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전거를 축복합니다

Bycycle and Backpag Blessing

by Alfius Historographus

지난 일요일 시내의 한 교회에서 Bycycle and backpag blessing, 즉 자전거와 책가방을 축복하는 의식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영국 교회는 별 걸 다 축복하는군..' 하고 무심히 지나치다 올해 처음으로 기도문을 자세히 읽어봤는데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기도문이라니요. 혼자 보기는 아까워 공유해 봅니다.




�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기도


M(사제): 성부 하나님,


E(모두):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M: 성자 하나님,


E: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M: 성령 하나님,


E: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M: 거룩하시고 복되시며 영광스러운 삼위일체 하나님,


E: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M: 펑크 난 바퀴와 깊은 물웅덩이, 휴대전화를 바라보는 보행자로부터,


E: 선하신 주님, 우리를 구원하소서.


M: 빠진 체인과 닳아버린 브레이크, 녹슬어버린 자물쇠로부터,


E: 선하신 주님, 우리를 구원하소서.


M: 게으름과 피곤, 그리고 차가운 겨울비로부터,


E: 선하신 주님, 우리를 구원하소서.


M: 부주의한 운전자과 아무렇게나 주차된 차량, 그리고 자전거 도로에 쌓인 온갖 장애물로부터,


E: 선하신 주님, 우리를 구원하소서.


M: 자전거 도둑과 도로에 패인 구멍, 미끄러운 길모퉁이로부터,


E: 선하신 주님, 우리를 구원하소서.


M: 우리의 부주의를 회개하오니, 모든 부주의와 성급함, 분노와 공격성으로 자신과 이웃을 위험에 빠뜨린 모든 순간을 용서하소서.


E: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M: 우리의 분에 가득 찬 생각과 말과 행동을 회개하며, 도로 위에서 우리가 대접받고자 하는 것처럼 타인을 대할 수 있도록 도우소서.


E: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M: 우리의 조급함을 회개하오니, 어린이와 노인, 불편한 몸으로 인해 더디 갈 수밖에 없는 이들을 향한 인내를 주소서.


E: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M: 우리의 태만을 회개하오니, 체인과 브레이크를 제 때 점검하지 못한 일, 어두움과 비 속에서 불을 밝히지 않은 일, 때로 신호를 무시한 잘못을 용서하소서.


E: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M: 주여, 모든 통치자와 의회와 공직자들을 인도하사, 입법과 계획과 집행을 통해 도로 위 모든 이들의 안전이 보장되게 하소서.


E: 선하신 주님,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교회의 신자들 뿐 아니라 지나가는 행인 누구나 자기 자전거를 가져와 축복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중간중간 웃음이 터지기도 하나 자전거 주인들은 생각보다 진지한 태도로 축복을 받습니다.


이 깜찍한 의식이 처음 시작된 곳은 미국입니다. 1999년 뉴욕의 한 교회에서 시작되었고 지금은 미국 전역과 유럽까지 확산되어 매년 신학기가 되면 책가방과 더불어 자전거를 축복하는 교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사람이 아닌 무생물이 축복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21세기에 설마 축복을 받은 자전거는 보호 마법에라도 걸려 모든 사고에서 비껴간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텍사스 클리프 교회 스콧 셜리 목사는 자전거 축복 의식은 성 프란체스코 축일에 동물들을 축복하는 전통을 잇는 매우 유쾌한 버전의 계승이라고 설명합니다. 동물 축복은 아직도 논쟁거리인 동물에게 영혼이 있느냐, 동물도 천국에 가느냐 하는 문제와는 조금 다른 맥락입니다. 우리 삶과 가장 가까이 맞닿은 대자연의 일부인 반려동물들을 축복하는 행위는 우리 스스로에게 자연이 함부로 다루어져서는 안 될 소중한 신의 창조물임을 상기시키고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합니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자전거 축복 의식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부분은 환경에 대한 언급입니다.




M: 더 많은 이들이 자동차 대신 자전거와 보행, 대중교통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공적 의지를 우리 가운데 세워 주소서.

E: 선하신 주님,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M: 우리에게 지혜를 주사, 창조 세계를 선하게 관리하는 청지기로 살아가며, 탈 수 있을 때에는 차 대신 자전거를 타게 하소서.

E: 선하신 주님,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M: 시원하게 열린 길과 살랑이는 바람의 기쁨을 주신 주님께,

E: 감사와 찬양을 드리나이다.




시내에 차가 많아질수록 공기는 탁해지고 이동시간은 늘어나며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자전거는 타는 이의 건강에 유익한 이동수단인 동시에 환경에 매우 무해한 이동수단입니다. 내 두 발로 움직이는 두 개의 바퀴는 이동 중에도 모든 감각이 땅과 공기, 햇빛과 바람과 비를 느끼게 해 주고 내가 생명을 가진 존재임을 상기시키는 소중한 도구입니다.


자전거 축복의식에 종종 낭독되는 성경구절은 에스겔서 1장 19-21절입니다.


: 자주 그 생물들이 갈 때에 바퀴들도 그 곁에서 가고 그 생물들이 땅에서 들릴 때에 바퀴들도 들려서 영이 어떤 쪽으로 가면 생물들도 영이 가려하는 곳으로 가고 바퀴들도 그 곁에서 들리니 이는 생물의 영이 그 바퀴들 가운데에 있음이니라 그들이 가면 이들도 가고 그들이 서면 이들도 서고 그들이 땅에서 들릴 때에는 이들도 그 곁에서 들리니 이는 생물의 영이 그 바퀴들 가운데에 있음이더라


기도문은 자전거를 타는 이들뿐 아니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는 모든 요건들, 그리고 여러 사정으로 자전거를 이용할 수 없는 이들에게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습니다. 자고로 자비로운 신의 축복이란 숙달된 스나이퍼처럼 정확한 타깃에 꽃아 넣는 총알이 아니라 '왜 이렇게까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사방에 뿌려지는 것이지요.




M: 자전거 수리점의 은혜와, 안전하고 넓고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를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리나이다. 자전거를 배우는 어린이들과 자전거의 기쁨을 새롭게 발견하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 감사와 찬양을 드리나이다. 주여, 길 위에서 다치거나 생명을 잃은 이들을 기억하시며, 건강과 형편의 문제로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이들을 붙드시고, 오늘 부득이하게 차를 몰거나 걸어야 하는 이들과도 함께 하소서.


은혜로우신 하나님,

오늘도 항상 우리의 몸과 영혼과 자전거를 지켜 주시고 선하게 보살펴 주소서.


E: 아멘.




이 유쾌한 의식은 다 같이 자신의 자전거의 벨을 힘껏 울리며 마무리됩니다.


띠링띠링~~~ 당신의 자전거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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