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코로나라뇨.." 믿기지 않는 날들의 시작
코로나 바이러스.
말만 들어도 섬뜻하고 가깝게 왔다고 생각했지만
또 완전히 가깝지는 않아 늘 두려운 미지의 세계 같았던,
침대 아래 무서운 귀신같았던 그 바이러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습격했고
어느새 나는 회사 1호가 되어있었다.
#코로나19확진일기 #확진당일
일주일 내내 야근으로 지쳤던 몸과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비죽 올라온 구내염이 내 코로나 증상의 시작이었다(고한다.).
구내염에 걸리고 그 염증이 목으로 넘어가 목이 칼칼해질 때 쯤
3월이 찾아왔고 날은 급격히 따뜻해졌다.
늘 있던 환절기 인후염이겠거니 여기고 병원에 가 처방을 받고
목 증상이 거의 회복해갔던 2일 뒤 밤,
늘 먹던 호박차의 맛과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고
다음날 바로 검사를 받아 당일 확진 전화를 받았다.
분명 문자로 결과가 오겠거니, 나는 코로나가 아니겠거니 했지만
02로 시작하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고
마포구 보건소라는 말에 온 세상이 무너져내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제가 확진이라뇨. 재차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몇번을 검사하고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양성 확진자라고 대답했다.
눈물부터 났다. 내일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다느니 준비물을 챙기라느니 하는 말들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어제 저녁먹은 동료들, 내 친구, 우리 가족, 할머니 할아버지가 머리를 스쳐지나가면서
머리가 하얘지기 시작했다. 제 주변인들은 어떡하죠.
전화를 끊자마자 어제 저녁에 야근으로 식사했던 동료들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제가 코로나 양성이래요."
죄라도 지은듯, 아니 죄지은 사람처럼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동료에게도 그 동료의 가족에게도 너무나 미안한 순간..
나는 어디서부터 감염된걸까,
나름 조심한다고 했는데 결국 난.. 조심성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걸까..
지금 내가 흘리는 눈물, 땀, 콧물은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덩어리겠지
순간 내 몸이 바이러스로 덮혀 더러운 존재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누구 탓도 아니에요. 자책하지 말아요."
걱정이 앞설텐데도 말해준 진심어린 위로에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코로나에 걸려보니 더욱 드는 생각은,
아 이 놈의 코로나는 내 병이 아니구나
주변사람들을 걱정하는 병이구나. 싶었다.
내가 무슨 상태인지, 얼마나 아픈지 중요하지 않고,
사라져 버린 미각과 후각도, 메마르는 코와 칼칼한 목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놓고 아프기엔 너무나 신경쓸 일들이 많은 병이었다.
그렇게 나는 코로나에 감염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