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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덮어놓고 그라나다였을까

그곳의 매력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사후세상 안내서인 '티베트 사자의 서'에 따르면, 죽은 후 눈앞에 나타난 빛을 빨리 따라갈수록 좋은 곳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어물어물 망설이는 순간, 점점 척박한 곳으로 떨어진다. 만약 내가 전생에 머뭇거리지 않고 곧장 빛을 따라갔다면... 어디에 태어났을까..


그라나다의 매력은 뭘까?

인간은 공간의 동물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연과학분야 멘토인 박문호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부모에게서 태어난 것보다 어느 곳에서 태어난 것이 개인 삶에 더 큰 영향을 준다." 적극 공감한다. 공간은 언어, 문화, 또 관습을 해준다. 그런 면에서 그라나다 사람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다. 이처럼 풍요롭고 아름답고 편안한 땅에서 태어나다니...


스페인에서 그라나다는 작고 오래된 남부 도시에 불과하다. 바르셀로나 같은 메가시티는 남부를 낙후되었다 무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삶의 질적인 면에서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는 결코 이곳을 앞서지 못할 것이다. 시에라 네바다 봉우리가 보이는 자락 알함브라성이 자리하고 천년 넘은 알바이신 동네가 아래를 받치고 있다. 또 이어지는 다운타운엔 잘 나가던 스페인 황금시대가 남겨져 있다.  도시를 한시간 가로지르는 것만으로 수백 년을 왔다갔다 할 수 있으니 어찌 신기하지 않을쏘냐! 그래서 시간만 나면 대문을 박차고 나가 알바이신 골목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것이다.


해가 뜰까말까한 7시 반, 길가에 데사유노(아침밥)를 파는 카페들이 분주하다. 빵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꼬소한 커피에 갓 짜낸 오렌지 주스가 5분 만에 나온다(3종세트에 단돈 5천원). 가게마다 온동네 사람이 모여 수다 삼매경에 시끌벅적하다. 스페인어를 미리 배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수다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랑 떠는 게 최고인데... 혼자만 과묵한 세상에서 다시 한번 그라나다 사람들에게 무한 부러움을 느낀다. 아침 댓바람부터 아무하고나 수다를 떨 수 있는 권리를 가진 도시 어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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