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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다이 Oct 31. 2023

행복은 상대적이다

내가 바라보는 나의 삶 (결혼과 육아)

 딱딱하다고 느껴지는 법과 경영을 전공했지만, 사실 나는 심리학을 좋아한다.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던 것은 신입사원 시절 오리엔테이션 때 접했던 최인철 교수님(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때부터였던 것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에 대한 교수님의 강의는 남이 아닌 ‘내가 바라보는 나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최인철 교수님의 <굿 라이프> 책에는 내가 애정하는 문구가 있다. 

“소유물은 비교를 불러일으키지만 경험은 비교를 유발하지 않는다 … 최적의 물건을 최적의 시기에 최적의 가격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이런 강박적인 소비성향을 극대화(maximizing)라고 부르며, 극대화 성향이 강할수록 행복감이 떨어진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 ‘최적’의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과정이 즐거움보다는 스트레스를 안겨줄 때가 있다. 이 문구를 처음 몸소 체험한 건 결혼 준비 기간 그리고 육아용품품을 준비하는 기간이었다.  


나의 구 남자친구(현 남편)와 함께한 시간이 7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결혼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나의 측근들이 그해 연달아 결혼하였기에 자연스럽게 들었던 생각인 것 같다. 나의 모토는 “일회성 이벤트에 돈 많이 쓰지 말자”였다. 당시 직장생활, 변호사시험공부에 더하여 결혼 준비까지 병행을 해야 했던 시기라 결혼 준비는 절대 나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돌이켜 보면 ‘굳이 왜 이때 결혼을?’이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런데, 막상 요이땅! 하고 준비를 시작해 보니 결정해야 할 것들 투성이의 “비교 지옥”이 시작되었다. 웨딩플래너만 잘 만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건 나의 오판이었다.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종류부터, 가격의 적정성 등 매일 결정할 것이 넘쳐났다. 출근길, 퇴근길에는 항상 블로그, 네이버 카페 후기를 찾아보는 게 루틴이 되어 버렸고, 넘치는 정보 속에서 결정장애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거기에다가 결혼 준비를 한다고 하니, 지인들과의 만남 주제는 매번 결혼 준비가 되어버렸고 “어디 스튜디오는 가성비가 떨어진다더라”, “누구는 어디에서 결혼해서, 거기 드레스를 입었다고 하더라”, “그 드레스는 식장이 휑하면 안 어울린다고 하더라” 등의 수많은 대화를 경험하면서, 결혼 관련 블로그를 재방문하고 나의 결정을 남들과 비교하고 다시 고민하고 번복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거쳤다. 정말 이렇게 많은 스튜디오와 드레스와 메이크업 샵이 있을 줄이야! 


결혼 준비를 할 때는 당당하게 “난 결혼식에 돈 많이 쓰지 않을 거야!”라고 외쳤던 처음의 나는 점점 사라지고, 매 순간의 결정을 남과 비교하고 블로그/카페에 나와 유사한 결정한 사람들을 통해 위안을 얻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결정의 잣대가 내 기준이 아닌 남의 기준이 되어버린 순간들이 눈덩이처럼 모여서 나에게 큰 짜증으로 다가왔고, 이 짜증은 자연스럽게 남편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무조건 나의 결정에 “Yes”라고 외쳐주는 감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모든 결정은 나의 기준이 다시 명확해질 때 해결이 되었다. 첫째, 결혼준비에 소비할 금액의 상한선을 정하고 나서, 각 항목별 소비 금액을 결정했다. 두 번째, 나의 우선순위를 결정하였다(나의 우선순위는 신혼여행 > 스튜디오 (여행과 사진은 남을 것들이니) > 메이크업 > 드레스). 세 번째, 나의 결정에 대해 번복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렇게 나의 기준, 우선순위를 명백하게 하고 나서 모든 결정들이 쉬워졌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남편과의 잦은 말다툼들도 자연스럽게 없어졌던 것 같다. 결국 나는 결혼이라는 물건을 최적의 타이밍에 최적의 가격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강박 안에서 몇 주를 보냈고, ‘결혼 준비’라는 내 인생의 한번뿐인 경험의 많은 부분을 스트레스로 채우게 된 것이다. 


미혼인 친구들이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어디서 했어?”, “이 정도면 적절해?”라고 물어보면 나는 매번 똑같이 대답해 준다. 결국 결혼은 자기만족이다. 스스로가 만족할 만큼 준비하고, 그만큼의 비용과 시간을 할애하면 된다고 말해준다. 그러니까 내 말을 듣고 비교하지 말라고. 결국 나는 내 기준으로 충분히 가성비 있는 만족하는 결혼식을 진행했고, 그리고 아직까지도 본식 사진을 고르지 못하고 있다(결국 본식 사진은 나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는 사실).


이러한 "비교 지옥"은 육아용품을 준비하면서 또 시작되었다. 육아용품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고, 육아는 템빨이라는 친구들의 말에 홀려 나의 구매 리스트 및 비교는 끝이 없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렸다. 아기는 정말 빨리 크고, 이 용품들은 금방 쓸모가 없어질 것이 라는.. 결국 육아용품은 대부분 선물과 당근으로 채웠고, 꼭 필요하고 중요한 물품들만 구매하였고 나는 아직까지 매우 만족하면서 육아용품들을 사용하고 있다. 소비욕구로 인하여 내 인생의 육아라는 빛나는 경험을 스트레스로 채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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