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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대찌개 같은 소시지

이유 있는 이유 - 2. 커리부어스트

by 유상현

독일 베를린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있다. 아니, 지금은 베를린을 벗어나 전국구 인기 음식이 되었기 때문에 독일 어디에 가든 쉽게 만날 수 있는 이 녀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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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커리부어스트(Currywurst)이다. 그 이름 그대로 '커리'와 '부어스트(소시지)'의 만남인데, 얼핏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커리 소시지'에 독일 역사의 한 단면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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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독일은 소시지로 유명하다. 독일 각 지역마다 특유의 조리법이 있고 지역색이 강하다. 독일에 존재하는 소시지의 종류만 어림잡아 1,500종이 넘는다고 할 정도. 커리부어스트는, 말하자면 1,500가지 중 하나인 셈이다. 그러나 소시지에 담긴 스토리는 1,500가지 소시지 중 가장 두드러진다.


제목 없음-11.jpg 출처 : currywurstmuseum.com

커리부어스트는 발명자가 존재한다. 헤르타 호이버(Herta Heuwer). 베를린의 평범한 여성 노동자였던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모든 것이 폐허가 된 서베를린에서 생계를 위해 자그마한 푸드키오스크를 열었다. 우리 식으로 비유하면, 길거리 노점 비슷한 자그마한 테이크아웃 음식점인 셈.


1949년, 헤르타 호이버는 당시 서베를린에 주둔한 영국군의 구호식량에 포함된 커리를 응용하여 소스를 개발해 부어스트에 결합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커리부어스트는 시쳇말로 대박이 났고, 그녀가 개발한 소스는 마치 케첩처럼 공장에서 생산하여 널리 보급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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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부어스트는 브라트부어스트(구운 소시지)에 커리 소스를 듬뿍 끼얹고, 그 위에 커리 가루를 더 뿌려 완성한다. 그리고 소시지를 한 입 크기로 잘라 일회용 접시에 담아 제공하는 게 기본. 마치 우리가 길거리 매점에서 떡볶이 사먹듯, 베를린 사람들은 작은 임비스 매장에서 커리부어스트를 사먹고, 길거리에 서서 먹고 뒤처리한 뒤 갈 길을 간다.


콘놉케임비스01.jpg 콘놉케 임비스

그 명성이 어찌나 빠르게 퍼졌는지, 전후 서베를린에서 탄생한 커리부어스트가 '적국'이나 마찬가지인 동베를린에도 진출했다. 콘놉케 임비스는 동베를린에서 처음으로 커리부어스트를 판매한 곳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여전히 고가도로 아래 삭막한 비주얼과 상반되는 풍부한 맛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베스트보어쉬트인타운01.jpg 베스트 보어쉬트 인 타운

조리법이 단순하여 이내 독일 전국으로 퍼져 큰 사랑을 받게 되었고, 지금은 굳이 베를린이 아니어도 커리부어스트를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개량하기도 한다. 가령,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베스트 보어쉬트 인 타운의 커리부어스트는 캡사이신을 넣어 매운 맛을 조절할 수 있다. 평소 '맵부심'을 가진 한국인도 높은 단계는 혀를 내두를만큼 제대로 매운 맛을 내는 커리부어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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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레스토랑에서도 커리부어스트를 파는 곳이 제법 많다. 그러나 역시 커리부어스트는 자그마한 길거리 임비스에서 한 입 크기로 잘린 소시지를 일회용 접시에 담아 먹는 것이 제 맛이다.


전쟁으로 먹을 것이 없던 가난한 시절에 주둔군 구호식량에 포함된 이국적인 식재료를 가지고 전통음식의 스타일로 조리하여 새로운 음식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커리부어스트는 우리의 부대찌개와 DNA가 같다.


떡볶이처럼 먹는 부대찌개 같은 소시지. 커리부어스트는 독일여행 중, 특히 베를린 여행 중 반드시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이유 있는 이유>

작가의 콘텐츠 브랜드 "내가여행하는이유(EU)"의 여행인문학 시리즈. 유럽(EU) 여행지에서 보이는 것들의 "이유"를 탐구하여 넓고 얕은 지식을 이야기하는 정보 콘텐츠입니다.

(비정기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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