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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영 Feb 22. 2019

1+1=1?

너를 내 세계에 받아들이기까지

예전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던 때의 내 글을 읽어보면 얼마나 혼돈의 나날을 보냈는지 실감이 나서 그때의 그 감정이 문득문득 되살아 나곤 한다.

뭔가 대단히 잘못된 길을 선택한 것만 같은 그때의 내 마음.


나는 자아가 강한 사람이다.

내가 지금까지도 굳게 믿는 사람의 마음 중 하나는 모든 사람들은 다중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여러 개의 내 자아들 중 아주 고집 세고 변하지 않는 그런 녀석들이 있는데 나도 그런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기고,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고 생각을 정리하고 그 시간들 덕분에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도 더 잘 보낼 수 있는 그런 성격이다.

우리 엄마도 그런 성격 중 한 사람인데 엄마가 종종 했던 말이 떠오르곤 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면 엄만 내 에너지를 다 뺏기는 기분이야. 이렇게 혼자 내 공간에서 차 마시고 음악 듣고 밀린 살림도 하고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돼!"


그런 면에서 난 엄마를 닮은 것 같다.


우리는 결혼식을 하기 전 2년 정도 동거를 했는데 그 시간 동안 내가 느낀 건 이렇게 한 공간에서 같이 숨 쉬고 살아가고 사랑하는데 굳이 결혼식이란 절차를 거쳐야 하는 걸까? 였다. 동거와 결혼의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계시기에 그리고 결혼식을 통해 일가친척 친구들에게 '나 결혼했소. 이제 유부녀요'하고 선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그리고 웨딩드레스의 환상도 없진 않았다. 일하는 동안 직장에서 점심시간을 짬 내 예쁜 웨딩드레스들을 골라보는 것도 좋았고, 부케는 어떤 꽃으로 할지 웨딩촬영은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설레고 좋았었다.


결혼한 지 한 달도 채 안됐을 무렵, 난 결혼을 후회했다.

결혼이란 타이틀을 가지기 위해 했던 거창한 결혼식, 법적인 절차들 그런 것들을 왜 했나 후회했고 마치 결혼식을 한 그 날 이후로 나 자신이 서서히 없어져버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우울했고 다시는 나란 사람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기에 한없이 슬펐고 때로는 남편을 원망했다.

남편의 입장에선 내 알 수 없는 짜증과 무기력함, 거리감을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결혼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한다. 결혼하고 2-3년 동안 제일 많이 싸운다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우린 동거를 통해 서로에 대해 다 알고 결혼했기에 괜찮을 거라고.

그때까지만 해도 동거와 결혼이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었다.

난 이미 나 스스로 검증했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적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고 믿었었다.


나는 아마 결혼의 진정한 정의를 동거 2년을 통해 진정으로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시간은 그저 내가 좋아서 그 사람도 나와 함께함이 좋아서 선택한 시간이었던 것뿐, 진정한 결혼생활을 미리 체험했다기엔 너무나 모자란 시간이었다.

연애할때 스탠리파크 산책. 매번 드라마틱한 연애만 하다 널 만나서 너도 날 만나서 평탄하고 달콤한 이 연애가 한참 신기했을 때.

처음의 충격은 결혼을 통해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에서도 서술했듯 난 자아가 강한 사람이다. 사람 관계에 있어서도 저 사람이 나에게 이 만큼을 주었으니 나도 이 만큼을 주면 되겠다란 계념이 있었고 내 거와 네 거의 구분이 강한 나이다. 그런 내가 가끔은 내 거를 조건 없이 이 사람에게 내어주어야 하고 때로는 내 세계에 남편을 들여야 한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결혼 생활이라는 것을 몰랐기에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 올 때마다 난 마치 내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한없이 슬펐고 서러웠다.


그때의 나를 자책하거나 왜 그랬을까 후회하진 않는다. 그 시간을 통해 진정한 결혼이 무엇인지 조금은 깨달았으니...


독립적인 두 인격체가 만나 같이 살아나가는 것은 어마어마한 문화충격이다.

그런 두 인격체가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 결혼이란 걸 난 뒤늦게 조금 깨달은 것 같다.


내 세상을 이 사람에게 내어주는 게 이 사람이 내 것을 빼앗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둘이 하나가 되어 살아나간다는 것은 가끔은 내 것을 남편에게 조건 없이 주기도 하고 남편도 나에게 조건 없이 남편의 세상을 나에게 허락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건 내가 그리 하였을 때 남편도 나를 믿고 조건 없이 내어줄 거란 믿음이다.


난 아마 이제야 내 남편을 내 세계에 진정으로 들인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을 믿는 것도, 내 세계에 사람을 들이는 것도 느린 난 이제야 널 내 세계에 들인 것 같다.


늦어서 미안해 그리고 환영해!

너란 사람을 충분히 다 알려면 우린 한 80까지는 살아야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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