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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만 되면 빙글빙글 도는 이것

이유 있는 이유 - 3. 크리스마스 피라미드

by 유상현

가장 순수한 원형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펼쳐지는 나라 독일. 이맘때 독일에 가면 다수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빙글빙글 도는 나무 탑을 발견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피라미드01_베를린.jpg 베를린

이것을 크리스마스 피라미드(Weihnachtspyramide)라고 부른다. 원래 크리스마스 피라미드는 테이블 위에 놓을 정도의 크기로 만드는 목공예품인데, 촛불을 붙이면 열이 발생해 상단의 날개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크리스마스 장식품이다.


광산지대이면서 목공예로 특히 유명한 에르츠 산맥(Erzgebirge)의 광부들이 중세 시대에 부업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인데,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크리스마스 장식이었기 때문에 큰 인기를 얻고 독일 전역으로 퍼졌다. 그리고 독일에서 신대륙으로 건너간 이민자들에게 의해 미국에서도 인기를 얻게 되었다.

크리스마스피라미드02_드레스덴.jpg 드레스덴

1930년대에 에르츠 산맥의 광부들은 또 한 번의 재주를 부렸는데, 대형 크리스마스 피라미드를 만들어 실외에 전시한 것이다. 촛불로 움직일 수는 없으니 동력을 삽입하여 자동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당시에는 일회성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크리스마스피라미드03_프랑크푸르트.jpg 프랑크푸르트

탑의 각 층마다 인형으로 장식하는데, 여기에는 주로 성탄에 어울리는 장식이 들어간다. 성서 속 인물, 아기예수의 탄생, 수태고지 천사, 또는 호두까기 인형이나 산타클로스 등이 해당한다. 그러니 성탄에 어울리는 인형이 천천히 빙글빙글 돌면서 반짝 빛을 내니 크리스마스 트리와 같은 장식 효과가 있는 셈.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에르츠 산맥은 동독에 속하였다. 이때 에르츠 산맥에서 다시 대형 크리스마스 피라미드가 부활하였고, 이것이 동독 곳곳으로 퍼져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 세우듯 크리스마스 피라미드를 세우는 게 이상하지 않을 만큼 보편화되었다. 그리고 독일 통일 후 전국으로 퍼져 지금은 구서독 지역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크리스마스피라미드04_마인츠.jpg 마인츠

크리스마스 피라미드는 낮에도 예쁘지만 밤이 되면 훨씬 눈에 띈다.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의 동화 같은 풍경에 한 몫 하는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한다.

크리스마스피라미드05_하노버.jpg 하노버

아무래도 빙글빙글 돌아가며 360도 방향에서 구경해야 하는 장식인지라 크리스마스 피라미드는 주로 거리나 광장 중앙에 위치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 만큼 대형 가판매를 설치하고 그 지붕 위에 크리스마스 피라미드를 만들기도 한다. 머리 위에서 반짝이며 돌아가는 크리스마스 피라미드를 바라보며 글뤼바인을 마시면 "겨울동화 현실낭만"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 분위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유 있는 이유>

작가의 콘텐츠 브랜드 "내가여행하는이유(EU)"의 여행인문학 시리즈. 유럽(EU) 여행지에서 보이는 것들의 "이유"를 탐구하여 넓고 얕은 지식을 이야기하는 정보 콘텐츠입니다.

(비정기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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