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반한 성, 누가 만들었을까

by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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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디즈니성에 영감을 준 실제 모델이 독일 퓌센에 있다. 알프스 절벽 위에 자리를 잡은 노이슈반슈타인성(Schloss Neuschwanstein). 바이에른 왕국의 국왕 루트비히 2세(Ludwig II)가 만들었다. 그는 왜 이런 외딴 산골에 아름다운 성을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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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2세(재위 1864-1886)가 왕이 되었을 때 바이에른은 입헌군주제 국가였으며, 따라서 의회의 권력이 강했다. 선왕이 갑작스레 서거하여 19세의 나이로 왕이 된 루트비히 2세는, 의회의 권력을 쥔 정치인들이 보기에는 그냥 햇병아리 같은 젊은이에 불과했다. 노골적으로 무시당하다시피 하였고, 딱히 국정에 큰 관심이 없기도 하였으므로 루트비히 2세는 점차 세상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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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2세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들렀던 왕실 별궁을 떠올렸다. 아버지 막시밀리안 2세는 건강이 좋지 않아 알프스의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있는 궁전을 사들여 별궁 호엔슈반가우성(Schloss Hohenschwangau)으로 꾸며놓고 종종 요양차 들르곤 했는데, 함께 따라온 아들은 알프스의 풍경을 바라보며 감수성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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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루트비히 2세는 바그너 오페라를 좋아했고, 오페라 <로엔그린>에 나오는 "백조 탄 기사"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는 호엔슈반가우성 바로 옆 알프 호수(Alpsee)에 서식하는 백조를 보며 상상력을 키웠다. 그리고 왕이 된 후 세상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어졌을 때 바로 이 퓌센 산골을 떠올렸고, 여기에 백조를 닮은 성을 지어 은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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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2세가 직접 스케치하며 사실상 궁전을 설계하였고, 그는 공사 중 호엔슈반가우성에 머물며 발코니에서 망원경으로 공사 현장을 감독하기도 했다. 1869년부터 공사가 시작되었고, 사실상 루트비히 2세는 국정을 내팽개치고 아름다운 성을 짓는 것에 모든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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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노이슈반슈타인성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선왕의 또 다른 별장이 있는 알프스 산자락에 두 번째 성을 짓기 시작했다. 1870년부터 시작한 린더호프성(Schloss Linderhof)은 마찬가지로 루트비히 2세가 설계도 수준의 스케치를 완성하였는데, 아담한 본관과 그 양편으로 길게 뻗은 날개관으로 구성되는 아이디어였다. 비록 날개관은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본관은 완성되었고, 루트비히 2세는 실제 이곳에서 은둔하며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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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루트비히 2세의 "궁전 집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노이슈반슈타인성과 린더호프성이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1878년에 세 번째 성을 짓기 시작했다. 앞선 두 성은 외딴 산골에 위치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찾아올까 두려웠는지, 이번에는 호수에 있는 섬을 통채로 사들여 섬에 성을 지었다. 헤렌킴제성(Schloss Herrenchiemsee)은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어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려 했던 왕의 집착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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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헤렌킴제성은 노골적으로 파리 베르사유 궁전을 참조하였다. 루트비히 2세는 즉위 후 프랑스 파리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당시 모든 유럽 군주의 "드림스 컴 트루"였던 베르사유 궁전의 호화로운 위용을 보며 그에 뒤지지 않는 궁전을 만들겠다는 강한 열망을 가진 것 같다. 베르사유 궁전보다 사이즈는 조금 아담하지만 궁전의 외관, 내부의 유명한 거울의 방, 그리고 정원의 라토나 분수 등 베르사유 궁전의 하이라이트는 모두 충실히 복제하여 헤렌킴제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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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그가 남긴 세 곳의 성은 모두 미완성으로 끝났다. 본관이나마 완공한 린더호프성을 "유일한 완성작"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루트비히 2세가 원했던 이상향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런데 세 곳의 성 모두 최고로 호화롭게 꾸미고 정원도 조경하며 아낌없는 사치를 부렸고, 결국 왕실 재산을 탕진하고 빚까지 지는 지경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트비히 2세는 네 번째 성을 구상하며 꽤 구체적인 스케치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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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바이에른 의회는 국왕의 기행을 더 두고볼 수 없었다. 왕을 정신병자로 진단한 뒤 왕에서 강제로 물러나게 하고 뮌헨 근교 호수가로 유배 보냈는데, 며칠만에 루트비히 2세는 호수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공식적인 발표는 상실감에 인한 자살이라고 하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고 한다. 루트비히 2세는 뮌헨의 성 미하엘 교회 지하 묘지에 안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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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2세가 남긴 세 곳의 성은 2025년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 이때 문화유산 타이틀을 "돌에 새긴 꿈"이라고 하였다. 가장 순수한 꿈을 드러내는 장치로 궁전 건축에 집착하였던 "미치광이 왕"의 스토리가 디즈니의 마음을 훔친 고성에 담겨있다.


<이유 있는 이유>

작가의 콘텐츠 브랜드 "내가여행하는이유(EU)"의 여행인문학 시리즈. 유럽(EU) 여행지에서 보이는 것들의 "이유"를 탐구하여 넓고 얕은 지식을 이야기하는 정보 콘텐츠입니다.

(비정기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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