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다이 Dec 14. 2023

누구를 위한 삶인가?

육아는 어렵고, 어려운것은 가치 있다. 

요즘 나의 삶은 아기 위주로 돌아간다.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한 단계 깊게 들어가면, 나의 삶이 지향하는 방향이 아기로 바뀌어버렸다는 것이다. 근무할 때는 평일에는 회사원의 삶으로 살았다면, 주말에는 온전히 나를 위한 나의 삶을 살 수 있었다. 


이제 나의 주말은 엄마의 삶으로 살아간다. 어떻게 놀아줘야지만 아기의 삶을 다채롭게 해 줄 수 있을까, 성장시켜 줄 수 있을까로 고민하고, 행동하고, 그리고 아기의 먹기-놀기-잠 사이클 몇 번을 돌면 하루가 끝나버리는, 그리고 자기 전 유투부와 독서가 힐링이 돼버리는 그러한 삶이란 말이다. 


이번주부터 아기의 잠 사이클이 바뀌어버렸다. 저번주까지만 해도 새벽 5시에 기상해서 분유를 먹고 다시 잠들어 8시까지 자는 패턴이었다면, 이번주부터는 새벽 6시 반까지 자고 (새벽 2,4시경에 이유 없는 단시간 울음은 여전하다) 분유 먹고 다시 잠들지 않는 패턴인 것이다. 


엊그제 늦게 자고, 새벽 2시 4시에 아기의 괴성에 깨버린 나는 아침 6시 반에 정말 비몽사몽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아기의 컨디션이 아침에 최상이기 때문에 언제나 그렇듯 나는 씻지도, 눈꼽을 떼지도 않은 상태로 아기가 제일 좋아하는 블루래빗 팝업북을 읽어주고 장난감으로 1시간을 놀아준 뒤에 뻗어버렸다. 마침 남편이 일어나 아기를 데려가서 다행이지 아니였으면 뒤지기-되집기를 반복하는 아기옆에서 잠이 들었을것이다. 


20분 쪽잠을 자고 일어나서 남편에게 말했다, "아 진짜 아기를 위해서라도 운동을 해서 체력을 키워야겠다고". 이 말을 하고 나서 바로 들었던 생각이 요즘 나의 말들이었다. "아기를 위해서 좀 더 긍정적인 말들을 해야겠다", "아기를 위해서라도 일찍 자야겠다", "아기와 다니기 편하게 편한 옷을 구매해야겠다" 등. "나를 위해서"가 아닌 "아기를 위해서"로 어느 순간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이게 슬프진 않았다. 아기를 위해서가 곧 나를 위해서이고 가족을 위해서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까.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간호사선생이 말한다 "저한테 돈 쓰는 것보다, 가족한테 돈 쓰는 것이 훨씬 보람차거든요!" 예전에는 정말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기가 장난감으로 놀면서, 책을 보면서 웃는 모습 그리고 새 옷을 입은 모습을 보면 정말 예쁨 그 자체이다. 아기를 보면, 존재만으로 기쁨을 주는 생명체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자체로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이 드는 그런 존재. 예전에 아빠가 우수갯소리로 "우리 딸은 나 닮아 적당히 이기적이라 사회에서 잘 살아남을 것이라"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근데 아기에게는 적당히 이기적일 수 가 없다. 적당히 사랑할 수도 없다. 정말 가득 만땅으로 (나도 모르게) 사랑해 주기 때문에 부모들이 육아가 힘든 것이 아닐까 싶다. 나 이상으로 사랑하는 그 존재를 위해서 나도 모르게 나를 태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소 두서 없지만, 결론은 체력을 키우자, 그리고 아기를 사랑하는 만큼 나도 그리고 우리 가족도 사랑하자. (남편 보고있지, 사랑해!) 


                           

아기에게 자연보여주기 (aka. 귀여운 키위 머리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