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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디렉터 김유경 Mar 01. 2022

리사이클링 보다 업사이클링

트렌드와 음식 이야기 : 푸드트렌드 2022

방탄소년단 (BTS)가 작년 유엔 연설에 나섰을 때 입었던 옷, 혹시 기억하시나요? 멤버 모두 단정한 정장을 입고 연단에 올랐는데 알고보니 명품 브랜드가 아니라 재고 의류와 친환경 원단으로 만든 옷이었습니다. 연설에서 기후변화를 화두로 던진만큼 걸맞는 의상을 택한것이죠.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02259692g

이 옷은 코오롱 FnC의 친환경 브랜드 '래코드' 제품이었다고 합니다. BTS 정도면 최소 Dior 정도의 정장을 입거나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루이비통의 옷을 입었을만도 한데 말이죠. 여러모로 기특한 그룹이예요 참. 코오롱뿐만 아니라 전세계 패션업계에서는 재활용품을 활용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업사이클링 (Upcycling)' 이 메인 트렌드입니다. 이를 컨셔스 패션 (Concious Fashion) 이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소재 선정부터 제조, 운송, 보관, 판매, 재활용까지 환경을 고려하는 '의식있는 패션'인 것이죠

환경부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하루에 약 16,000톤이나 되는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하고, 이를 처리하려면 연간 8,000억의 처리비용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여기서 더 주목해야할 점은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중 70% 이상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도 전인 유통조리 과정이나 관리 단계에서 발생하고 있고요. 예를 들어 사과즙 상품을 하나 출시하기 위해서 사과 펄프, 사과 껍질, 사과 씨 등이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버려지는 사과로 멋진 가죽백을 만든다면?

파리의 패션 브랜드 코페르니는 실제로 사과 폐기물로 만든 비건 가죽백 스위프트백 SWIFT BAG 을 출시했습니다. 누가 먹다 남은 사과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산 공정에서 버려지는 사과 부산물을 가지고 말이죠. 이탈리아 비건 가죽 전문회사 프루마트는 사과 주스와 잼을 만드는 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회수해서 여러가지 아이템을 만드는데 가방의 원단뿐만 아니라 크록스 신발처럼 가방을 꾸미는 악세서리도 만들어 자신만의 스타일로 가방 데코레이션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업사이클링 트렌드에 맞춰서 출시한 상품인만큼 이슈는 되지만 가격이 20~30만원정도 하기 때문에 대중화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합니다. 하지만 버려질 수 있었던 음식물 쓰레기를 20~30만원의 상품으로 부가가치를 올렸다는 점에서 선도적인 업사이클링 사례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조금 더 흥미로운 업사이클링 사례를 살펴볼까요? 영국의 한 와이너리는 버려진 과일과 채소로 와인을 만든다고 합니다. 모양이 예쁘지 않아서 상품성이 떨어지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신선 식품들을 활용하는거죠. 투 라쿤스 와이너리 TWO RACCOONS WINERY 는 작년에 슈퍼마켓에서 버려진 과일과 채소를 가지고 무려 1만병의 와인을 양조했다고 합니다. 성공적인 런칭을 한 뒤 수많은 식품 기업과 협력해 잉여 냉동 과일을 공급받아 딸기, 바나나, 망고, 라즈베리, 오렌지 등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생산해 라인업을 확장하고, 판매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하네요! 직접 먹어보진 못해서 어떻다고 이야기를 나누긴 어렵지만, 잘되고 있는걸 보면 맛이 꽤나 괜찮은가봅니다. 그리고 생산 후 발생하는 과일과 채소 펄프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배양토로 재활용된다고 하네요. 우리나라도 장마나 가뭄으로 인해서 손해가 막심한 농가가 많을텐데, 이런 방식으로 업사이클링을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 업사이클링 사례로 살펴볼까요? 제주도 사람한데 돈 주고 감귤을 샀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고 하죠. 워낙 지천에 널려있는게 감귤이고 그만큼 파치 감귤도 많아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귤은 동물 사료로 활용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못생기고, 맛도 없는 감귤.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없을까요? 코코리 제주라는 업체는 농가에서 버려지는 파치 감귤을 수매해 천연 세제를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합성방부제나 인공색소를 사용하지 않고, 감귤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주방 세제, 세탁 세제, 거품 비누 등을 만드는데 패키징 자체도 감각적이고 예뻐서 MZ 세대 사이에서 인기입니다. 농가에서는 어짜피 버려지는 파치 감귤을 돈을 받고 팔수도 있고, 코코리 입장에서는 향긋한 세재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입니다.   

버려지는 음식을 업사이클링해서 다시 먹어서 해치우는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호기심에서 만들어진 놀라운 컵이 있습니다. 바로 먹을 수 있는 컵인데요. 아이스크림콘처럼 비슷한 모양을 띈 컵인데 밀가루, 귀리, 물 등 7가지 천연 식물성 재료로 만들었다고 해요. 심지어 최대 85도의 고온을 견디고, 최대 12시간까지 방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서 뜨거운 커피나 라떼를 넣어도 된다는 사실! 멘체스터시티의 첫홈경기로 시작을 끊은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는데 최대 45분까지 바삭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서 전반 경기가 종료될때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그 외 빵으로 맥주는 만드는 곳도 있고, 막걸리계의 샴페인이라고 불리는 복순도가는 이미 막걸리를 만들고 남은 술지개미로 천연 화장품, 마스크팩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 기술력이 발달했기 때문에 쓰레기는 어떠한 상품의 중요한 원료로 충분히 다시 재탄생할 수 있습니다. 신박하고, 흥미로운 푸드 업사이클링 사례가 또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

 푸드디렉터 김유경 (angelakim@tastykorea.kr)


-경희대학교 조리외식경영학과 석사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 및 WSET 2 와인 과정 수료

-2021 글로벌 푸드 트렌드 & 테크 컨퍼런스 좌장

-세계일보, SPC 매거진, 롯데그룹, 한국조선해양 등 다수의 사보 및 신문 컬럼 기고

-KBS 밥상의 전설, MBC 기분좋은 날, TVN 쿨까당, JTBC 쉘위치킨 등 다수의 방송 출연


해당 자료는 푸드디렉터 김유경이 직접 제작한 자료로 제3자의 상업적인 활용을 엄격히 금지하며, 비상업적으로 활용을 할 경우라도 출처를 반드시 남기셔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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