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理想), 이상(異常)

서부 전선 이상 없다 (2022)

by 최은주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포스터


* 스포일러 없습니다.

선동은 이상(理想)을 말했고, 현실은 이상(異常)했다. 그 소년들은 거짓된 이상(理想)에 유혹되어 액경(厄境:모질고 사나운 운수(運數)에 시달리는 고비)의 연속에 치달았다. 전쟁의 현실은 매일 같이 죽음과 투쟁하는 것이었고, 수 많은 죽음 속에서도 자신의 삶의 압도적인 소중함을 느끼며, 그것조차도 좋아할 수 없는 수 많은 동료들의 시체와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안타깝게도 지켜만 봐야했다. 그 참담한 현장에 더 이상 인간성은 없었다. 조국에 대한 사랑도 없었다. 단지 살아남고 싶어하는 불쌍한 본능만이 남아있었을 뿐이었다. 살아남았다는 승리의 빛을 쫓으며 죽음과 겨루어 이겨내고, 그렇게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연명해나가는 것의 연속. 그것은 삶이 아닐지도 모른다. 전쟁에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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