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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Aug 01.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빈(Ⅱ)

슈트라우스, 은혜

2015년 11월 14일


슈테판 대성당


슈트라우스- 도나우 강


도나우 강을 보니 지금까지 봤었던 모든 강들이 생각났다.

작아서 실망했었지만 첫 강이라서 좋았던 더블린의 리피 강.
흐린 하늘 속에서도 화려하게 빛을 냈던 런던의 템즈 강.
유람선을 타면 아름다운 에펠탑이 더 아름다워 보였던 파리의 센 강.
깔끔함과 현대 건물 속에서 빛이 났던 로테르담의 마스 강.
대성당 속에서 옛것과 새것을 봤던 쾰른의 라인 강.
힘들게 정원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뮌헨의 이자르 강.
오랜만에 보는 강이라 반가움에 바라봤던 세비야의 과달키비르 강.
귀찮고 무기력했지만 막상 가보니 좋았던 마드리드의 만사나레스 강.
한 도시의 거대한 강 2개가 흘러서 신기했던 리옹의 론 강과 손 강.
영화 속 장면과 맞물려서 더 이뻤었던 피렌체의 아르노 강.
세월의 흔적을 보며 더 큰 매력을 느꼈던 로마의 테베레 강.
매일 출퇴근하면서 아침과 저녁을 함께한 베를린의 슈프레 강.
이쁜 다리에 작은 도시에 큰 강이어서 좋았던 프라하의 블타바 강.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뛰어다닐 것 같았던 잘츠부르크의 잘차흐 강.

그리고 여기 서울의 한강을 보는 것 같아 더 감동인 오스트리아 빈의 도나우 강.

'유럽 100일 여행 中 D-91'


도나우 강을 처음 본 순간, 제 귓가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흘러나왔어요.


▶ 듣기 ♬ ♩~

「An der schönen blauen Donau」-Johann Strauss II ⓒYoutube


지휘자의 손 끝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 어느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미세한 움직임이었지만 단원들은 하나 둘 자신의 악기를 부여잡는다.


바이올린의 떨림이 강물의 흐름을 만들고 호른의 울림이 저 멀리 메아리를 퍼뜨린다.


비올라와 첼로의 중저음이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고 목관 악기들은 청아하게 노래하는 새들을 불러 모은다.


이윽고 트럼펫, 트롬본, 튜바, 팀파니의 우렁찬 소리가 합류하자 도나우 강의 분위기는 활기로 넘친다.


바이올린, 플루트, 클라리넷의 신나는 곡조와 오보에의 차분함이 대조를 이루고


그 사이를 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한 소리가 푸른 강물을 깊은 물결로 출렁인다.


다시 한 번 호른의 울림이 메아리를 퍼뜨리고 이번엔 하프의 아름다움이 가미되어 강은 더욱더 빛이 난다.


도나우 강변에는 한껏 들뜬 남녀가 원을 그리며 이곳저곳을 뛰어다닌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설치된 그라벤 거리


저는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짜인 일정을 토대로 황궁을 관람하고 있었어요. 오디오 가이드가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저는 가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죠. 황궁 안은 합스부르크 왕국의 전리품들과 시시 황후의 생활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신기했어요. 이렇게 한참 동안 황궁을 둘러보고 있는데 오디오 가이드 기기에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어요. 저는 오디오 가이드에서 음악이 나오길래 주의 깊게 들었죠. 그 곡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이었어요. 신나는 박자와 박수 소리가 저를 한껏 흥분시켰어요.


빈 황궁


빈 황궁에는 궁전뿐만 아니라 스페인 승마학교도 있어요. 시시 황후도 승마를 좋아해서 이곳에서 취미로 승마를 배웠다고 해요. 평소에는 승마를 가르치고 말을 훈련시키는 곳이지만 일주일에 두 번씩 승마 공연이 펼쳐져요. 공연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자 많은 사람들이 학교 안으로 입장했어요. 화려한 조명과 신나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자 공연이 시작됐죠. 하지만 공연은 생각보다 실망이었어요. 말들은 통제가 안돼서 정해진 경로를 이탈하기 일쑤였고 기수들도 말을 통제하기 위해 공연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녔어요. 기대를 잔뜩 하고 왔는데 준비도 부족했고 구성도 엉성했어요. 공연이 모두 끝나고 기수들이 인사를 하는 시간이었어요. 클래식 음악이 무대에 울려 퍼졌는데 어디선가 들어봤던 음악인 거예요. 그건 황궁에서 들었던 라데츠키 행진곡이었어요.



요한 슈트라우스, 빈 왈츠의 아버지 혹은 왈츠의 왕.


저는 문득 도나우 강을 보고 싶어 졌어요. 도나우 강은 빈 도심의 북동쪽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관광지와 많이 떨어져 있어요.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장소였지만 저는 개의치 않았어요. 강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강은 저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어요.

저의 유럽여행에서 강이 주는 의미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어요.

한강의 넓음에 익숙해져 있던 저에게 유럽의 강들은 많이 생소했어요.

하지만 여행이 계속될수록 강이 그 도시를 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죠.

강이 왜 좋냐고 묻는다면 강의 모습이 모두 다르기 때문일 것이에요.

강에는 도시의 역사가 담겨 있고 사람들이 있어요. 강은 항상 도시와 함께 흘러가죠.


도나우 강은 정말 특별해요.

도나우 강은 제 유럽 여행의 마지막 강이에요.

도나우 강은 한강의 넓음을 담고 있었어요.


도나우 강
도나우 강
도나우 강



2015년 11월 15일


빈 크리스마스 마켓. 시청사 광장


은혜- 비엔나 한인교회


순서가 되어서 마지막 청년 2부가 나갔다.

내가 유럽에서 특송을 하다니 믿기지 않았다. 곡은 Amazing Grace였다. 그 은혜 놀라워!

정말 놀랍다. 내가 앞에 나와서 사람들과 찬양하는 것도 기적이고 여행을 여기까지 올 줄도 몰랐고 이렇게 성장할 줄도 몰랐다. 감격의 찬양을 올리며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92'


계절의 변화는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찾아오면 우리는 알록달록한 옷들을 꺼내어 1년을 맞이하지만 두꺼운 외투를 꺼내는 순간이 되면 그 1년을 아쉬운 듯 놓아 보낸다. 8월의 무더위 속에서 시작했던 나의 여행은 어느샌가 11월 중순에 접어들었고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더 이상 여름의 푸르름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 자리에는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유럽 전역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빈의 시청사 앞 광장에도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크리스마스를 느끼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빈소년 합창단. 황궁 예배당


나는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비엔나 한인교회를 방문했다. 주일 성수를 위해 유럽의 한인교회들을 방문했었지만 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값 비싼 한식 식당이 부담스러웠던 나에게 한인 교회의 나눔 시간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한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였고 사람들과의 만남은 한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행자들에게는 듣지 못할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 속에서 도시에서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었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나는 이 시간을 통해  다음 일주일간 여행할 수 있는 힘을 얻어갔다.


비엔나 한인교회의 주일 예배가 끝나고 가졌던 나눔 시간에서 나는 뜻밖의 경험을 체험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던 형, 누나와 출신 교회에 대해서 묻던 도중 나와 같은 교회에서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분은 각각 플루트와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빈에서 공부를 하고 계셨다. 우리는 서로 반가워서 교회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가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다음 일정까지 시간이 남았다고 하자 피아노를 전공하시던 누나는 오후에 추수감사 주일 경연대회가 있는데 청년 2부 팀에 같이 하자고 제안하셨다. 나는 정말 기뻤다.


비엔나 한인교회 예배당


오후 찬양 예배는 다양한 연령층의 셀 그룹에서 특별 찬양을 하면서 이루어졌다. 단순히 찬양을 부르는 것뿐 아니라 율동을 하면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등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졌다. 경연대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 내가 속해있던 청년 2부 그룹이 무대에 나갔다. 오랜만에 부르는 찬양이라서 그랬는지 내 목소리는 떨렸지만 나는 감사함으로 음을 내기 시작했다. 나의 찬양은 감사의 기도였다.


'Amazing Grace' 지금까지 모든 것이 은혜다.


청년 2부 특순 ⓒhttp://viennachurch.at/
크리스마스 마켓. 시청사 광장
줄 지어있는 크리스마스 마켓 간이 상점
크리스마스 마켓 간이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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