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격엔 장단점이 있다면서요..
나는 정말 성격이 급하다.
답답함 느끼는 순간, 그것을 ‘문제’라고 인식해 당장 해소하려 든다. 이 성향은 많은 경우에 의외로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기도 했다. 빠르게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는 단시간에 커리어 발전에 도움을 줬다. 빠른 결정과 실행력이 큰 자산인 스타트업은 나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졌다.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에는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스타트업에서 나와 규모 있는 중소기업으로 취직한 이후, 나의 성격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보였다. 의사결정 구조에서 단계가 많아지고, 윗선들의 들쭉날쭉한 피드백들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나에게도 있었다.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는 빛날지언정, 결과를 일궈나가는 지지부진한 ’ 과정’을 못 견뎌했던 것이다. 동료들이 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나 혼자서 해결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속단하는 날이 늘어갔다. 새로운 의사소통 방법을 배우기보다는 나의 방법을 강요했다. 그렇게 얻어지는 것은 완벽한 결과가 아니라, 나 혼자만의 동굴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 6개월에 걸렸다.
처음에는 이직이 동굴을 빠져나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퇴근 후 저녁을 이직 준비에 고스란히 바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달이 채 안돼서 이직 준비를 그만뒀다. 회사에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이직’인지 아님 ‘탈출’인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나는 '빠져나오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브레이크를 밟았다. 빨리 할 수 있는 것, 빨리 얻을 수 있는 것, 빨리 결과가 나오는 것만을 좇았던 것은 아닌지. 속도보다 중요한 방향을 잃은 것은 아닌지, 잠시 멈춰 점검이 필요한 시간이다.
나는 여전히 멈춘 채, 내가 나아가야 할 정확한 방향과 목표가 무엇인지 점검하고 있다. 행복은 해야겠는데, 어떻게 해야 행복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당분간은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잠시 내려놓으려 한다. 잠시간은 그래도 되지 않을까.
언젠가는 행복해질 수 있는 방향과 가슴 설레는 목표를 소개할 수 있길 바란다.
그것이 다음 일기장의 내용이라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