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현재 진행형

나만의 그것

by 정은유


어릴 때 TV에 나온 여자 연예인이 너무 예뻐서

나도 저 연예인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막연한 동경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감정의 늪에 빠져

그들에 비해 초라한 나를 못마땅해했다.


예쁜 옷을 입고, 예쁜 신발을 신고

늘 멋진 포즈로 웃고 있는 그들의 삶이

마치 ‘축제’와 다를 게 없다고 여겼다.


하루를 살아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고 바라보았으나

현실은 지극히 평범한 집안의 첫째 딸,

돈 벌러 나간 엄마 아빠를 대신해

어린 두 동생을 돌봐야 하는 큰 언니,

내가 가진 타이틀의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내 삶의 달력엔

연예인의 그것처럼 축제 같은 날이 없었던 것 같다.

오래 기억될 만큼 요란한 사건도,

사람들의 환호성을 받을 만큼 멋진 장면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슬프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어른이 되고서야 알았다.

멋들어진 왕관을 쓴 것처럼 화려한 삶의 뒤편엔

그만큼의 무게와 책임이 따라다닌다는 것을.


대중의 박수와 이목을 받는 만큼

어떤 비판과 평가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언제부턴가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게 된 이유다.


대신에 내 삶엔

무사히 지나간 날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별일 없었어”라고만 하기엔

나름의 최선으로 채운 하루들이 분명히 있다.


알람 소리에 피곤한 몸을 일으켜 아침을 맞이하고

치열한 낮, 고단한 저녁을 지나 다시 밤,

방안의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

평탄한 하루를 보냈음에 안도하며 잠에 든다.


행복해지기 위해

매일의 일상을 열심히 살아내는 와중에도

마음은 늘 조심스러웠고,

무너지지 않으려 애쓴 날도 많았을 거다.


어떤 이의 삶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어준 기특한 날들.


오늘 밤엔

잘 견뎌온 나의 무던했던 하루하루에게

이 말을 건네고 싶다.


“별일 없어서 고마웠어.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이전 11화아들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