “단어가 이쁘다”고 말한 건 처음. 입가에 웃음이 자꾸 번집니다.
깊고 색다른 얘기도 들었죠. “읽다 보면 영화 보는 거 같은 느낌도 있어요”라고. 오호··· 귀 쫑긋 섰는데 그가 덧붙인 말 때문에 함께 웃었습니다.
“히트 칠진 모르겠으나 영화제 상을 받을 거 같은 ㅋㅋㅋㅋ.”
나는 상보다 ‘히트’를···. 숨김 없이로는. 둘 다를 바라 마지않습니다.뻔뻔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